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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변후 ▶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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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후 ▶ 변경.  NO33, Gum Bichromate Print,34X51cm .2023



한희준의 Plastic, 물질의 재탄생

미술평론가 유현주

플라스틱의 생명

사진작가 한희준의 플라스틱 작업은 사실‘물질의 생명’이라는 화두와 관계가 있다.2014년 사라예보의 전시에 참여하는 동안 플라스틱 물병에 관한 사색은 그의 작업 세계를 다른차원으로 이끌었다.그때 그는 가장 깨끗하기로 유명한 사라예보의 물을,겨우 하찮은 일회용 플라스틱병으로 마신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그런데 어느 순간 이 싸구려 플라스틱병이사라예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떠도는 난민처럼 보이기 시작하였고 상품으로 포장된‘아픈 자연’으로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작가는 플라스틱 물병들이 영혼을 잃은 신체 즉 자본의 노예가 되어 혹사당하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러한 시선으로 작가는 플라스틱이란 물질과우리의 생활 세계에 대한 깊은 번뇌를 담은 그 자신만의 고유한 사진예술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플라스틱을 자연으로 본다는 것은 그것을 하나의 생명으로 간주하는 태도일 것이다.생기론 철학자 제인 베넷이 그의 책《생동하는 물질》에서,동물이 사회적이고 의사소통을 하며생각하는 삶을 산다는 주장에는 사람들이 동의하는데 금속과 같은 비유기적인 신체 역시‘생명’을가진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베넷은 유기적인 생명뿐 아니라‘비유기적인 물질’에도 역시 생명이 내재한다고 보며, ‘하나의 생명은 약동하는 활기 또는 파괴적이면서도 창조적인힘-존재’라고 정의한다.모든 물질에 변화무쌍한 생명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 철학자의 견해를 인용하는 이유는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을 안타까운 생명으로 여기는 작가의 관점과 유사성을 갖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에 생명이 있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인가?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탄소화합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인간에 의해 변형된 물질이다. 합성섬유,페인트,전자제품,건축재,페트병 등의 원료인 석유로부터 화학적 과정을 거쳐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으로 생성된 고분자 물질이 바로 플라스틱이다.본래 석유는 사체의 혐기성 분해로 인해 생성된 수억 년 전의 화석연료이다.석유 자체가 이미 생명으로부터 온 것이었지만, 그것들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썩지 않는 물질로 가공되어(plastikos)쉽게 쓰고 버려져,마침내 잘게 부서진‘미세 물질’로 떠다니며 해양을 오염시키고 다른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바로21세기플라스틱이다.본래의 성질을 잃은 생명체로서의 플라스틱은 작가에게 언뜻 방부 처리된 시체 즉‘미이라’로 보였을 법도 하다.결국 작가는 플라스틱 내면에 깃든 오랜 지구의 생명체들을 의식하고, 그것들의 신체가 재배치되어 완연한 인공적인 사물로 태어났으나 지구에 파괴적인 존재로 변형되어버린 그 물질의 어디에선가 터져 나오는 무언의 외침을 외면하지 못한 것이리다.



‘빛의 그림’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플라스틱의 생명을 어떤 식으로든 되돌려주고자 시작한 한희준의 사진 작업은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그의 작업은 대부분 수공(手工)적인 것으로서,시아노 타입(Cyanotype)과 검프린트 기법(Gum Print)으로 인화하는 초창기 사진 기술인 청사진(blueprint)기법을 활용한 것이다.작가가‘포토그라피’즉 어원 그대로 빛(photo)으로 그리는(graph)회화적 사진 기술을 활용하여 인화한 사진을 통해,플라스틱은 낯선 사물로 태어난다.이 새로운 탄생의 비밀은 반기계적인 작업으로부터 나온다.말하자면,감광제를 종이에 발라 인화지를 만든 후,강황 가루(혹은철 가루)와 물감을 그 위에 뿌리고(때로 비누 거품을 불어 넣기도 하면서),작가가 자유자재로 변형시킨 플라스틱 물병을 올려놓은 후 화학적 반응으로 색이 변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수채화지에 인화된 플라스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낯선’사물로 등장한다.물통이라는 용도를 벗어나 플라스틱 본연의 얼굴을 내밀면서,이 낯선 사물들은 망각했던 생명의 본질을되찾으려는 듯,뇌리를 스치듯 번쩍이는 빛 속에, 즉 예술 언어의 섬광 속에서 나타난다.회화적 느낌을 강하게 주는 사진 기법인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로인화한2019년 플라스틱 시리즈는 세상의 모든 플라스틱 물병들의 초상화라고 할 만하다. 백산수, FIGI, nakd, Volvic등 각양각색의 물병들이 무슨 인격을 가진 존재처럼 하나의 화면 중심에위치해 관객을 정면으로 주시한다.생각지도 못한 사물들이 주인공이라니!잠시 당황스럽기도 하고 다소 키치와 같은 농담 섞인 느낌도 들지만,사람들은 그 가치 없다고 여긴 사물을 다시 주목하고 사진이라기보다 그림에 가까운 한희준의 진지한 작업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2020년의일부 작품들은 물병이라는 인상을 거의 지워버린 사진 작업이다.종이 위에 스케치하듯 찍혀진 희미한 플라스틱병의 흔적은 그 존재들의‘무가치함’의 의미를 오히려 더욱 부각시킨다.그런가 하면, 시아노 타입을 사용해 강한 청색 배경과 빛으로만 표현한 플라스틱병 사진들은 모종의 전자기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푸른 빛 유령처럼 섬뜩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작가가 플라스틱을 해체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것인데,엔트로피법칙에 의해 이전의 형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물질의 비가역성,즉 물질에 내재한‘죽음’을 떠올리게 한다.작가가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생명을 말하고자 하기 때문인데,근본적으로 작가는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을 자연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며,그것이 파괴적인 것이 아닌,선한 생명으로돌아가길 바란다.생성(Becoming)의 철학자 들뢰즈는‘생명은 오직 잠재성만을 갖고 있으며 실재이긴 하나 현실적이지는 않은 변화무쌍한 무리’로 존재한다고 보았다.생명이 창조적이거나 파괴적인 것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생명 자체가‘잠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현실에서 플라스틱은실제로 바이오매스와 같은 물질로 생분해되거나 다시 석유로 돌아갈 가능성을 진단받고 있다. 한희준의 작업에서도 암시하지만,폐플라스틱병들이 예술이라는 옷을 입고 상징적으로 부활할 때,플라스틱에 잠재된 생명을 자연으로 환원시키게 될 꿈 역시 언젠가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작가 약력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990년대 사진을 알게 되어 사진작가로 국내는 물론 유럽, 중국, 일본 등 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 제작 방향은 사진과 설치미술을 혼합한 형태로 사진의 고전 인화 방식인 시아노타입 프린트와 검 프린트 기법을 이용하여 한지, 수채화지 등에 인화하는 평면작업 과 유리, 수지, 헝겁 등에 인화하는 입체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작품의 주된 방향은 환경오염에서 지구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플라스틱”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2011년부터 청주, 서울에서 9번의 개인전과 서울, 인천, 수원, 대전 등에서 9번의 개인 초대전을 가졌으며, 한국, 일본, 중국, 보스니아, 조지아 등에서 200여회의 그룹전을 가졌다. 일불현대미술전에서 명 예총제상을 수여하였으며 작품은 세계평화센터(EU), 사라예보 시립미술관(보스니아), 태양도미술 관(중국) 등에 소장되어있다. 


작업의 방향성

 현대 예술에서는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미술과 사진의 구분도 점점 모호해지고 있 다. 현대사진은 미술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미술 또한 사진을 중요한 매체로 빈 번히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 작업은 현대 미술과 사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표 현 방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1. 미술적 요소의 도입 : - 구도와 색채 :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도입하여 사진의 구도와 색채를 더욱 예술적으로 구성 합니다. 이를 통해 사진에 회화적인 깊이와 감성을 더한다. - 텍스처와 표면 : 다양한 재료와 텍스처를 활용하여 사진에서 표현하지 못한 촉각적 요소를 강조한다. 다. 예를 들어, 사진기법에 철가루를 이용하여 철의 산화된 거친질감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2. 사진적 기법의 확장 : - 장 노출과 합성 : 여러 이미지를 오랜 시간 동안 빛으로 기록하여, 사진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시각적 이야기를 만든다.. - 고전적 인쇄방법 : 시아노타입, 검 바이크로메이트와 같은 고전적인 아날로그 기법을 재해 석하여 현대적인 맥락에서 활용한다.

3. 컨셉추얼 접근 : - 서사성 : 각 사진 작업에 서사적 요소를 더해, 관객이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 도록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감정과 의미를 전달한다. - 주제 탐구 :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어 사진을 통해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 를 들어, 환경 문제, 정체성 등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4. 미술사적 참조 : - 고전 회화와의 대화 : 고전 회화의 구도, 주제, 스타일을 참조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 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 사진사 탐구 : 사진의 역사적 기법과 스타일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통해, 나의 작업은 현대 미술과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 을 모색하고자 한다. 관객에게는 시각적 즐거움과 동시에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현대 예 술의 다층적 면모를 탐구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작품 제작 방향

 -주제와 기본 개념-
이번 작품은 물이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며, 인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물질이라 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주제로 플라스틱의 영향을 다루고자 하며, 사진의 고전적 기법인 시아노타입과 검 프린트 (채색. 철가루) 등을 활용하여 제작하였다. 

-작업 과정- 먼저, 세계 각국의 물이 담겼던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을 주제로 이미지를 선정했으며. 이러한 이 미지는 물의 중요성과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동시에 전달하고자 한다. 선정된 이미지는 시아 노타입 기법과 채색 또는 철가루 검 프린트 기법을 사용하여 수채화지, 다. 유리, 천에 프린트 하였 시아노타입 기법을 통해 푸른 빛깔을 띠는 이미지를 얻어, 물의 영적인 느낌과 죽음을 연상시키 는 효과를 내며 채색 검 프린트 기법은 다층의 색감을 구현할 수 있어 플라스틱 물병의 다양한 형태와 변형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수채화지는 물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질감을 제공하며, 유리는 투명한 특성을 활용하여 빛과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며 천은 유연한 소재로, 플 라스틱의 변형된 형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프린트된 이미지는 에폭시-수지를 천에 바르며 원하는 형태를 만든다. 
플라스틱 물병은 비틀리고 변형된 형태로 만들며 이는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영구적으로 남는 문제를 상징적 으로 표현한다. 특히, 유리에 프린트된 이미지는 라이트 박스에 설치하여 빛을 통해 플라스틱 이 미지를 부각시킨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이미지를 방부처리 하듯이 에폭시-수지로 코팅하여, 플라스틱 물병이 영원 히 썩지 않고 말라비틀어진 미라처럼 보이게 한다. 시아노타입의 푸른 빛깔은 영혼이 떠도는 그 림자처럼 작품 주위를 배회하면서 죽음을 연상하게 하여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가노트: 변후 ▶ 변경

내 작업은 사진 매체를 활용하여 빛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나는 사진 초기의 시아노타입, 검 바이크로메이트의 프로세스와 레이요그래프 기법을 사용 하였다.
 
이러한 기법들을 통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플라스틱의 편리함이 생태계의 변화,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패턴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상 기후로 인해 빈번한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며, 농업 생산량 감소, 생태계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나의 작업 과정에서는 예술적 감각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작품을 만들며, 자연의 순환성을 이야기 한다.
 
또한, 지지체를 햇빛에 노출시켜 화학 작용을 통해 자연의 순환 과정을 표현하고, 시간, 화학, 빛의 힘을 활용하여 자연의 다변화성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일반적인 사진이 한 순간을 이미지에 담는 반면, 나의 작업에서는 4시간 이상 빛을 연속하여 기록함으로써 자연과의 조화로운 협력을 이루고, 이를 통해 환경 보존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제 작업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단순히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문제를 더욱 개인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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