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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헌: 명소名所_비너스의 등 Attractions_ Venus's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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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박동준상 
배종헌 Jongheon Bae 수상전시
명소名所_비너스의 등 Attractions_ Venus's back

2024년 11월 8일(금)~12월 13일(금)



“자본과 시장이 막강한 위용을 갖는 동시대 미술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형식적 정형화와 거리를 두어 온 배종헌은 창작의 조건으로 주어진 시공간을 수용하고 투과하는 특별한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박동준상 2024’ 심사평(고원석)

배종헌(1969년생)은 별 볼 일 없는 일상과 장소, 주변의 환경 자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군의 개념적 프로젝트들을 수행해왔다. 회복 불가능한 행성에서의 현실적 삶의 예술을 꿈꾸고 있는 그는 산과 개천이 있는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자연과 상호 교감하는 서정적인 삶의 가치를 몸으로 체득했다. 초기에는 지극히 사적인 일상에서 후기산업사회의 불길한 징후들과 미시적 사회현상들을 읽어내는 비가시적 사고의 유형을 텍스트, 드로잉, 사진, 영상, 설치 등의 개념적 작업으로 표현했다. 최근에는 자연이 파괴된 도시환경 안에서 비존재적 자연의 잔영을 찾아, 잃어버린 시적 서정성과 미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예술의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수상기념 전시에서 배종헌은 올해(2024년) 초 유럽여행에서 마주한 수많은 얼룩들을 보며 새롭게 <명소>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 시리즈인 <명소-비너스의 등>을 선보인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관광 명소’는 주목 받는 것과 관심 밖의 것들의 명암이 두드러지는 공간이다. 이번에 출품하는 작품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견된 흔적을 소재로 한다.

“나는 관심 밖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다. 주인공이 아닌 주변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다. 비너스상의 등에서 대리석이 패인 자국이 보였다. 지금은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지만 팔이 유실되고 흙더미에 깔려 있던 때 난 상처일 것이다. 비너스상에 몰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너스의 얼굴과 정면만 보고 떠난다. 뒤로 돌아가 비너스의 등을 보면 이 조각상이 겪은 상처가 보이는데... ‘샤모트라케의 승리(니케)’를 보며 그 화려한 날개보다 니케가 딛고 있는 뱃머리의 흔적들에 더 마음이 쓰였다. 주인공을 떠받치고 있는 짓눌린 삶들에 대한 예술적 보답을 담아내고 싶다.”라고 배종헌 작가는 말한다.

배종헌은 나무판에 색을 입히고 그 위에 유화물감을 덧바른 후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 안쪽 색이 드러나게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의 그림은 유화로 그린 풍경화이지만 동양적 산수화의 느낌을 풍긴다. 물감을 덧발라 완성하는 유화의 기법과는 반대로 긁고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그렸다. 지나간 시간이 남긴 상처와 흔적이라는 주제가 작화 기법에 투영되었다. 이렇듯 서양화와 동양화, 유화이지만 유화를 거스르는 태도는 그간 탈형식적이고 개념적인 작품을 해온 작가로서의 저력이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작업에 있어서 치밀하고 학자적 자세를 취해온 배종헌이 표현하는 풍경은 분명한 ‘현존의 풍경’이다. ‘진경산수’인 셈이다. ‘콘크리트 벽면의 균열 요철 곰팡이로부터’ ‘콘크리트 벽면의 검댕이로부터’ ‘콘크리트 옹벽의 거푸집흔, 생채기, 도시 자생 식물들’ ‘시멘트 벽면의 자동차 타이어 마찰흔, 자동차가 긁고 지나간 자국, 시멘트 거푸집흔’ 등의 작품 부제에서 그의 산수화가 실존하는 흔적에 근거하였음이 나타난다. 

그는 작품활동 초기부터 소멸되어가는 것들, 그 과정에서 남은 흔적들, 세월을 머금은 공간의 서사를 다양한 형식과 철학으로 풀어왔다. 이번 신작 새로운 산수화 풍경을 감상하면서, 유유자적으로 풍경 속을 거닐어 보는 시간을 갤러리분도에서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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