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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바즈:2024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인디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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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영화는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024년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대의 영상 작가를 조명하는 인디비주얼 부문의 작가로 브라질 출신의 아나 바즈를 초청했다. 아나 바즈는 브라질, 호주, 프랑스 등에서 영화를 제작하면서 국제영화제 및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상영과 전시, 렉처 퍼포먼스로 영화계와 미술계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에 이어 올해에는 아나 바즈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1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일부 작품이 국내 영화제 및 연구모임에서 소개된 바 있지만, 다수의 작품이 국내 관객에게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나 바즈는 브라질을 포함한 아메리카의 시공간을 오가며,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살았던, 이제는 쫓겨난, 여러 존재들을 소환한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도시로 건설된 자연, 자연과 일치되었던 인간과 분리된 인간, 돌과 숲, 광산과 호수 등 ‘자연과 인간’의 다양한 구성원을 관찰한다. 어쩌면 ‘자연과 인간’이라는 이 흔한 문구는 아나 바즈의 관점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표현일 것이다. 아나 바즈는 근대 서구인들처럼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을 그 중심에 선 주체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에서 장소(배경)와 인물, 사건은 중첩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일례로 ‹신성한 맥박›(2007)에서 모더니스트들의 유토피아적 비전, 즉 인간의 욕망이 탄생시킨 도시 브라질리아는 장소이자 인물이며, 사건이다.

아메리카를 발견한 유럽인은 그 땅에 자신들과 동등한 문화적 소양을 가진 인류가 없고, 자신들이 “아무 것도 없는 빈” 땅을 발견했다 믿었다. ‹육지의 발견!›(2016)에서 사냥의 대상이 된 어린 소녀의 위태로운 모습과 ‘육지다! 육지다!’를 외치는 남성의 목소리는 식민지를 확보하려는 경쟁의 시기에 일어났을 발견과 대면의 순간을 소환한다. ‹아피예미예키?›(2019)는 고속도로 개발 과정에서 강제 퇴거와 학살을 경험했던 아마존의 선주민이 남긴 드로잉 아카이브와 역사를 담고 있다. ‹아메리카의 밤›(2022)에서 건축가들에 의해 변화된 도시에서 서식지를 잃은 동물군상은 타자와 비인간 생명체 모두를 포함한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남반구의 관점’이 아닌 ‘지구의 시점’을 견지한다.

아나 바즈에게 영화는 고국인 브라질로 대변되는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역사적 문제를 드러내는 매체이면서, 동시대 인류에게 당면한 기후 위기와 인류세에 새롭게 가져야할 관점을 구성하는 매체다. ‹영화, 되찾다›(2015)와 ‹나무›(2023) 등에서 영화가 경험과 인식의 과정으로 작동한다. 리스본 시의 ‘언스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두 명의 고등학생과 일 년간 시간을 보내고 ‹검은새를 보는 13가지 방법›(2020)을 만들기까지 작가는 두 학생과 수많은 실험영화를 보면서, 감각을 자극하고, 또 함께 많이 걸었다고 한다. 그에게 영화는 질문을 던지고, 상상력과 사고를 억압하지 않는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의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생각하며 또 우리의 질문을 던진다면, 영화를 감상하는 과정 역시 우리에게 경험과 인식의 과정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영화는 영화의 미래를 향하기 때문에 영화의 기원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간다. 영화의 구조를 해체, 파괴, 분절화하여 영화가 계속해서 기억하려는 것은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당신에게 깨닫게 하는 것이다. 영화는 식민지가 되어 버린 산업, 즉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상업’ 영화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간다. 영화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자, 때로 우리의 인식을 변형시키는 것이며, 그 자체로 시간과 공간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 실험영화는 바로 이러한 지점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 아나 바즈, 바바라 베르가마쉬 노바에스, ‹포스트 식민주의 영화 풍경-아나 바즈와의 대화›, 『예술에서의 과학과 기술』, 제13호, 3호(2021),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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