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너무 늦지 않은》
2023년 12월 12일(화) – 18일(월)
참여작가: 김시원, 정유진, 이제
기획: 조은비
장소: 서울메트로미술관 1관 (서울 종로구 사직로 지하 130 3호선 경복궁역)
1. 전시개요
- 전시제목 : 《너무 늦지 않은》
- 전시일정 : 2023년 12월 12일(화) – 18일(월)
- 참여작가 : 김시원, 정유진, 이제
- 전시기획 : 조은비 (독립 큐레이터)
- 전시장소 : 서울메트로미술관 1관 (서울 종로구 사직로 지하 130 3호선 경복궁역)
- 관람시간 : 07:00 ~ 22:00 (12. 12 오후 5시 개막, 12. 18 오후 3시 종료)
- 오프닝 :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오후 6시
- 후원 :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 문의 : 조은비 addingpages2016@gmail.com
2. 전시 소개
기획전 《너무 늦지 않은》이 3호선 경복궁 역사에 위치한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2023년 12월 12일(화) – 18일(월)까지 개최됩니다. 본 전시는 지하철 통행로이자 전시장인 ‘서울메트로미술관'의 이중적인 특성에 착안해, 우리 일상의 관성을 잠시 뒤흔들고자 합니다. 익숙한 통행로의 내부는 일주일 간 김시원, 정유진, 이제, 세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평소와 사뭇 다르게 변형되고, 시민들은 그렇게 낯설어진 장소의 풍경 앞에서 습관적인 발걸음을 멈추게 될 것입니다.
메트로미술관은 아치형 구조로 반복되는 지하철 통로를 흰 벽으로 덮으면서 조성된 공간입니다. 김시원은 지하철 역사의 아치형 구조를 파사드 조각으로 재현함으로써 벽 뒤에 숨겨진 공간을 드러냅니다. 정유진은 바닥에 설치한 작품에 격자형 천장 구조를 반사시킴으로써 행인들의 동선을 교란합니다. 이제는 밀레니엄 시기 혜화역 앞 풍경을 그린 2000년작 대형 회화와 이에 조응하는 신작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회화와 사운드 설치 등을 통해 직선 통로 위에 지난 시간을 재구성합니다.
3. 전시 서문
역은 어디까지나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어떤 역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에 머무는 건 그저 잠시 뿐이다. 다음 행선지는 언제나 예비되어 있다. 스크린도어가 닫히면 열차는 출발한다. 역은 그렇게 장소와 장소를 연결하는 하나의 실체적인 매체로 기능하며, 따라서 우리가 역에서 하는 일은 ‘이동’과 ‘대기’로 제한된다. 그리고 만일 이마저도 수행하지 못한다면 (기다릴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면), 목적지에 가 닿을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고 만다.
근대 철학자들이 아케이드와 플랫폼, 일방통행로에 주목한 건 바로 이와 같은 제도화된 임시성 때문이었다. 자본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그 어디에도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며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쉼없이 떠밀려간다. 목적지는 이내 경유지가 된다. 더군다나 그 어딘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저마다 다르고, 그리하여 나의 현재는 다름 아닌 나의 좌표로 설명된다. 지금 나는 어느 위치에서 어떤 장소를 향해 가고 있는가, 갈 수 있는가.
현대미술이 자본과 깊숙이 연관된 건 이러한 매개의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미술 작업은 갤러리라는 제도 공간을 경유하며 상징자본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화이트큐브 안에 놓인 사물은 그 무엇이든 미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렇게 갤러리는 미술 작업을 제도 언어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플랫폼의 기능을 하곤 한다. 즉, 작가의 스튜디오 밖으로 나온 작업은 갤러리를 경유함으로써 일정한 의미를 획득한다. 그러므로 탈정치 시대에 현대미술이 시장경제 속으로 빠르게 편입된 건, 그 목적지를 설정할 권한이 자본에 온전히 주어졌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종착지가 어느새 한 지점으로 수렴된다.
이 전시는 그러나 갤러리가 갖는 이 매체적 특성에 여전한 기대를 건다. 미술이 물리적 장소를 경유해 어떤 미지의 영역으로 갈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경복궁 역사 내에 위치한 ‘메트로미술관’을 일주일 간 경유하는 본 전시는, 따라서 오늘날 미술이 언제 어떻게 어디로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상상한다. 지하철 내부의 통행로이자 갤러리라는—제도적으로 설계된 동시에 비제도를 향해 열려 있는—본 공간의 다층성과 이종성은, 잠시나마 그 상상을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이다. 예정된 의미들은 기다리던 장소에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화이트큐브를 지나친 무언가가, 관성적인 일상의 행렬로부터 시차를 벌리고, 고정된 선로를 변경하며, 끝내 피할 수 없는 듯한 종착지로부터 멀리, 아직 모르는 여정을 시작한다.
*본 전시 제목 <너무 늦지 않은>은 리베카 솔닛과 셀마 영 류튜나타부아가 편집한 기후 행동 앤솔러지 Not Too Late (Haymarket Books, 2023)에서 가져왔다.
4. 참여작가 및 기획자 소개
김시원(b.1979)은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소재 또는 주제로 삼아 작업한다. 글을 쓰고, 쓴 글을 다시 따라가며 일시적인 실천을 만들어 낸다. 지시문, 반복, (전시)공간, 비물질과 같은 단어를 이리저리 굴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정유진(b.1995)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정보, 이미지, 만화의 세계관을 통해 지금 시대의 재난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낸다. 《RUN》(뮤지엄 헤드, 서울, 2022), 《해적판 미래 + 인간백해무익가든》(아트선재센터 아트홀, 서울, 2019), 《적어도, 현실답게》(화랑자리, 도쿄, 2019) 등 개인전을 열었고, 《투 유: 당신의 방향》(아르코미술관, 서울, 2022), 《해류병》(시청각랩, 서울, 2021), 《유어서치, 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두산갤러리, 서울, 2019)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이제(b.1979)는 불확실한 세계 속의 일상적 경험과 몽환적 상상을 현실감 있는 이미지로 그리며, 동시대의 정동을 포착하기 위해 회화의 매체적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기획자 조은비
조은비(b.1982)는 KT&G 상상마당갤러리, 아트 스페이스 풀의 큐레이터로 일했고,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출발한 고민을 토대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조건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미술의 언어로 드러내는 데에 관심을 가져왔다. 《우연을 기대》(d/p, 2022), 《모빌》(두산갤러리 서울, 2017), 《복행술》(케이크갤러리, 2016), 《내/일을 위한 시간》(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장, 2016), 《여기라는 신호》(갤러리팩토리, 2015), 《아직 모르는 집》(아트 스페이스 풀, 2013), 《파동, The forces behind》(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공동기획, 두산갤러리 서울/뉴욕, 2012)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공동 번역서 『스스로 조직하기』(미디어버스, 2016), 단행본 <자아 예술가 엄마>(발행: 팩토리, 2019)에 필자로 참여해, 엄마이면서 동시에 창작자란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을 개인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2021년 돌보는 시간: 미술관과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관계 맺기 연구>(아르코공공예술기금)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