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 기획 이자용 ‘World-Making’
2023. 10. 18 (수) ~ 10. 24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이자용 ‘World-Making’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3. 10. 18 (수) ~ 10. 24 (화)
2. 전시서문
생의 동력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의 여린 살갗의 생채기와 같은 관계가 존재한다. 내면이라는 은신처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때때로 직시하며 나를 마주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힘을 얻는다. 이자용 작가는 회화작업을 통해 내면 깊이 자리한 자신을 보호하고 허물을 지키며 견고해진 자신의 존재를 캔버스 위에 드러낸다. 작가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대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 그리고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방법 모두 작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작가의 작품세계와 창작의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작가의 이질적이고 상반된 여러 가치와 시각은 작가의 내면에 공존하게 되었으며 작품에서도 혼재되어 나타나게 된다.
작품의 첫인상만으로는 바로 상황의 앞뒤 내용에 대한 맥락을 정확하게 유추하기 어렵지만 어딘가 긴장되고 극적인 분위기에 압도된다.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화면 속의 모든 요소들은 저마다 서사를 추적하는 단서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화면 곳곳을 탐색하게끔 만들며 대상과 그 장면에 더욱 집중하고 몰입시킨다. 시선을 전체적으로, 부분적으로 천천히 번갈아가며 옮기다보면 각각의 요소들은 자연을 구성하는 물, 불, 대지(흙) 등 만물의 근원으로 작품의 전체적인 풍경을 제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작가 내면의 심층적인 부분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존재이자 창조적인 작품 세계관을 이끌어내는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보통 자연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투명성이 강조되는 재료적 특징을 갖지만 작가는 불투명하고 무게감 있는 재료, 색채, 표현 기법을 통해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의 이미지로 자유롭게 표현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 한편 풍경 위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인상적이다. 이 인물은 극적인 풍경과는 달리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그리고 생기 없어 보이는 표정과 무언가를 따뜻하게 감싸안은 팔 또한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이다. 이와 같은 화면 속 상반되는 이미지의 표현은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주체가 놓인 환경으로 인해 얼마든지 가변될 수 있는 정체성과 이를 표출하고자 하는 작가의 자아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다양한 기법의 충돌과 조합이 공간감과 입체감을 구성하고 이미지의 상반된 연상과 상징이 열린 사고를 이끌어내어 어느새 내면 깊은 곳에 침윤하게 만든다.
작가는 기도하는 마음과도 같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면서 그 과정에서 작품의 의미와 의도를 찾아간다. 그리고 정확한 설명이나 정돈된 문장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작품 하나하나 짧고 긴 서사를 써내려가며 가려지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내면 깊이 간직하고 있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면들은 작가의 눈에 비친 궁극의 생명력으로 움튼다. 이는 타성에 젖은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자극을 통해 특별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굳은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작가의 세계는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지지만 마냥 포근하지만은 않다. 인간존재로써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과 감각을 형상화하고 어렴풋이 어떠한 이야기를 암시하는 묘한 긴장감과 불확실한 정황들이 보여진다. 작품을 감상하며 삶을 살아내기 위해 바쁘게 분투하느라 미처 보지 못한 내 안의 수많은 나를 마주하고 생의 동력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가로지르는사람, 72.7x60.6cm, oil on canvas, 2023
내가서있는땅, 53x45.5cm, oil on canvas, 2023
너를비추는별, 116.8x91cm, oil on canvas, 2023
새소망을끌어안고, 60.6x50cm, oil on canvas, 2023
손에서태어난자, 15.8x22.7cm, oil on canvas, 2023
잠복근무, 33.5x45.5cm, oil on canvas, 2023
3. 작가노트
진흙을 바르고 흑과 백으로만 그려진 그림들로 가득 찬 동굴 속에 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셀 수 없는 시간을 녹여 온 바위 같은 촛농 위에서 흔들리는 빛에 감사하며 담배를 피우고, 음악을 듣고, 서로의 그림자만 보며 사랑하던 그들 속에서 '한 사람'이 돈가스를 썰던 칼을 고쳐 잡아 나무 테이블 위로 내리꽂더니 두 눈을 번쩍이며 결심한다.
나는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야겠다.
술에 취한 여자들에게 그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주고 눈꺼풀이 그들의 젖은 눈동자에 기대있는 틈을 타 키스를 하는 털북숭이 때문이었다. 나를, 나와 나란히 선 우리를 설명해야만 하는 수치스러운 상황이 반복되는 '자리' 없는 세상에 겨우 마련한 피난처에서 '한 사람'은 또. 또 침을 뱉고 나와야만 했다.
손잡이 없는 문을 발로 차고 나와 걸으며 생각했다. 나는 왜 이 밝음을 뒤로하고 숨어들고자 했는가? 이렇게 밝은 곳, 하나님이 주신 이 환함을 왜 나는 갖지 못하는가. 나의 실패로 가득한 이 밝은 곳에 너와 함께 설 거룩하고 흠이 없는 새 땅을 내가 만들겠다. 지도에 없는 새로운 땅. 모욕과 실패와 수치를 재료 삼아 지어진 검은 땅이 이제 우리의 자랑이 될 것이다.
성스러운 도서관에 몰래 숨어 들어가 한 페이지를 찢고 난 후 이후의 모든 쪽 수를 고쳐 적어 있었던 것을 없다고 만들어 버린 사람이 있었다. 중요한 율법이 적힌 그 페이지를 찢어버린 사람을 상상했다. 세상이 읊어 대는 그 책이 온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책이 나의 햇빛보다 중요하지 않기에 찢어진 페이지를 찾아 나설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자리 없음은 몸 안에 존재하는 내 영혼이 머물 곳이 없다는 것과 같다. 나를 지우고 주어진 것에 적응하기보단 그까짓 거 내가 다 밀어버린다. 용암은 이미 존재 해 있던 것들을 모두 밀어버리고 그 위에 자리를 잡아 새로운 땅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다.
4. 작가약력
이자용 / LEE JAYONG
voltanski@gmail.com
@weather_and_life
2013 / Aug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화과, MFA
2007 / Feb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화과, BFA
Solo Exhibition
2023 / Oct World-Making 갤러리 도스
Group Exhibitions
2023 / Oct 아트강23 강릉아트센터
2022 / Nov 빈칸 성수빈칸
2022 / Sep 브리즈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2014 / Mar 그리기의 즐거움 사의찬미 한원미술관
2013 / Feb 황홀의 접경 2인전 삼청갤러리
2013 / Jan 시간의 귀 4인전 신한갤러리 역삼
2012 / Dec 한국미술대학원생 신예유망작가 기획초대전 우림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