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민주인권평화전《신학철_시대의 몽타주》
• 전 시 명 : 2024 민주인권평화전
《신학철_시대의 몽타주》
• 전시기간 : 2024. 12. 17. ~ 2025. 3. 30.
• 전시장소 :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1, 2전시실
• 참여작가 : 신학철
• 전시작품 : 회화 작품 90여 점 및 아카이브 자료
• 주 최 : 광주시립미술관
• 협 력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인디프레스갤러리,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신불당아트센터, 학고재갤러리 등
○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2024년 민주인권평화전 《신학철_시대의 몽타주》를 12월 17일부터 2025년 3월 30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 이 전시는 1960년대 실험미술부터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을 거쳐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활동해 온 원로 작가 신학철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총정리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 신학철 작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시대를 거대한 시공간으로 분할하고 재구성하여 이를 하나의 몽타주로 형상화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 이번 전시는 한국의 역사와 개인의 삶을 한 화면에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시대적 통찰과 그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특히,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며, 격동의 시대 속 서민들의 삶과 이상세계를 함께 형상화했던 신학철 작가의 메시지를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 이번 전시는 신학철 작품세계를 ‘해체와 재구성의 신체 몽타주’, ‘망각된 역사의 소환’, 그리고 ‘시대를 위한 기념비’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시대 순으로 구성했다. ‘해체와 재구성의 신체 몽타주’에서는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경향과 다양한 미술 사조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 현실을 고민한 작가의 초기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시공간적으로 분할하고 재구성한 작가의 포토몽타주 기법의 생성 과정과 그 특징을 볼 수 있다.
○ ‘망각된 역사의 소환’에서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사건을 환기하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를 담은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 연작이 전시된다. 이 섹션에서는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빠르게 변화한 한국 사회의 흐름과 함께, 거대 담론에서 개인의 서사로 전환되는 과정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 ‘시대를 위한 기념비’에서는 개인의 서사로 전환된 작품들을 통해 중산층과 소시민들을 주인공으로 하며 격동기의 역사 속에서 그들이 살아온 삶을 조명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또한 서민들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고향 풍경과 같은 이상향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도 볼 수 있다.
○ 한편,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세계에 변화를 가져온 분기점이 된 작품들을 조명하는 특별 섹션도 마련되었다. 특별 섹션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며 제작된 <한국현대사-초혼곡>, 그림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모내기> 사건, 현대인의 초상을 거대서사로 표현한 <갑순이와 갑돌이> 등 주요 작품과 관련 아카이브가 전시된다.
○ 광주시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원로작가 신학철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라며, “작가의 작품에 담긴 시대와 예술, 그리고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작품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작가소개
신학철(1943- )은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실험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1970년대에는 사진 몽타주(Montage)와 콜라주(Collage)를 활용해 산업사회와 대량소비사회가 초래한 물질적 숭배와 현실의 단면을 날카롭게 형상화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전통적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포토리얼리즘(Hyperrealism)을 통해 구체적인 역사적 실체를 화면에 담아내며, 일상의 현실과 사회적 이슈를 예리하게 작품으로 제작했다. 특히, 그는 노동자, 중산층,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을 이상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서민의 삶을 조명하는 동시에 현실 비판적 시각을 유지한 참여적 미술을 선보였다. 신학철은 이러한 작품 활동을 통해 서민미술과 참여미술이라는 두 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그의 작품 세계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한국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주요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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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 1965, 캔버스에 유채, 91.3 × 67.8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정물>(1965)은 대학 재학 시절 신학철이 그린 정물화로, 1970년대 ‘WHAT’과 ‘AG’ 활동 이전에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른 시기부터 다양한 형식 실험을 시도했던 흔적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는 정물화의 고전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세부 소재와 표현 방식에서는 색다른 변용이 돋보인다. 회갈색 톤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하는 동물의 두개골과 질박한 옹기 등은 정물화의 전형적인 소재인 과일이나 꽃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 작가는 박서보의 지도 아래 작품을 제작했으며,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고물, 어물, 유색 원단 등을 소재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소재들은 정물화에서 흔히 요구되는 실제 사물과의 유사성을 추구하는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나이프를 활용해 거칠고 평면적인 느낌으로 그려졌다. 이를 통해 작가만의 독창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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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1979, 캔버스에 혼합재료, 71 × 59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부활 1>(1979)은 전구, 수저, 연탄집게 등 일상적인 사물을 실로 감아 연결하여 하나의 오브제로 재탄생시킨 후 캔버스 위에 부착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신학철의 독창적인 콜라주 작업을 예견함과 동시에 상호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물을 실로 감는 작업 방식은 작가가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적극적으로 실험하던 AG 활동 시기부터 시작된 특징적인 표현 기법이다. 신학철의 오브제 작업은 외견상의 유사성으로 인해 다다이스트와 초현실주의자들의 작업과 종종 비교되었다. 이들은 사물의 본래 기능을 소거하고 형태, 위치, 재질 등을 변형시켜 ‘의도적 낯섦’을 유발했으나, 신학철의 작업은 사물을 실로 감는 과정을 통해 오브제가 일반 사물로서는 가지지 못했던 수행성을 체감하며 이를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사물을 정성스럽게 실로 감는 반복적인 행위는 단순한 기법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행위는 작품의 본래 형상을 탐구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수행적 과정이며, 사물을 조합하고 이를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신학철의 독창적인 작업 태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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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3>, 1980, 패널에 혼합재료, 43 × 39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국 사회는 1970년대부터 가속화된 경제개발로 인해 대량생산과 소비가 촉진되었으며, 이에 따른 문화적 부작용과 다양한 사회적 폐해가 나타났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작가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전반까지 각종 인쇄매체와 상품 광고에 등장하는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콜라주 작업을 선보였다. <변신 3>(1980)은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비와 욕망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풍자하며 그 부조리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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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5>, 1981, 캔버스에 유채, 71.2 × 59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변신 5>(1981)는 현실주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준다. <변신> 시리즈는 신학철이 1970년대 후반부터 작업해 온 주제로, 경제 성장과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대량생산과 소비사회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물질주의와 소비문화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이 작품에서는 모노톤으로 표현된 기괴한 형상이 얼핏 사람 얼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캔, 신발, 요구르트 병 등 다양한 상품 이미지가 결합되어 변형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머리 부분에 등장하는 ‘SUZUKI’는 일본의 유명 자동차 및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산업화와 소비문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하늘을 가로지르는 제트기와 땅에서 솟아오른 손의 이미지는 전쟁의 폐허와 같은 삭막함을 연상시킨다. 작품은 대중소비문화와 외래문화가 얼마나 가볍고 빠르게 우리의 일상에 침투하여 정신과 문화를 지배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신학철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관람자에게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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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사-종합>, 1983, 캔버스에 유채, 390 × 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국근대사–종합>은 신학철이 민중미술 운동에 참여하며 제작한 역사화 연작 중 하나로, 세로로 긴 두 개의 캔버스를 연결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진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통해 한국 근대사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며, 상징적 의미를 지닌 도상을 집약적으로 담아낸 점이 특징이다. 화면 하단에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두 팔에서 뻗어나온 거대한 덩어리가 등장하는데, 이는 한국 역사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과 비극적 사건들을 암시한다. 이 이미지들은 서로 엉겨 붙어 있다가 화면 상단에서 두 남녀의 키스로 연결된다. 작품에서 여성 신체를 사용한 폭력적 표현, 남근의 묘사, 섹슈얼한 이미지는 신학철이 근대사를 형상화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주요 도상들이다. 이러한 도상은 근대사의 비극적이고 억압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품의 결말을 통해 역사적 갈등과 고통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낙관적 전망을 담아낸다. 남녀의 키스는 한국 근대사의 굴곡진 여정을 화합과 희망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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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1998-2002, 캔버스에 유채, 200 × 2017.6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신학철의 작품중 민족의 거대서사에서 개인의 역사로의 전환은 <갑순이와 갑돌이> 연작으로 이어졌다. 신학철은 가로형 20m 대형작품 <갑순이와 갑돌이>(1998-2002)를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발표했다. 이 작품은 갑순이와 갑돌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개인의 인생사를 대하소설처럼 수평의 화면에 담아낸 대작이다. 그는 시골에서 살던 갑순이와 갑돌이가 도시로 상경해서 겪는 개인의 인생사를 대서사로 풀어냈다. 이 작품은 성공을 위한 욕망과 함께 농촌 사람이 도시로 이주하여 살아간 개인의 삶의 역사를 한국 근현대 역사의 맥락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펼친 작품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 역사 속에서 굴곡진 개인의 삶을 담아낸 <갑순이와 갑돌이> 연작은 비극적이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거대한 에너지를 품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