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I어게인 : 귀한인연
이지영 《Into the Mist》 Lee, Jeeyoung Into the Mist
- 2024 OCI어게인 : 귀한인연 선정 작가 이지영(1983-)의 개인전
- 장소, 대상 등 피사체를 모두 직접 제작하여 촬영하는 노동집약적 사진 작품
- 인공 안개로 채워진 텅 빈 공간의 어렴풋하고 의미심장한 인물들
- 면의 기억 등 작가의 마음 상태에서 기인하는 감정들을 형상화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함께 해온 작가와의 인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마련한 전시지원 프로그램 2024 OCI어게인 : 귀한인연 선정 작가인 이지영의 개인전 《Into the Mist》를 7월 4일부터 8월 10일까지 OCI미술관 3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이지영은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그 속에 녹아 있는 사연과 감정을 담은 방을 구축한다. 일상에서 겪는 일련의 경험은 모두 작품의 출발점이 된다. 가벽을 세운 후 그 공간을 손수 제작한 크고 작은 오브제 수십, 수백 개로 가득 메워내어 각각의 기억을 담은 꿈 혹은 마법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그러고는 완성된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이것이 작가가 그간 선보인 스스로의 마음의 무대, 〈Stage of Mind〉 시리즈다. 마치 그림 같아 보이는 사진, 혹은 디지털 합성으로 제작된 듯한 초현실적 사진은 밤낮없이 지속된 고된 작업의 결정체이다.
지금까지의 작업에서는 오브제로 공간을 채워 왔다면,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그 반대이다. 오히려 텅 비우고, 대신 스모그 머신을 활용해 피워낸 인공 안개로 메웠다. 그 속에 특정한 포즈를 취한 인물만이 희미하게 존재할 뿐이다. “Stage of Mind” 시리즈에서는 솔직한 나의 마음을 만나기 위해 한 점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고강도의 노동과 긴 시간을 투입해 공간을 구축해 나갔다. 그러나 “Into the Mist”에서는 오로지 색의 온도, 스모그의 입자가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만으로 공간을 가득 채움으로써 비워냄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방식을 시도하였다. 무(無)의 상태는 자연스레 내면으로의 몰입을 유도한다.
전시명 《Into the Mist》는 스키장에서 경험했던 기억에서 출발하였다. 슬로프에 드리운 짙은 안개 덕에 시야가 흐려진 막막한 상황에서 작가는 인생의 순리를 엿보았다. 분명히 눈을 뜨고 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그저 묵묵하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몽환적인 상황은 작가의 마음에 보다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와 같은 경험을 사진으로 풀어내었다.
특정한 감정을 떠올리는 색채로 가벽을 도색하고, 공간 속에 직접 들어가 해당 감정을 연상시키는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촬영한다. 출품작의 제목들은 〈Compulsion〉, 〈Swamp〉, 〈Dialogue〉 등으로 모두 인간의 심리 상태와 연결되어 있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그 존재를 미약하게 드러내고 있는 인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가와 그 감정을 공유하는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개인들의 기억은 모두 상이하나 인간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들은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이지영이 기록한 마음 상태를 나누고, 비로소 나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Curiosity_pigment print_60×90㎝_2019
In My Dream_pigment print_80×120㎝_2019
Compulsion_pigment print_60×90㎝_2019
Swamp_pigment print_60×90㎝_2019
Breaktime_pigment print_120×180㎝_2019
Storm_pigment print_60×90㎝_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