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갤러리 3월 전시 ‘서은아 개인전’
매일을 헤엄치는 방법
서은아에게 조각은 돌을 주워 씻기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작가의 작업실은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매일 다니는 익숙한 길이 되기도 하고, 일상에서 벗어난 낯선 도시나 숲, 바닷가가 되기도 한다. 2018년부터 선보여온 <흔적> 연작은 이렇게 다양한 장소에서 수집한 돌을 활용해 제작되었으며, 수집한 곳의 경도와 위도로 그 제목이 지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작품 앞에 설 때, 전시 공간 밖 무한히 확장된 장소로 초대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늘상 마주하는 이 ‘돌’이 어류의 꼬리(지느러미)와 만남으로써 새로운 오브제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생물/무생물, 강함/연약함, 단단함/유연함, 부동성/자유로움이라는 이질적인 두 성질이 ‘돌붕어’라는 형상을 통해 하나로 접합되어 나타난다.
‘지느러미’는 돌처럼 굳어버린 오늘에 남은 과거의 빛나는 흔적인 것일까, 아니면 웅크린 몸에서 미래를 향해 새롭게 태어나는 몸짓인 것일까? 돌붕어의 독특한 속성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감상을 자아내며 삶과 죽음을 한 몸에 담고 있다. 서은아의 조각이 ‘입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처럼 작가는 과거-현재-미래로 흘러가는 선형적 시간을 따르지 않으며, 보는 관점에 따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비선형적(곡선적) 시간관을 만들어낸다. 꼬리에 생동하는 물결 모양, 각지고 모난 것들을 끌어안는 어항의 둥근 형상 등 '곡선'은 서은아의 작업에서 핵심적 요소가 된다.
곡선의 이미지로서, 특히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조명되는 것은 ‘헤엄’이다. 기존에 단독 조각 작품으로 선보여지던 돌붕어들은 회화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어항 속에 놓여지기도 하고 하늘 위를 유영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마치 다양한 장소에서 수집했던 돌을 다시 새 공간으로 풀어주는 듯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매번 새롭게 살아내는 일의 해법은 이처럼 해방된 시간과 공간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제에서 내일로, 바다에서 하늘로 건너가는 신비로운 움직임을 느끼며 견고한 오늘로부터 잠시 동안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글. 나하늘
서은아_<둥근 물멍>_에폭시, 포맥스, 아크릴채색에 크리스탈 클리어_1152*1200*103(mm)_2024
For Suh Eun-Ah, sculpting begins with the act of picking up and washing stones. Her studio transcends physical boundaries, becoming the familiar path she walks every day, or sometimes the unfamiliar cities, forests, or coastlines she explores. Since 2018, her ongoing series 'Traces' has utilized stones collected from various locations, with titles derived from the latitude and longitude of each site. Thus, when standing before her works, viewers are invited to journey beyond the confines of the exhibition space.
What's intriguing is how the common 'stone' transforms into a new object through its encounter with the tail (or fin) of a fish. The juxtaposition of contrasting qualities such as living/non-living, strength/fragility, solidity/flexibility, and immobility/freedom converges into the form of the 'stone-fish.'
Does the 'fin' represent a luminous trace of the past preserved in today's hardened stone, or is it a gesture of the future being born from a stooped body? The unique characteristics of the stone-fish inevitably evoke a myriad of interpretations, encapsulating life and death within a single entity. It's the reason why Suh Eun-Ah's sculptures can only be multidimensional.
In this way, the artist doesn't adhere to a linear progression of time from past to present to future, but rather creates a nonlinear (curvilinear) temporal perspective that allows for free exploration depending on the viewer's standpoint. The 'curves' – whether the undulating waves of a tail or the rounded contours embracing jagged edges in an aquarium – become central elements in Suh Eun-Ah's work.
As symbols of curves, particularly emphasized in this exhibition, 'swimming' stands out. Previously presented as standalone sculptures, the stone-fish are now depicted swimming within a canvas, sometimes even floating in the sky, through close collaboration with painting. It's as if the stones collected from diverse locations are being reintroduced into new spaces.
The solution to living each day anew may lie hidden within liberated time and space. May we momentarily experience freedom, feeling the mysterious transitions from yesterday to tomorrow, from sea to sky, as we anchor ourselves in the firmness of today.
Na Haneul
서은아_<Round-Around 1.>_에폭시, 나무판넬, 크리스탈클리어, 아크릴채색에 우레탄 코팅_
설치크기 약 950*1350(mm), 각 600*600(mm), 2024
전 시 명 : 서은아 展 매일을 헤엄치는 방법 (The way to swim everyday)
전시 기간 : 2024. 3. 2. - 30. / opening; 3. 2(토) 2:00P.M.
개관 시간 : 수~일(11A.M.~5P.M.)/월, 화 휴관
전시장소 : 마리나 갤러리 (010-3766-8280)
주 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로817 레이킨스몰 260호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2층 연결통로 앞/무료주차)
서은아_<Round-Around 2.>_에폭시, 나무판넬, 크리스탈클리어, 아크릴채색에 우레탄 코팅_
설치크기 약 950*950(mm), 300*400(mm) 3EA, 300*30(mm) 1EA)_ 2024
작가약력
서은아 (Suh, Eunah)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석사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4 <매일을 헤엄치는 방법> 마리나 갤러리
2021 <흐르고, 지나가다, 남겨져버린.> 어린이미술관 하루
2019 <낯선 흔적> Galley 공간 더인
2018 <기억의 흔적> 갤러리1898
단체전
토탈미술관, 성북예술창작터, 삼각산시민청갤러리, 금촌예술공장, 예술의전당, 코엑스 등 다수의 기획전, 단체전 참여
작품소장
크라운 해태 아트밸리, 망향휴게소 열린미술관, 명동성당 외 개인소장 다수
서은아_<흔적>시리즈_자연석, 에폭시, 아크릴채색에 우레탄코팅_가변설치_2022-2024
서은아_ <잠들지 않는 바다1. 2.> 시리즈_ 에폭시, 나무판넬, 아크릴채색과 펜 드로잉_각 300x400(mm)_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