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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자유로부터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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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없지만 우리는 사각의 프레임 속에 살고 있다. ‘사각 프레임 사회’ 이것은 인식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며 고정관념과 관습, 통제, 인공적 등의 속성을 지닌, 자신이 선택하기도 전에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결정되어 있는 모든 것들을 말한다. 우리는 결정된 것들을 학습한다. 그것들은 이미 뿌리 깊게 적용되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당연한 것들이 되며 다양함을 배제하기도, 의식할 수 있는 것들을 한정 짓기도 한다.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하거나 무언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체도 표준화된 학습과 경험에 의해 행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표준화 속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들은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그 안에서 잦은 불편함과 갈등이 생겨나 결국 행복의 기준마저 흐려지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은 일방적인 권태를 느끼게 하였고 삶이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타율적 삶에서 벗어난 자유를 갈망했다.

일반적으로 자유는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 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로 정의된다. 자유를 찾는 것이 개인 스스로가 삶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작업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전통적인 사각 캔버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자유라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수록 또 하나의 경직된 사고방식과 관념이 생성되어 버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자유의 모습마저 이미 정해지거나 학습된 자유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자유라는 개념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지,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한 모호성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선택한 자유마저 보이지 않는 사각에 의해 계속 통제되는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인간이 갖는 자유는 아주 제한적이라는 사실과 모든 관념은 사각형으로 나타나며 사각형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하게 되었다. 작업은 그럼에도 이러한 사각에서 자유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움직인다.

삶에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사회적 틀을 비롯한 모든 관념을 일상에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상자와, 그동안 당연하게 사용하였던 캔버스에 대입하여 물리적인 형태로 나타낸다. 종이상자는 규격화되어 무수하게 대량 생산되고 필수적 소모를 반복하는 사물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관념적 사고들이 당연하게 적용되어 표준화된 사회 그리고 그것을 기본적으로 따르는 인간의 관계와 유사성을 느꼈고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사각은 자신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다. 그것들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가리기를 시도한다. 일상에서 종종 보고 싶지 않거나 불필요한 것들을 여러 도구와 방식들로 가리곤 하는데, 가린다는 행위 자체가 아주 단순하지만, 그만큼 목적성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여 작업에 적용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사각을 물리적 도구들로 가려, 차단하고 동시에 그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미를 가진다.

처음에 천이나 포장재로 감쌌던 소극적 행위는 점차 추진력을 얻어, 접착테이프로 거침없이 테이핑하며 강한 의지를 표출한다. 테이프가 겹쳐지면서 물리적인 막이 생성되고 나와 사각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는 동시에 그 존재를 불편하게 만든다. 테이핑과 밀봉 과정으로 사각의 틀에서 느꼈던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고 형성된 막으로 인해 해방감을 얻는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주체성을 회복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나로 존재해 본다.

-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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