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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경남도민의 문화 향유의 기회 확대와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실감영상 《전혁림, 푸른 쪽빛 너머로》를 상영한다. 이번 몰입형 실감영상은 전혁림 작가의 시선이 담긴 풍경과 정물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선보인다.
1915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전혁림은 경남을 대표하는 1세대 추상화가이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수히 많은 풍경화와 정물화, 추상적 민화, 도자기 등을 제작했다. 그는 한국적 색채 추상화의 대가로 불린다. 통영 바다를 보고 자랐고, 그곳에서 끊임없는 창작 혼을 불태운 작가답게, 푸른 쪽빛은 전혁림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색채이다. 오방색의 한 색채이기도 한 청색과 원색의 대범한 사용은 전혁림 예술의 핵심적 매력이다.
이번 영상에 등장하는 전혁림 작가의 작품은 총 10점으로 도립미술관 소장품 3점과 전혁림미술관 작품 7점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추출한 디지털 소스가 2D, 3D 모션그래픽으로 재구성된다. 대표작품으로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새만다라>와 중반부에 등장하는 <오리가 있는 정물>, 영상 후반부의 <충무항>, <운하교> 등이다.
<새만다라>는 작가가 작고하기 3년 전에 만든 대형작품으로, 수백 개의 모반에 만다라를 유채로 그린 작품이다. 만다라는 불교에서 종교적인 깨달음을 위해 우주의 진리에 다가서고자 함을 빗대어 추상적 도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작가는 918개의 모반에 저마다 다른 형상의 만다라를 그리며 자신의 60년 화업을 정리하였다. 실감 영상은 도입부에 <새만다라>를 배치해 큐브처럼 맞춰지며 역동적으로 시작한다. <오리가 있는 정물>에는 전통적인 민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반, 목안(木雁, 전통 혼례 때 백년해로를 맹세하는 의례에 쓰인 나무로 만든 기러기), 삼국시대 굽다리 합 등이 등장한다. 이 정물들이 3D 모션그래픽을 통해 움직이는 모습으로 실감 영상에 구현된다. 이후 통영의 바다 풍경을 그린 <충무항>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2D 모션그래픽 기술을 활용하여 일렁이는 물결, 통영 바다 위를 선박이 유영한다. 뒤를 이어, 당시 통영항에 새로 지어진 다리(1967년 개통한 충무운하교)를 지나다니며 그 풍경을 관찰하고 그리기를 좋아했던 작가의 시각을 담은 석판화 <운하교>도 등장한다.
색채의 마법사로 불렸던 전혁림 작가가 사랑했던 푸른색은 그의 고향 통영을 떠올리게 하는데, 특히 아름다운 통영항의 넘실거리는 파도를 연상케 한다. 실감 영상에 활용된 작품들 역시 대부분 푸른색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회화, 석판화, 도자 등의 다양한 작품이 3D 모션그래픽 기술과 새로이 만나 전혁림 작가의 아름다운 작품 세계를 다시 한번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