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발췌 - 「김정남의 작업, 하얀 산맥과 풍경이 된 파토스」 중에서
- 고충환 미술평론가
존재에는 결이 있다. 자연에도 결이 있다. 나무에도 결이 있고(나이테) 바람에도 결이 있다(바람결). 물에도 결이 있고(물결) 빛에도 결이 있다(빛살). 호흡에도 결이 있고(숨결) 몸에도 결이 있다(지문). 소리에도 결이 있고 피부에도 결이 있다. 소리나 피부가 거칠다거나 부드럽다고 할 때가 그렇다. 그러므로 결은 존재의 질감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결이 있는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결도 있다. 이를테면 마음결 같은. 그렇다면, 결은 무엇인가. 몸에 아로새겨진 존재의 증명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존재가 겪었을 삶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시간의 흔적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은 에너지의 물적 형상일지도 모른다. 존재는 움직인다. 존재와 존재가 움직이면 충돌이 일어난다. 그렇게 충돌이 일어나는 곳에 에너지가 발생한다. 그렇게 바람과 바람이, 공기와 공기가, 존재와 존재가 움직이면서 부닥칠 때 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에너지가 결을 만든다. 거시적(혹은 미시적)으로 말하자면,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움직이면서 부닥칠 때 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에너지가 존재를 생성시킨다. 그러므로 결은 어쩌면 존재에 아로새겨진 지문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풍경에도 지문이 있고, 상처에도 지문이 있다.
결은 흐른다. 존재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존재가 이행 중이기 때문이다. 결이 흐를 때 마구 흐르지는 않는다. 흐르다가 맺히고 맺히는 듯 흐르는 강약이 있고, 주기가 있고, 패턴이 있다. 그게 뭔가. 율이다. 리듬이다. 리듬이 자연에 탑재되면 자연율이 된다. 자연이 숨겨놓고 있는 리듬 그러므로 음률이라고 해야 할까. 자연이 품고 있는 소리 그러므로 음악이라고 해야 할까. 자연이 은연중 실현(그러므로 암시)하고 있는 공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자연의 호흡, 자연의 숨결, 자연의 기운, 자연의 섭리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작가가 그려놓고 있는 풍경에는 결이 있고, 율이 있다. 주름이 있고, 리듬이 있다. 산을 쳐다보면(시선), 산도 쳐다본다(응시). 그렇게 내가 산을 쳐다볼 때, 나에게서 산 쪽으로 산에서 내 쪽으로 건너가고 건너오는 것이 있다. 교감이고 공감이다. 감정이입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에는 산과의 교감이 있고, 자연과의 공감이 있다. 그 교감이, 그 공감이 산맥을 따라 흐르는 결로, 율로, 주름으로, 리듬으로 정착되었다.
- 전 시 명 : 김정남 展 - Natural rhythm
- 장 소 : 구구갤러리
- 전시기간 : 2024.08.21 ~ 08.27
- 약 력
개인전
2024 15회 natural rhythm 자연율 (구구갤러리, 서울)
2022 13회 빛으로 흐르는 결 (강릉시립미술관, 강릉)
2020 12회 60화랑초대전 –DEEP END 자연의 겹침에 흐르다 (60화랑, 서울)
2018 11회 자연에 어울리다-개인전 (가나인사아트센타, 서울)
1999 1회 개인전 (관훈갤러리, 서울)
아트페어
2022 에코아트페어 /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
2019 AAF아트페어 런던햄스테드 / 런던, 영국
2018 서울아트쇼 / 코엑스, 서울
2017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 벡스코, 부산
2016 아쿠아 마이애미아트페어 / 마이애미
2014 서울모던아트쇼 / 예술의전당, 서울
2013 아시아 호텔아트페어 / 콘라드호텔, 서울
시애틀아트페어 / 시애틀, 미국
AAF뉴욕아트페어 / 뉴욕, 미국
아트햄튼 / 햄튼, 미국
아트페어 홍콩 컨탬퍼러리 / 홍콩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 코엑스, 서울
2012 아트페어 컨택스트 마이애미 / 마이애미, 미국
2010 아트아시아아트페어 마이애미 / 마이애미, 미국 외 30여 회
단체전
2023 홍천미술관기획 강원의풍경전(홍천미술관, 홍천)
2022 강원트리엔날레/ 평창송어축제장 일원
2021 현대미술의 조명전 /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
수상
2012 10회 서울미술대상전 “최우수상”
2011 12회 대한민국 정수미술대전 “대상”
2009 10회 신사임당미술대전 “대상”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3회), 강릉시립미술관, 월간전시, 동해시, 정수예술원, 문화체육관광부, CNB저널, TIME紙한국특파원, 갤러리앤 국내외 개인소장
강원갤러리 2024 선정작가전
강원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의 살아 숨 쉬는 자연의 미술관이자 박물관이다. 천혜의 자연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 해오며, 창작활동을 해 온 강원미술인들의 역사는 이미 60년의 세월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강원갤러리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오랜 시간 다듬어진 강원미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내외의 예술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예술사업이다.
2024년 강원갤러리의 행보의 첫 번째로 5월 ‘2024 강원갤러리 기획초대전-강원회화의 窓’을 진행하였으며, 그에 이어 두 번째로 7~10월 중 13회의 개인전을 기획초대하는 ‘강원갤러리 2024 선정작가전’을 진행한다.
‘강원갤러리 2024 선정작가전’은 강원특별자치도의 예술정서를 담고 있는 지역 작가 13인을 초대하여 강원 미술의 특별함과 우수성을 선보이고자 하는 전시이다.
이는 강원미슬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적 교류와 소통을 통해 활동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강원 지역에만 국한되어 오던 강원미술이 새로운 영역으로의 공식적인 행보를 선언하고 보다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지역 예술의 의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