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전 시 명 : 2023 어미홀프로젝트 《칼 안드레》
ㅇ 전시기간 : 2023. 9. 26.(화) ~ 2023. 12. 31.(일)
※개막식: 2023. 9. 25.(월), 오후 5시
ㅇ 전시장소 : 대구미술관 어미홀
ㅇ 참여작가 : 칼 안드레(b. 1935, 퀸시, 메사추세츠, 미국)
세계적인 미국 조각가이자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선구자 칼 안드레(Carl Andre, b.1935- )의 개인전을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개최한다. 본 전시는 아시아 네트워크 협력 전시의 일환으로 다음 해에 일본 카와무라 메모리얼 뮤지엄(Kawamura Memorial DIC Museum of Art)에서 연이어 선보인다. 이는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열리는 작가의 순회 개인전으로, 1960년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가 말했던 ‘당신이 보는 것이 보이는 것이 전부’를 초월하는 작가의 작품세계와 어미홀이라는 공간 그 너머의 가능성을 발견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구미술관 2023 어미홀프로젝트 《칼 안드레》전은 작가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들과 더불어 드로잉과 사운드, 미니어처 조각들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조각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칼 안드레 작업에서 물성적 정수와 시(詩)적 함의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미니멀리즘’의 인식론적 전환 아래, 칼 안드레는 전통적인 예술의 관행을 거부하고 작품의 외적인 의미들의 부재와 재료의 물리적 특성만을 강조하며 예술 생산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공장에서 만든 벽돌, 미리 깎아놓은 목재, 금속이나 돌 타일과 같이 작가의 손으로 가공되지 않은 산업재료들을 가져와 쌓아 올리고, 벽에 기대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Merrymount>(1980), <4th Steel Square>(2008), <Belgica Blue Hexacube>(1988)은 각각 목재, 강철판,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세월이 함축되어 재료들의 물성들은 더욱이 농익어 오롯이 드러난다.
재료의 요소와 더불어 등가의 단위 반복, 그리고 그것이 놓여있는 주변의 공간에 의해 변화하고 완성되는 안드레의 작품은 대구미술관 어미홀이라는 공간과 관계 맺으며 새로이 탈바꿈된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50cm의 정방향 철판, 알루미늄 조각들이 반복적으로 놓여진 작품들 <Ferox>(New York, 1982), <EIeventh Aluminum Cardinal>(Tokyo, 1978)을 따라 걷다 보면 공간은 물성의 등가적 반복과 연동되어 무한대로 확장된다.
이러한 3차원의 미니멀리즘 조각은 작가가 초기부터 가져온 언어와 시에 대한 관심과 실험들에 근원한다. <YUCATAN>(1972-1975)은 수동 타자기로 타이핑한 26장의 시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는 유카탄이라는 지역의 풍경화이기도 하고, 지도이기도 하며, 한 편의 시이기도 하다. 한 장의 종이 위에 특별한 서사 없이 조형적으로 연결된 단어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음율을 가진 한 편의 시, 혹은 종이 위의 네모난 공간 안에서 조각된 텍스트로서 관람자로 하여금 다양한 가능성의 주관적 경험들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칼 안드레의 미니멀리즘 조각의 물성과 장소성, 더불어 기초 원리가 되는 시적 감각을 전달하고 조각과 시의 상호교환에 의해 발생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언어와 물성으로 가득 채워진 대구미술관의 어미홀을 자유롭게 향유하며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예술의 잠재적 에너지를 만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