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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MI KUKE: 부엌에서 짓는 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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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2.-04.05.

지훈 스타크 개인전 《 LUMI KUKE: 부엌에서 짓는 사한 》

 

JEE HOON STARK Solo Exhibition 
LUMI KUKE: 4Han from Kitchen

 

 

일상의 온기를 담은 부엌의 서사 그리고 사물의 기억

갤러리 지우헌은 3월 12일부터 4월 5일까지 지훈 스타크의 개인전 《LUMI KUKE: 부엌에서 짓는 사한》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유년 기억과 한국 전통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예술적 여정을 담고 있다.

 

1976년 인천 출생으로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지훈 스타크는 뉴욕, 하와이, 뮌헨 등에서 건축가와 작가 활동을 동시에 펼쳐왔으며, 2012년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회화와 고재(reclaimed wood) 조각, 도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하와이어로 '부엌'을 의미하는 'LUMI KUKE'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존 케이지의 표현처럼 '진정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살아있는 장소다. 작가는 2022년 갤러리 SP에서 'salt to taste'라는 부제로 LUMI KUKE 시리즈의 첫 전시를 선보였으며, 당시 자신이 실제 사용하는 요리 도구들로 감각적인 작품을 구현했다. 이번 전시의 부제 '부엌에서 짓는 사한'은 작가의 사적 기억과 흔적이 남은 사물들을 구체적으로 개입시켜 더욱 내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사한'은 '한국, 한옥, 한식, 한글'이라는 네 가지 '한(韓)'과 '생각하다'를 뜻하는 '사(思)'의 결합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다. 작가는 LUMI KUKE를 구상할 당시 시각적, 미각적, 공간적 감상을 구체적 형태로 가시화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하며, 식재료를 섞는 과정을 물감을 섞는 행위에 비유했다. 이처럼 일상 속 내밀한 공간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관람자에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흥미로운 기호와 이미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총 26점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너비 2미터에 가까운 크기의 대형 캔버스 작품은 한옥 지붕, 가마솥, 장독대, 그리고 백숙이 차려진 소반을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선으로 표현한 <빨간 밥상의 추억>이다. '쌀'과 '사극 치킨'이라는 위트 있는 한글 텍스트는 작가의 이중적 문화 경험을 드러내며, 한옥 부엌 특유의 구조와 살림 도구, 시멘트 바닥 타일을 간결한 선으로 구성한 형태에서는 건축가로서의 시각적 언어가 엿보인다.

 

<조선시대 어머니>는 뛰어난 음식 솜씨를 지녔던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개인적 기억을 담고 있다. 어머니의 비법이 담긴 갈비찜 레시피 메모, 소반과 밥그릇, 소중히 여기던 작은 의자, '장 씨'라고 한글로 적은 어머니의 성씨까지, 개인적 기억의 조각들이 푸르고 검은 색채와 함께 하나의 화면에 응축되어 있다.

 

70년대 한옥에서 가져온 고재로 제작된 '한봇' 조각 시리즈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구조된 한옥의 고재'라는 의인화된 재료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부러지고 갈라진 나무의 형태, 벗겨진 칠, 튀어나온 못 등 쓰임을 다 한 세월의 흔적을 작업에 그대로 살려냈다. 마을 입구를 지키던 장승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들은 역사의 흔적과 현대적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작품마다 등장하는 소금통과 후추통, 한옥의 기와와 아궁이, 장독대, 그리고 산의 능선을 암시한 드로잉들이 암호와 같은 기호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작가의 시그니처 요소로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 언어로 자리한다. 더불어 도예의 분청기법을 회화에 접목해 물감을 바르고 걷어내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담아내며, 마치 꿈속 언어처럼 아스라한 기억을 표현해낸다.

 

생경하면서도 서정적인 작품의 제목 또한 특별하다. <산 밑에 마당땅>, <가을 부엌>, <고요한 달, 따뜻한 빵>, <할머니의 사과농장> 등의 제목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포착하며 작가의 기억 속에 자리한 정서적 풍경을 담아낸다. 이 제목들은 단순한 명명을 넘어 하나의 시적 언어로 기능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이밖에 전시장 한 켠에 한 평도 안 된 분리된 공간의 벽에 작업에 영감을 주었던 한글 단어나 관련된 이미지를 모은 드로잉을 가득 채워 놓아 작가의 순수한 시선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작가가 택한 구체적인 소재들은 오히려 감상의 폭을 넓혀 개인의 내밀한 기억과 연결할 수 있는 통로적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관람자 각자의 경험이 작품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낸다.

 

지훈 스타크의 작품은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감성으로 충만하다. 어린아이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즉흥적인 붓질로 일상과 자연을 자유롭게 엮어 경계 없는 풍경을 창조한다.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찻잔, 트레이, 화병 등 다양한 생활 도자기 작품들은 예술과 일상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녹여낸다.

 

《LUMI KUKE: 부엌에서 짓는 사한》은 개인의 향수를 넘어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 기억과 역사,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다층적 서사를 제시한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관람자들은 그의 작품을 음미하듯 감상하며 각자의 기억 속 부엌으로의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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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스타크(b.1976) 작가는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뉴욕, 하와이, 뮌헨 등에서 건축가와 작가 활동했다. 주요 개인전으로 《A Bite, A Sip of Roots》(2024, PPURI on the plate, 서울), 《LUMI KUKE salt to taste》(2016/2020/ 2022, Gallery SP, 서울), 《Life Between Buildings, A Toy City Series Part 2》(2018, 의외의 조합, 서울) 등이 있다. 이 밖에 뉴욕, 내슈빌, 베를린, 아이오와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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