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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건 _ 투계: 끝없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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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건 소장품전 《투계: 끝없는 완성》

전시기간 2025-05-27 ~ 2025-09-14
전시장소 초헌 장두건관
전시작품 회화 2점, 아카이브 자료 15점
참여작가 장두건
관람시간 10시 ~ 19시 * 매주 월요일 휴관(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정상 개관)
관람료 무료


초헌 장두건(1918~2015)은 한국 구상미술을 대표한다. 한국 화단에서 구상과 비구상의 구분이 본격화된 것은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 전람회(국전) 서양화 부문에 반추상과 추상 작품이 공식 채택되면서부터이다. 당시 미술계는 구상과 추상 계열 간의 양식적 논쟁이 치열했으며, 추상 계열이 점차 주류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이후 1970년대로 넘어오면서 한국 미술계는 구상과 추상으로 양분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구세대와 전위 세대 간의 구도로 이어지며 세대 간 예술관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장두건은 "구상은 옛 그림이고, 추상만이 현대적이다"는 당시의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지 않고, 예술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신념 아래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그는 1978년 구상 계열 작가들과 함께 〈상현전〉을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구상미술을 지향하는 작가 모임인 〈이형회〉를 창립하는 등, 작업 활동 외에도 구상미술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89년, 장두건은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뒤 서울로 돌아와 마포구 작업실에서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후 1990년대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왕성하게 창작에 몰입했던 시기였다. 평소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과작(寡作)의 화가’로 알려졌던 그였지만 이 시기에만 5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제작하며 창작에 대한 열정을 쏟아냈다.



  이번 전시 《투계: 끝없는 완성》에서는 장두건 화백이 1990년대에 그린 투계를 주제로 한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투계는 장두건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소재 중 하나로, 그의 조형적 특징과 미적 철학이 집약된 중요한 연작이다. 일반적으로 투계는 폭력성, 대립, 싸움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장두건에게 투계는 삶의 활력과 기쁨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이는 어린 시절 닭을 키웠던 장두건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닭들이 밤새 닭장에서 지내다가 아침이 되어 문을 열어주면 밖으로 나와 서로 부딪히며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싸움이 아닌 기쁨의 몸짓으로 느꼈고, 그 순간을 포착해냈다. 장두건은 이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삶은 아름답고 생은 즐겁다"는 자신의 세계관을 투계 시리즈에 담아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장두건의 대표적 조형성 중 하나는 윤곽선의 사용이다. 그는 형태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위해 검은색 윤곽선을 활용했는데, 검은색은 어떤 색과도 조화를 이루며 화면에서 무난하게 어우러지는 색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윤곽선은 화면의 입체감을 줄이고 오히려 평면적인 느낌을 강조하며, 장두건 특유의 회화적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또한 그는 길게 늘어진 목과 다리 등 인체나 동물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함으로써 조형적 긴장감과 우아함을 부여했는데, 이는 서양 미술에서 길게 늘어진 형태가 우아하다고 여겨지는 미적 개념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장두건은 "실제처럼 그리면 사진이지 그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실적인 재현보다는 조형적 해석을 중시했다.

  색채의 사용 역시 장두건 작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투계는 원래도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지만, 그는 이를 작품적으로 재해석하여 푸른색과 검은색 등을 과감히 추가하거나 강조함으로써 회화적 아름다움과 조화를 극대화했다. 색채의 배열과 조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장두건이 느낀 감정과 기억을 시각화하는 방식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개작(改作)이다. 장두건은 한 번 그린 작품이라도 완벽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수차례 덧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이를 통해 최대한의 완성도를 추구했다. 작품만을 단독으로 보면 그 과정을 알기 어렵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소장품과 사진, 서적 등의 아카이브 자료가 함께하여, 비슷한 시기, 유사한 구성을 가진 작품들이 세월을 두고 어떻게 조금씩 변화했는지를 비교하며 그 개작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정물화, 풍경화, 인물화에 이어 소개되는 투계 시리즈는 장두건 예술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품이며, 이번 전시는 그가 삶을 어떻게 예술로 해석하고 표현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투계를 통해 삶의 생동감과 기쁨을 표현했던 장두건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가 말했던 “삶은 아름답고 생은 즐겁다”는 철학이 예술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느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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