□ 전 시 명: 제10회 종근당 예술지상
□ 참여작가: 이재훈 이해민선 정직성
□ 기 간: 2023.09.21.-10.02 *전시기간 중 무휴
□ 시 간: 11:00-19:00 *18:30 입장마감
□ 장 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별도의 예약 없이 관람가능
□ 입 장 료: 무료
제10회 종근당 예술지상 기획전이 오는 09월 21일부터 10월 02일까지 12일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는 2021년에 선정된 이재훈, 이해민선, 정직성 작가이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의 창작지원 기간 동안 제작한 신작을 발표한다. 종근당 예술지상은 종근당, (사)한국메세나협회, 아트스페이스 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선정작가는 전년 기준 국내 레지던시 입주작가 및 비영리전시공간 전시에 참여한 만 45세 이하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심사위원 6명이 2회에 거쳐 심사하여 3명의 작가를 선발한다. 선정작가 지원은 매년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제공하고 지원 마지막해 기획전을 개최한다. 내년에는 2022년에 선정된 박시월, 오세경, 최수정 작가의 기획전이 예정되어있다.
이재훈
이재훈_펑펑펑_200×140cm_벽화기법(장지, 석회, 먹, 목탄, 목탄가루, 아교, 수간채색)_2023
이재훈 작가는 오랫동안 사회가 개인에게 강제하며 훈육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현해왔다. 근래에는 동양 회화의 방법론을 적용한 회화 연작을 통해 동양화의 세계관과 조형원리를 현재화하고 작가 개인의 조형언어로 번안하는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고 있다.
화면은 다양한 요소들이 뒤엉키며 거대한 카오스적 형상을 그려낸다. 구체적인 상징과 도상들은 사라지로 짙은 음영과 채색과 붓질이 가득한 화면은 사물과 에너지가 서로 감응하고 포용한다. 작가는 조형력을 통해 사물과 생명에너지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속도는 매우 중요한 작업의 요소이다. 현상과 동시에 표현이 생성되어야 한다. 조형적으로 대상은 생동하는 원형적 에너지의 현상으로 수렴한다. 작가는 그것을 바라보고 그리려고 모색한다. 작가에게 현상이란 몸과 마음, 의식과 대상, 운동과 변화가 모두 뒤섞인 카오스적 현상으로 뭉뚱그러져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전체가 되는 유기체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물질과 정신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현상이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이 바탕이 된 현상의 표현이다. 불일치의 세계에서 일치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해민선
이해민선_덜 굳은 사물 Incomplete objects_150×140cm_종이위에 아크릴_2023
작가의 눈에 들어온 사물들은 사연이 많을 것 같은 것들이다. 할 말이 많은 사물들이다. 작가는 자신이 수집한 사물과 사물의 이미지를 응시하고 사유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이 주변화된 것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각하는 모습을 반복한다.
어느 날 작가의 눈에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버려진 석고로 만든 깁스들이 들어왔다. 환자의 손과 발과 팔과 다리를 깁스했던 석고들을 수집하면서 사물과 인간의 신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몸이 빠져나간 깁스의 빈 공간을 석고로 다시 떠보기도 한다. 처음 깁스라는 사물에 포함되었던 환자의 흔적이 사라지고 작업을 하는 작가의 새로운 행위와 흔적이 그것을 대체한다. 심미적 의미가 부여된 오브제로서 치료용 깁스는 기이한 사물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다시 드로잉이나 회화로 재현할 이유가 없다. 석고를 수집하고 가져오는 과정이 이미 작업에 포함되고 보니, 작가는 굳이 드로잉이나 회화를 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환자의 몸에서 나온 각종 분비물들과 병원의 약품들이 뒤섞인 이상한 냄새들.
작가는 경계들 사이에서 사람도 아니고 사물도 아닌, 유기물과 무기물 사이, 애매한 경계에 있는 풍경들, 주변화된 사물들을 수집하고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관계들을 사유한다. 작가는 회화에 표현과 재현의 도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작가는 자신을 동양 여성, 주변부 존재, 약자의 처지에 있는 힘의 관계 속에 위치시킨다. 시각현상과 인식의 문제와 함께 존재성의 문제를 결합한다.
정직성
정직성_용 Dragon 202301_130.3×193.9cm_acrylic and oil on canvas_2023
정직성 작가는 오랫동안 이데올로기와 세속적 욕망이 충돌하고 뒤섞이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작업의 주제로 다루어 왔다. 평균적인 주거 현실과 노동의 현실을 기하학적 추상과 융합한 회화가 작가의 시그니처였다. 동시에 여성 작가로서의 자신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깊이 사유하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부대끼며 여성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내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미술사적으로 사회현실로부터 벗어나 미술 본래의 본질 또는 조형원리로 환원하는 기하학적 추상의 형식과 작가 개인과 사회의 여성성의 문제를 융합시키는 시도는 역설적이다. 이러한 이질적인 맥락들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혼종의 형태와 낯선 감각을 제시하는 방식이 작가의 회화에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일반적인 미술사적 맥락을 벗어나 작가 고유의 장소특정적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려는 치열한 태도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업들과 연결된다. 작가는 그 소재와 형식에 있어서 현대 회화의 개별적 역동성과 전통적 도상의 집단적 상징성을 충돌시키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전통적 도상의 상징이 지닌 전승된 의미를 해체하고 현재 작가의 삶의 경험과 새롭게 형성된 관점을 융합하며 새로운 방식의 회화 이미지를 제시하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통 회화와 공예에서 다뤄져왔던 구름과 용과 꽃 등 상징성이 깊은 도상을 가져와 개인의 삶과 현실을 연결하는 회화를 시도하고 있다. 화면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확산되고 응축되는 추상표현주의적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한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동양 전통의 다양한 화론을 살펴보고 그 사유 방식을 회화에 적용하면서 서구 미술사의 기하추상적 미술의 정신적 맥락에서 이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