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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윤: 초연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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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전경



▪ 전 시 명 : 초연한 마음 
▪ 전시기간 : 2023. 10. 27(Fri.) - 11. 18(Sat.) 
▪ 장    소 : 아트사이드 템포러리 (종로구 자하문로 6길 15, 3F)
▪ 참여작가 : 정소윤
▪ 장    르 : 설치
▪ 작 품 수 : 3점 
▪ 오 프 닝 : 2023. 10. 27(Fri), 5pm 


아트사이드 템포러리는 두번째 전시로 10월 27일부터 11월 18일까지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 (Loewe Craft Prize)> 최종 30인에 올랐던 정소윤 작가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3년 1월 신진작가 3인전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에 이어 함께하는 두번째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 바라보는 북악산, 북한산, 인왕산을 토대로 자연에 내재된 조형적 형태와 조화를 이루며, 작품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조명하고자 한다. 


자연과 닮아있는 삶, 실타래를 이어 인생을 마주하다
정소윤은 유연하고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섬유를 통해 자연과 인체를 담은 조형작업을 하고 있다. 섬유를 만지며 마음을 다스리는 작업방식으로 재료의 물성을 받아들이고,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투영하고자 한다. 가족의 죽음, 예기치 못한 고비들을 겪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이어온 그는 결국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거대한 자연 앞에 작은 하나임을 포용하여 솔직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자 한다. 


시각과 촉각을 넘나드는 한폭의 수묵화
섬유예술을 전공한 작가는 섬유의 가장 기초인 ‘투명실’을 이용하여 드로잉 같은 회화의 느낌을 한폭의 수묵화처럼 투영시켜 전달한다. 실은 재봉틀로 인해 서로 엮이고 엮여 견고하고 단단한 면이 되어 공간을 드로잉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섬유가 가진 촉각과 조형미가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효과로 인해 초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당시의 감정을 잘 표출해내고 있다.

누군가 널 위하여, 2023, 투명사에 염색, 미싱





가장 원초적인 것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형태로 드러나기까지 시간과 과정이 오래 걸릴지라도 그 안에는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관계에 대한 것들이 잠재되어 있다.



초연한 마음에서 비롯된 단단하고 견고한 태도
결과적으로 형태를 다져가는 반복적인 노동은 본인이 추구하는 내면의 방향과 유사하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순환하며 주고받는 에너지를 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연이은 임신과 육아로 지쳐있던 작가는 일상 속에서 경험한 자연을 조형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불안과 안정, 상반되는 감정의 갈래에서 자신의 초연한 태도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전에 작품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만들었지만, 같은 풍경이라도 상황과 시간에 따라 다른 감정이 느껴지듯 “이미 지나온 순간을 돌아보니 덜 괴로워 했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조금 더 ‘나’를 돌봤다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런 마음으로 완성된 작품 속에는 바라보면 그저 산이지만 오래 본다면 그안에 담긴 얼굴들이 드러나는데, 풍경을 보고 평안해질 때 작가의 마음과 또다른 초월적인 존재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는 이들에게 그저 평탄하고 평온한 마음이 있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받길 바란다.


품 2023_1, 2023, 투명사에 염색, 미싱, 87x48cm









작업은 나의 삶에서 겪어왔던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둔다. 불안함으로 가득했던 시간과 마음을 지나, 살아가는 중 또다시 난관에 부딪힐 때, 지금보다는 초연한 자세로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현재 사는 곳에 펼쳐진 풍경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는 듯하다. 한때는 먹먹함을 주기도, 눈물을 주기도, 위로를 주기도 했던 풍경을 이제는 덤덤한 마음으로 풀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작년과 올해 연이은 두 번의 출산은 삶의 많은 부분을 변하게 하였음에도 나에게 커다란 안도감을 주었다. 이전에 겪었던 여러번의 유산과 난임은 우리 부부를 오랜시간 괴롭혀왔고, 돌이켜보아도 너무나 괴로웠던 시간도, 새 생명을 마주하고 나니 말 그대로 지난 일이 되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운명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조금 덜 괴롭게 지나왔어도, 조금 덜 눈물 흘렸어도 괜찮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단 걸 알면서도 당시에는 초연한 자세로 임하는 것은 참 어렵다. 

자연과 생명이 주는 힘은 참 대단하다.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처럼, 원래 만나기로 예정되어있던 것 같은 느낌이 이 풍경에 담겨있다. 마음 둘 곳이 필요하여 해왔던 작업은 여전히 내 마음을 갈고 닦아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아이를 출산하던 날, 유산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녹여주던 커다란 안도감에 흘렸던 눈물을 담았다. 이 전시를 마주하는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마주할지 궁금하다. 그저 모든 마음이 평탄하고 평온하길 빌어본다. 








정소윤(b.1991)은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과와 동대학원 섬유예술과 석사를 졸업하였다. 주요 전시로는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3);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서울공예박물관, 서울, 2022); 소강상태 (토포하우스, 서울, 2021); 살아가고 있는 자의 기도 (갤러리도스, 서울, 2021);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서울미술관, 서울, 2020) 등이 있으며 2022년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FINALISTS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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