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미술관 사전프로젝트 《산수 山水》
충남도는 2027년 충남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충남 출신의 예술가를 소개하는 미술관 사전프로젝트 《산수 山水》를 8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충남문화예술서울전시장(CN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충남 미술의 역사가 한국 미술사에 편입될 수 있도록 충남의 작가와 작품을 심도 있게 연구해 온 충남도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이끌었던 충남 출신의 작가들로 구성된 기획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상범(1897〜1972, 공주), △장욱진(1917〜1990, 연기), △박노수(1927〜2013, 연기), △민경갑(1933〜2018, 논산)의 작품 중 산과 강을 소재로 다루거나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1960년 이후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눠 새로운 시선으로 ‘산수’를 바라보는 작품 21점을 소개한다. 마치 산속을 거닐며 자연을 바라보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여 산수를 즐기고 사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1부는 이상범과 박노수의 ‘산수’이다.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두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1부에서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방식에 자신만의 화법을 더한 이들의 화풍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범은 향토적인 소재와 풍경의 작품을 보여준다. 그가 고안한 ‘청전(靑田) 양식’은 일상적 풍경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전시를 구성하는 <설경산수(雪景山水)>(1967), <추강어락(秋江漁樂)>(1960), <하경산수(夏景山水)>(1966) 등 그의 양식이 절정에 이른 1960년대 이후의 작품은 매우 익숙한 풍경으로 누구나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이상범의 작품 사이사이로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상범 작품 고유의 흰색, 회색빛의 풍경과 대조를 이루는 다채로운 색감을 드러낸 산수는 박노수의 작품이다. 그의 산수는 근대적인 공간 구성에서 탈피하고 화려한 채색을 더해 감각적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숭산온천(崇山隱天)>(1970년 초), <어조자오(漁釣自娛)>(1972), <고인다애정(高人多愛靜)>(1974) 등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군청색을 비롯한 작가의 독특한 색감과 시각을 보여준다. 이렇게 벽과 벽 사이로 중첩되어 보이는 두 작가의 작품은 산 너머 또 다른 산을 동시에 바라보듯 연출되어 새로운 감상의 방식을 제시한다.
2부는 민경갑과 장욱진의 산수이다. 서양화를 기반으로 재료와 형태의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 민경갑, 장욱진의 작품을 소개한다. 민경갑은 자연과의 조화, 공존이라는 주제에 수묵의 방식을 더한 강렬한 채색, 구성과 추상을 오가는 작품을 보여준다. 산 정상에 올라 또 다른 산을 바라보듯 눈높이보다 높게 배치된 <세월>(1996), 굽이굽이 산을 넘어 아름다운 폭포를 마주하는 듯한 <생태 1>(1988)은 작품의 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렇듯 단순하지만, 감각적으로 표현된 민경갑의 자연은 매우 독창적이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반면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던 장욱진은 단순함의 미학과 소박한 삶의 이상향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만의 독특한 화법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었다. 1부에서 보았던 중첩되어 보이는 산수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산수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욱진의 ‘산수’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특별한 산수를 모두 경험하게 한다. 특히 일상적인 소재를 정감 있는 형태와 색감으로 표현하는 그의 화법은 매직과 먹으로 색다른 풍경을 제시하며 그의 독특한 산수를 선보인다.
이렇게 이상범, 박노수, 민경갑, 장욱진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구현된 ‘산수’ 보여준다. 색다른 시선으로 ‘산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이들의 작품은 산과 강을 비롯한 자연 전체, 산수를 새롭고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보는 계기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전시는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2027년 개관하는 충남미술관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였다. 유엔스튜디오(UNSTUDIO)의 빈 판 베르켈(Ben van Berkel)과 국내 디에이(dA) 건축사의 협업으로 설계된 충남미술관의 모형과 3D 영상을 전시실에 설치하여 충남미술관의 콘텐츠 및 미술관의 방향성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우리의 산과 강, 자연을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한국 근현대 화단을 이끌었던 충남의 예술가를 새롭게 연구하여 충남미술의 지평을 확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1부. 이상범과 박노수의 산수
이상범 (1897~1972, 공주 출생)
서양화의 영향을 받아 사실적으로 현실의 풍경을 묘사한 이상범은 사경 산수화의 양식을 제시하며 한국 근대 산수화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관념산수에서 벗어나 주변의 산천이나 일상의 모습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청전(靑田) 양식’을 고안하였다. ‘청전 양식’은 전통적인 필법과 묵법을 사용하여 한국적인 정서와 향토적 정취를 드러내고, 수평적 대각선 구도와 긴 횡 폭의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완숙한 필묵의 조화와 수평적 구도는 전통 시대와 근현대 화단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상범, ‹추강어락(秋江漁樂)›, 1960, 종이에 먹, 색, 25.5×65㎝, 아라리오 컬렉션
박노수(1927~2013. 연기 출생)
전통적인 화법을 토대로 공간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박노수는 산수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동양화를 선보였다. 1970년대 초반부터 전통적인 수묵산수화에 명도와 채도를 더하고 색상의 대비가 뚜렷한 풍경화를 제작한 그는 동양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특히 작품의 소재, 선의 표현, 색채 사용, 추상적 표현, 여백의 활용 등을 보여주는 화법은 전통적인 수묵에 독특한 개성이 더해진 화풍으로 인정받았다.
박노수, ‹어조자오(漁釣自娛)›, 1972, 한지에 먹, 색, 45.9×69.2㎝,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소장
2부. 민경갑과 장욱진의 산수
민경갑 (1933~2018, 논산 출생)
자연과의 조화, 공존을 주제로 삼았던 민경갑은 형식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하였다. 수묵의 전통적인 특징을 계승한 채색 기법으로 강렬한 색채, 웅장한 선을 표현하여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새로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깊이 있는 색감의 독보적인 채색,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형식적인 시도는 한국화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제시한다. 또한 전통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그의 독특한 화풍은 한국화의 현대화를 주도하며 한국 화단의 발전을 이끌었다.
민경갑, ‹생태 1›, 1988, 화선지에 색, 161.5×140㎝,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장욱진(1917~1990, 연기 출생)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던 장욱진은 일상적 소재를 정감 있는 형태와 색감으로 화폭에 담았다. 그는 생명력을 간직한 푸르른 풍경,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인간과 동물 등 주변의 소재를 단순하지만 대담하게 표현하였다. 이렇게 단순함의 미학과 소박한 삶의 이상향을 동시에 담은 색다른 표현 방식은 한국적 미학과 현대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서양화를 기반으로 동양적인 소재와 형식을 활용한 그의 화법은 한국적인 모더니즘을 제시하며 한국 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장욱진, 무제, 21.6x27cm, 종이에 색,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