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따뜻한 손, 시원한 바람
2024. 3. 1 - 2024. 3. 14
장소 | 온수공간
관람시간 | 11AM - 7PM , 휴관 없음
오프닝 | 2024. 3. 1 (금) 16:30 - 19:00
야간개장 | 2024. 3. 8 (금) 11:00 - 21:00
참여작가 | 강서우 @_STUDIO_402
나하윤 @PAGE_YUNNINGON
도정윤 @WRBHC_
안세진 @_ANSEJIN
이사빈 @RUTI_LO
이서원 @2S51ON
주형지 @BOOSULAKI
최승연 @SEUNG_CSY.107
기획/글 | 김보경 @MIRRORKIMARTWORKS
김진선 @JINSUNKIM__WORK
포스터디자인 | 최승연 @SEUNG_CSY.107
사진 | STUDIO 18 @ART_STUDIO_18
후원 | ESAARTS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감각하고 있음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뜨겁고 긴장되던 처음 맞잡은 손의 감각이 익숙하고 따뜻한 온기로 변화하는 순간들, 따뜻한 온기로 빚어낸 것들이 상쾌하고 시원한 살랑 바람처럼 불어와 선사하는 시원함까지. 따뜻하고 시원한 것은 뜨겁고 차가운 것만큼 자극적이진 않겠으나 일상에서 언제든 느끼고 있으면서도 익숙해져 잊기 쉬운 감각이다.
작업의 시간을 일상처럼 보내는 작가에게 뜨겁고 차가운 순간과 따뜻하고 시원한 순간을 나누자면 작품을 공개하고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전시의 시간과 그 순간을 위해서 부단하고 지난하게 창작을 이어가는 작업실의 일상이 있겠다.
가능성이란 미숙할지라도 앞으로가 상상되는 아주 매력적인 상태이다. 완숙한 상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이가 있다면,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의 상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산뜻하며 설레는 순간을, 그리고 기대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 8명의 작가가 준비한 전시는 따뜻하고 시원한 일상이 켜켜이 쌓여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로서 준비하게 되었다. 이들은 작업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자신의 언어를 찾고자 일상에서 발견한 각자의 고유한 시선을 시각적인 결과물로 실험한다. 따뜻했거나 시원했던 순간들을 계속해서 감지하고 찾아내며 기록하고 응축한다. 따뜻하게 바라보고 담아 관객에게 전하는 이들의 선물은 시원한 바람과 같은 환기의 시선과 감각을 선사한다.
강서우는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있는 범위를 고찰한다. 그 범위는 세상을 감각하는 신체부터 자신을 둘러싼 추상적인 관계와 상황까지 확장되며 이를 음각 부조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골판지나 나무 합판을 켜켜이 쌓아 올려 신체의 형상이 나타나는 음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신체의 형태가 있지만 사실은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가 아니라 시각으로 인지되지 않더라도 존재는 지속됨을 조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최승연은 유동적이고 입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탐구한다. 그 여정의 시작으로 자신의 의식을 벗어난 무의식의 순간을 시각화한다. 꿈속에서 보았던 단상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데, 영상에서 등장하는 존재는 오토마티즘 드로잉과 조각의 형태로 다시 제시된다. 인지하지 못하거나 숨기고 싶어 하는 자신을 직면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긍정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안세진은 도심 속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던 풍경에서 낯설거나 이질적인 부분을 관찰한다. 그중에서도 조경된 자연 안에 홀로 300년 이상의 시간을 견뎌낸 보호수에서 느낀 부자연스러움과 동시에 도시 계획을 통해 조경된 인공적인 자연의 형태에서 드디어 느낀 이질감을 회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느낀 자연과 인공의 유동하는 경계를 회화, 사진, 조각의 형태로 표현한다.
나하윤은 유한한 삶과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놓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을 포착한다. 그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우연적인 존재의 순간을 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주변 세계를 대면하고 끊임없이 변화와 생성을 거치는 시간의 흐름을 붙잡는다. 조각, 회화, 설치 등 다매체를 활용하며 추상적인 현상의 단편을 펼쳐내는 그의 작품은 소박하지만 따뜻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서원은 우리 주변에 늘 함께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숨어있는 틈새의 공간이나 습기, 어둠, 습관이란 행위 등의 추상적인 상태를 조각한다. 피부에 느껴지지만 만질 수 없는 습기, 빛을 통해 인지되지만 시각 외에는 감각할 수 없는 어둠,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를 물질로써 느낄 수 있도록 실재하는 덩어리의 형태로 표현한다. 주로 도자기, 흙, 석고를 사용하며 캐스팅 기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적, 촉각적으로 느끼는 경험을 제시한다.
도정윤은 버려져 방치된 사물을 가져와 변형과 재조합의 과정을 거친다. 사물이 오브제로 변환되어 작품으로 탄생하는 가치의 전환을 설치, 콜라주, 회화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진 않지만 설치의 방식을 통해 해석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 제시한다. 관객이 그 이미지를 도출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를 아우르는 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주형지는 자신을 미술을 통해 품을 나누는 행위자이자 미술가로 상정한다.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에서 느꼈던 긍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가까운 지인과 낯선 타인 모두를 포함해 미술을 통한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주로 참여미술과 설치의 형태로 창작하며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기록해 아카이빙의 형식으로 제시한다. 예술가의 사회적인 역할을 주목하고 이를 지속해서 실험해 오고 있다.
이사빈은 일상 속 내밀한 개인의 경험을 간단하고 유쾌한 참여 형태 작품으로 표현한다. 주로 조각과 설치의 형식을 활용하며 작가의 경험과 참여자의 경험은 작품을 매개로 연결되어 새로운 경험으로 변화되고 확장된다.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일상을 천천히 살펴보고 감각하며 소화해 내는 과정은 사치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그리고 다시 낯설게 보는 과정은 무한하면서 유한한 우리의 시간을 다채롭게 음미할 수 있는 기회이자 행운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펼쳐내는 감각을 통해 따뜻하고 시원한 봄의 시작을 함께하길 바란다.
글 김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