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래 초대전 'BLUE LIFE'
전시기간 : 11.29 ~ 2024.1.9
퍼포먼스 / 오프닝 초대 : 2023. 12. 6(수) 16:00
[작가노트]
어릴 때부터 물이 무서웠다. 차갑고 숨쉬기도 어렵고 발이 닿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수영을 못한다. 그러나 몇 해 전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20m 깊이의 바다 속을 장비의 힘을 빌어 바라보고 느낀 적이 있었다.
무서워하던 바다를 느끼기 위해 다이빙을 배운 이유는 바다 속에서의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의지가 나를 바다로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물에 대한 공포를 조금씩 이겨나갈 때 바다는 공포에서 신비로움으로 두려움에서 평온으로 내게 다가왔다.
심연에서의 고요와 평화, 오로지 나의 심장소리만 들리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폭풍이 치던 바다의 요란한 파도와 비바람을 뚫고 내려간 바다 속은 우주의 어느 공간처럼 고요했다.
언젠가 바다의 이야기를 그 푸른 고요와 벅참을 내 작품에 담아야지 하던 생각이 불현 듯 떠올랐고 그 계기는 나의 작업실 곁에 있는 추모공원에서 시작되었다.
추모공원에서 고인들에게 바쳐진 후 버려지는 조화들을 바라보며 삶의 순환에 대한 고민이 바다와 연결되었고 그 바다는 다시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BLUE LIFE' 는 바다와 우리의 삶을 담은 이야기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사는 게 힘겨울 때 찾았던 바다.
마음 가득 담아 온 삶의 무게를 밀려오는 파도에 실어 보내며 마음을 비우기도 새로운 무언가를 담아오기도 했던 바다.
파도는 예상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 더 밀려나간다.
밀려 나갈 때는 영영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새로운 파도가 발밑에 닿아 있다. 우리의 삶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바다에게 거친 파도와 잔잔한 물결이 일상이 듯 우리의 굴곡진 삶도 수레바퀴처럼 사라지지 않는 영원 속에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삶의 불확실성 속에 끊임없이 우리가 직면하는 선택과 기회들과 실패와 좌절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에서 용기를 가지고 포용하며 변화와 도전하는 모습을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푸른색은 우울과 두려움의 색이 아닌 희망과 도전, 격동적인 아름다움을 가득 품고 있다.
나의 블루는 곧 내안의 삶의 뜨거움이며 이 시간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삶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푸르름으로 그 시간의 흔적들이 작품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BLUE LIFE' 전시는 내게도 큰 도전이었다.
단색으로 표현되는 그것도 어려운 BLUE 색만으로 나의 열정적 에너지를 담을 작품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고 큰 도전이었다.
차가움을 어떻게 뜨거움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나의 몸짓이었다.
오로지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춤을 추는 순간...
온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이었다.
나를 잊고 나의 무의식 속에서 나는 더 나다움을 발견하며 그림을 만들어 나갔다.
어쩌면 가장 나다운 작품을 대중에게 발표하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가장 솔직한 이야기로 가장 차가운 색으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담아 다가갔다.
그래서 더 설레이고 혼란스럽다.
기쁘며 두렵다.
나의 혼란스러운 떨림과 기쁨이 작품을 감상할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바람이 있다면 나의 작품 속에서 작은 배 한척 띄우며 거친 항해를 하고, 잔잔한 파도 위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한 마리 새가 되는 상상을 하는 순간이기를 바란다.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 자신을 놓아두어도 시간의 영원성 속에서 유연하게 헤쳐 날것임을 믿기에......
-배달래-
정문규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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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