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표상한 감각’
2024년 상반기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2024. 1. 3 (수) ~ 1. 9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2024년 상반기 갤러리 도스 ‘표상한 감각’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최형인 ‘Where we are’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4. 1. 3 (수) ~ 1. 9 (화)
2. 전시서문
존재의 본질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자연은 시작과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하고 순환하며 생동하는 무한한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만물의 세계이다.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 안에서 더불어 호흡하다가 육신을 벗으며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이렇듯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연에 속한 자연의 일부이자 실재로서 생명을 가지는 순간부터 자연과의 관계가 시작되어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자연의 일부로서 경이로운 힘과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연을 사색하고 창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형인 작가는 자연이 만든 질서와 조화 속 생성되고 소멸하는 생명체로서 동식물의 모습을 통해 동양의 자연관과 인간의 삶을 연계하여 자연에 내재하는 삶의 모습과 삶에 관한 은유를 표상해보고자 한다.
작가는 일상 속에 자연스레 융화되어 있는 자연의 요소들을 자신의 내면세계와 결합하여 자연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작품은 자연 그 자체로서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선 존재의 본질이 내재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 또한 자연의 일부인 인간으로서 일시적인 것 보다는 영원하고 본질적인 것을 찾으려하는 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자연의 신비스러운 힘에 이끌리게 된다. 작가가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산책코스 주변의 모습은 다양한 삶들이 부단히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닮아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양이, 작은 새, 나무 등의 형상에 단단히 자리하는 자신을 투영시켜 그 모습에서 자신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을 유추한다.
화면을 촘촘하게 가득 메운 나뭇잎은 지난날의 기분 좋은 산책 풍경을 떠올리며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면서 흔들리는 소리를 연상시킨다. 그 안에 고요히 자리한 작은 동물들은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이 느껴지면서 화면에 온기를 더한다. 땅에 뿌리를 두고 드높은 하늘을 향해 이리저리 엉켜 뻗어가는 담쟁이 넝쿨은 고독하지만 한줄기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매순간 부딪히며 햇빛을 향해 다가가는 확고한 의지가 깃들어져 있다. 자연을 관찰하며 떠오른 감각을 시각화한 자연의 집합들은 불협화음 같으나 자연스러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본인의 삶을 자연에 대입하여 열린 감상을 유도한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동양화 재료인 장지 위 섬세한 먹 선에 몰입한 작가의 솔직함과 진실함에 매료되어 다양한 감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각자가 보고 느끼는 대로 이해하기 쉽게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은유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예술이라는 매체는 비유와 은유를 통해 주제를 감각적으로 전달하여 보다 긴 여운과 넓은 생각의 여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 작품이 어떻게 관객에게 자연을 재인식시킬 수 있는지 계기를 마련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자연과 합일한 우리의 삶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느린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의 이야기는 자연의 빛을 은은하게 비추며 섬세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자연에 빗대어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여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에 고민할 때 존재의 본질 그대로 발현될 것이다.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1
장지에 먹과 채색 ink and coloring on Korean paper, 30(cm), 2023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3
장지에 먹과 채색 ink and coloring on Korean paper, 30(cm), 2023
기지개 stretching
장지에 채색 coloring on Korean paper, 25.7x22(cm), 2023
내면의 나이테 inner age 1
장지에 먹과 채색 ink and coloring on Korean paper, 91x65 (cm), 2023
숨 breath, 장지에 먹 ink on Korean paper, 91x73(cm), 2021
작은 숨소리들 small breaths
장지에 먹과 채색 ink and coloring on Korean paper, 130x162(cm), 2021
3. 작가노트
나는 자연을 산책하면서 주변의 작은 동물들과 식물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고양이 가족, 나무 위의 작은 새들,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다람쥐와 청설모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햇빛을 찾아 구불구불 몸을 뒤틀며 자라난 담쟁이 넝쿨들. 그들이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내가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있다. 다양한 형태와 성격을 지닌 동식물들의 특징은 결국 우리 인간의 다양성과 공통성을 대변한다. 이들이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동식물들의 모습, 특성, 욕구, 그리고 조화는 전혀 생경하지 않고 익숙하다. 결국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때때로 나는 내 삶의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자연이 보여주는 조형성과 조화는 나의 작업에 큰 영감을 준다. 자연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 안에서 찾아낸 조형적 요소들과 이야기로 작업을 구상한다. 자연을 관찰 하다 보면 일상에서 경험했던 많은 감각들이 다시 떠오르고 겹쳐지며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준다. 작품 안에 인간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지만 작업을 통해 내가 표상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삶에 관한 은유이다. 이들의 모습은 곧 나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다.
나의 작업에는 선적인 요소들이 많다. 자연의 조형성 중에서도 선적인 부분에 가장 눈길이 간다. 복잡한 풍경을 보아도 선이 먼저 보인다. 여러 선들이 중첩되고 이어져 큰 곡선을 만들고 때로는 면처럼 보이거나 입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짧은 선, 긴 선, 직선, 곡선을 하나하나 긋는 과정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선에는 리듬과 감정이 있다. 그래서 선으로 이루어진 작업을 할 때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담을 수 있다. <where we are> 전시를 통해 자연에서 찾은 다양한 요소들로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을 보며 각자의 삶과 다양한 감각의 기억들을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란다.
4. 작가약력
최형인 / Hyeongin Choi
guddlschl@naver.com
Instagram : maruenu_studio
2022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동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4 Where we are, 갤러리 도스,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