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심상 채집’2024년 하반기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2024. 08. 07 (수) ~ 2024. 08. 13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2024년 하반기 갤러리 도스 ‘심상 채집’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한수진 ‘가까워지며 멀어진’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4. 08. 07 (수) ~ 2024. 08. 13 (화)
2. 전시서문
추상의 구체화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 중 스포츠 분야의 보도가 생략된 경우는 희박할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스포츠 기사는 경기의 생생한 현장감과 선수들의 다소 경직된 혹은 득점에 황홀해하는 표정 등을 실으며 마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 구장에서 목격하고 있는듯한 감각을 전한다. 이러한 역동적 기운을 기사에서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사진의 초점을 전부 주인공 또는 필드의 풍경에 맞추어 우리의 시선이 핵심 부분 외의 영역으로 분산되지 않도록 의도하기 때문이다. 멈추어 있는 이미지를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배경에 자리한 불특정 다수의 인물과 각종 지형지물은 집중 대상 뒤로 가려져 흐릿하게나마 실루엣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들의 역할은 그저 강조하고자 하는 특정 요소를 더욱 부각하기 위해 뒷받침 해주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많은 경우에서 사람들의 인식 속 미세한 구석으로 미련 없이 잊히게 된다. 한수진 작가는 시야 바깥에 안치하도록 겨냥된 사진 속 부차적인 존재들을 각각이 간직한 상황, 분위기, 여러 인물이 모인 집단의 시각적 특징 등과 같은 양상으로 분석한 후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점을 작가 고유의 패턴화로 인식하여 확장한다.
휴대전화 혹은 사진기를 손에 쥔 이는 화면을 방해하는 잔류들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지만 그런 순간은 마음처럼 잘 오지 않는다. 사진 안의 필수 조건만을 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도 모든 장면을 일일이 세팅하지 않는 이상 배경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 손수 촬영한 동적인 순간을 시공간이 정체된 이미지로 관찰하면 고의성 없이 우발적으로 포착된 대상이 저마다 다른 행동과 표정을 취한 채 무작위로 노출된다. 그들은 자신이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타인의 카메라에 영구적 기록으로 머물 것이라는 점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네 컷 프레임 속 그저 엑스트라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난잡스럽기만 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씌워진 의도되지 않은 순간들은 결과물 속에서 기대했던 모습보다 더욱 다양한 내용을 보여준다. 작가는 빛의 흔들림, 일관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위치한 조형물, 사람들이 렌즈를 신경조차 쓰지 않으며 각자의 정면을 향해 고정한 초점 하나하나를 눈에 담아낸다. 이 단계에서 목적을 가지고 사진으로 나타나 주기를 원했던 바람은 흐려지며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무의식의 순간이 의식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겪게 된다. 나아가 표적이 된 선명한 화질의 주체를 뒤로하고 가장자리 범주에 남겨진 무언가를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며 더욱 확실한 정보를 발견하기 위해 시도하지만 보다 정확한 실체를 살피기 위한 과정은 그 모습을 드러낼수록 원거리에서 인지할 때에 비해 외려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의 추상적 형태로 나타남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대상을 이해하고자 거리를 좁힐수록 정체가 감추어지는 모순에 근거하여 흐트러지면서 경계를 소실하게 된 모습을 중심적으로 다루며 직접 체감한 빛과 색감을 작품으로 구성한다.
날 것의 현장을 꾸밈없이 각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촬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전부 익숙하게 카메라를 다루며 간직하고자 하는 순간을 간단하게 저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한 순간의 뒤편까지 고개를 비켜 시선을 나누어 준다면 점처럼 잔존하는 무수한 이미지의 흔적을 알게 될 것이다. 한수진 작가는 누구나 주목하여 다수의 관심을 받는 결정적 주체가 아닌 그 밖의 객체에 애정을 쏟으며 편향된 우리의 몰입을 균일하게 환기한다. 더불어 크게 확대한 배경 속 이미지를 추상으로 구체화하여 앞서 언급한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시각의 범위를 예술적으로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시각적 경험은 갇혀 있던 시선에서 찾지 못했던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늘 곁에서 함께해왔지만 잔잔한 존재감으로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던 무언가를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다.
IMG2876_oil on canvas_162×130.4cm_2024
IMG1970_oil on canvas_65×52.5cm_2024
IMG1842_oil on canvas_37×35cm_2024
IMG2306_oil on canvas_90×90cm_2024
IMG2205_oil on canvas_65×52.5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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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사진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진 속에는 의도치 않게 찍힌 풍경이나 사람들이 있다. 어떤 할머니의 뒷모습이 좋아서 찍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할머니의 독특한 손동작, 구겨져 있는 신발, 할머니의 앞에 있던 유리에 비치는 나의 모습 등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은 이후에 사진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짧은 찰나의 이미지 속에 일방적으로 찍혀버린 무수히 많은 대상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포츠 보도사진을 보면 멋진 선수들의 포즈 뒤로 관객들의 모습이 아웃포커싱이 되어 흐릿한 색으로 남아있다. 이 사람들은 의도치 않게 스타 선수의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배경으로 전락해 버린 사람들을 확대해 보면 일정한 색과 빛이 패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그때의 상황들,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팀복, 일정하게 배치되어 있는 관람석들 그곳의 날씨 등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미지들이 나에게는 인종, 문화, 집단의식 등이 일정한 색감의 패턴으로 느껴졌다.
나는 사진을 확대해 보는 것을 즐겨 한다. (이것은 어쩌면 현물로서의 사진이 아닌 모니터 속에 저장된 디지털 이미지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사진 속 우연히 찍힌 대상을 자세히 보려고 확대를 하고 또 확대를 해본다. 디지털 이미지는 무한히 확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이미지는 점점 파괴되고 흐려진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선명하지 않은 아우트라인과 뿌옇게 흐트러진 색들로 표현된다. 어느덧 무의식적으로 찍힌 형상은 사람인지 풍경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추상화되어갔다.
4. 작가 약력
한수진 │ Soojin Han
0497130@naver.com
@painting_soo
학력
2011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 석사 서양화전공
2008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 학사 회화판화전공
개인전
2024 가까워지며 멀어진_갤러리 도스
2013 The Moment_유중아트센터
단체전
2021 EUMC fair_이대서울병원
2011 신진작가 아트페스티벌_공평아트센터
2011 채집된 풍경_스페이스15번지
2011 미래에셋 공모전_센터원 빌딩
수상
2011 미래에셋 공모전 가작
논문
2011 바라봄으로 표출되는 자의식의 세계_석사청구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