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분리되지 않은 전체는 감각적으로 인지되지 않는다.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도 그 전체로는 감각적으로 파악될 수 없다. 전체에서 떨어져 나오는 부분을 통해서 우리는 전체와 부분 사이의 경계를 느끼고 사고하며, 이해할 수 있다. 일단 경계가 그어지고 시간이 경과되면 그 분리가 자연스러워지면서 경계가 흐려지거나 소멸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분리된 두 부분을 서로 결합하고 통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더라도 경계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BOTH⟫는 연진영, 윤인선, 조현서 세 명의 아티스트의 작품을 통해 경계를 구성하는 인간의 '구성적 능력' 자체와 그 구성의 현장과 양상을 느끼고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작가 소개
연진영은 버려지는 것들, 효용 가치를 상실한 재료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오브제와 가구, 설치 작품을 만들어 왔다. 각종 브랜드 및 복합 문화 공간, 미술관 등을 통해 폭넓은 활동을 전개해온 그는 이 외에도 각종 자동차 부품, 에어백, 덕트, 텐트, 원두 마대, 운동화 등 쓸모를 다한 재료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전혀 새로운 기능과 미학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21세기 산업 전반의 과잉 생산, 소비, 폐기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며, 지속 가능한 예술과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험한다.
윤인선은 10여 년간 회회 작업을 하다 2015년 이후 탈회화적이며 다원적인 디지털 실험을 전개해 왔다. 스트라이프(stripe)를 기조로 하는 그의 기하학적인 그래픽 작업은 추상 지향적이며 무상한 무드를 띤다. 이들은 일상을 중지시키고, 어떤 알아차림(awareness)이 일어나는 명상적인 경험을 연출한다. 극도로 디지털적인 감수성 이면에 아날로그를 향한 향수를 감추고 있는 그의 작업은 일상과 현실에서 묘연해진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의식의 빛'을 시각화하는 시도이다.
조현서는 기술과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자 설치미술가로,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시스템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는 이러한 관계를 AI, 가상 환경, 물리 엔진 등을 활용하여 시뮬레이션하고 설치미술, 페인팅, 조각, 제품, 브랜드, 책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한다. 시스템을 관찰함과 동시에 이를 도구화하여 통제할 수 있는 주체성에 대한 실험을 전개하는 작업은 뇌과학자,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음악가, 건축가,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는 다학제적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왔다.
참여 작가 연진영, 윤인선, 조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