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심 : 초합금대백과
■ 전시정보
전시 제목 : 초합금대백과
전시 작가 : 잭슨심 (Jackson Shim)
전시 기간 : 2023년 9월 5일 (화) – 10월 20일 (금)
관람 시간 : 11:00 - 18:00 (휴관: 매주 월요일)
주 소 :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99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 전시 서문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전속작가 잭슨심의 개인전 《초합금 대백과》를 9월 5일부터 10월 20일까지 개최하며 대형작품을 비롯한 신작 20 여점을 공개한다. 작가의 유년시절 갈망하고 동경했던 각종 거대 초합금 로봇이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마침내 예술적으로 이루어낸 키덜트적 욕망을 보여준다. 이번 개인전에서 최초로 프라모델 박스에 영감 받고 피규어 박스와 설계도를 형상화한 아트-드로잉 에디션 ‘X BOX’도 함께 공개된다.
만화책 속에 등장하는 초합금으로 된 로봇은 초등학생이었던 작가에겐 자신이 사는 마을보다 큰 거대한 존재로 느껴졌다. 작가는 만화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어른이 되었지만 로봇을 처음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두근거림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것을 작가의 언어로서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역대 가장 큰 초합금 로봇 카드를 탄생시켰다.
자유롭게 칠해진 딸아이의 그림에서 조형적 영감을 받아 시작된 알파벳 카드 시리즈는 수년간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변화하고 성장했다. 다양한 유채색들이 각각의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감각적인 구성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거친 붓질은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완성도 높은 예술적 결과를 동시에 보여준다.
알파벳카드에 등장한 거대 로봇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로봇의 팔과 다리, 몸통을 거칠게 메우는 밀도 높은 선들로 거대한 존재감이 표현되었다. 만화 속 세계를 지키는 에반게리온, 그랜다이져, 초합금으로 된 영웅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우리를 지켜줄 것만 같은 장엄함이 느껴진다.
소년의 감수성을 가진 작가는 자신, 더 나아가 현대인의 욕망을 캔버스 위에 솔직하게 이야기해왔다. 자본주의적 욕망의 상징 '$', 'R' 기호는 동심으로 대표되는 로봇 곳곳에 심어져 자본주의 세계와 동심을 뒤섞는다. 이 의외성에 몰입하면 우리는 어른이 된 현대 사회에서 동심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수 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작가노트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앞 시장골목 안쪽엔 작은 문방구들이 있었다.
그 시절의 문방구들은 손바닥만 한 만화책들과 장난감 완구들도 팔고 있었는데, 나에게 그 만화책들 속에 등장하는 로봇들이란 우리 동네 아파트 크기만큼이나 굉장히 거대한 존재로 느껴졌었다.
그런 인기로봇들은 이미 완구로도 제작되어 문방구 앞 진열대에 겹겹하게 쌓여 있었지만 그런 건 언제나 부잣집 녀석들 차지였다.
아버지를 졸라서 내 생일에 딱 한번 져본 게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키덜트들은 그런 어린시절의 장난감 결핍으로 인해 시작된다고 들었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금속형태로 제작된 고가의 로봇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그것들은 '초합금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초합금'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난 지금도 여전히 기억속의 그 작은 시장골목에 있던 장난감 완구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로봇만화책들도.
'콩콩코믹스' 혹은 '다이나믹콩콩'이라고 불리던 불법(?)만화책들이 여전히 중고거래가 되는 것을 보면 나랑 비슷한 류의 인간들이 도처에 꽤 많이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런 상념 속에서 무심코 나와버린 기억이 있다. 2000년도 초반 일본의 오다이바에서 실제크기의 건담이 전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으로 여행을 갔던 기억..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크기의 건담을 캠코더로 연신 찍어내며 탄성을 질렀던 그 기억이 생각이 난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의 작은 작업실에서 가장 크게 그려낼 수 있는 건담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전시로 하자는 결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내 작은 만화책들 속에 있던 로봇들을 120호 캔버스로 하나씩 끄집어 내어 내 작업실의 한쪽 벽들을 채워 나갔고 전시회 명은 쉽게 결정되었다.
초합금 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