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그려온 ‘소나무 화가’ 구명본이 새로운 방식으로 소나무를 표현한 작품 50점을 부산에서 전시하고 이어 서울에서도 선보인다.
지난 4월 송혜수 미술상을 수상한 화가 구명본이 새로운 기법으로 소나무를 그린 작품 50점을 처음으로 부산의 금련산 갤러리에서 먼저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기존처럼 붓으로 그리지 않고 캔버스 위해 겔을 섞어 돌가루를 바르고 그 위에 청색이나 붉은 색의 아크릴 물감을 칠한 후 긁어 내는 방식이다. 긁어 낼 때 사용한 도구는 치과에서 볼 수 있는 그라인더다.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들이 많아지고 화풍이 비슷한 작가도 보이자 구명본 작가는 원조를 고집하기보다 자신이 앞서서 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소나무처럼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흙을 작품의 소재로 삼고 싶어 고민하던 중 지난해 초 문경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대학 친구를 찾아가서 흙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문제는 마르면 갈라지는 흙의 성질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작가의 고민을 지켜보던 친구는 흙을 도자기처럼 구운 뒤 분말을 만들어 사용해보라고 조언했고, 이를 실행해 보니 문제점이 해결되었다고 했다.
바탕에 흰색의 불규칙한 여백을 두고 까치를 넣는 등 구명본 작가의 소나무 그림은 이전과 달라졌다. 섬세하고 세밀하면서 까치 움직임 덕분에 동적인 느낌까지 담겼다. “돌가루가 날려 작업 중에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등 어려움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붓으로 소나무를 그리는 현실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소나무를 표현해 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번 구명본 화가의 전시는 금련산역갤러리에서 개최된 후 이번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부산갤러리에서 이어진 후 다시 양산 갤러리 오로라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