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25-09-17 ~ 2025-09-29
권인경, 기민정, 김미래, 노해율, 박경, 박주영, 박준석, 박해선, 배준형, 츄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2관
02-399-1000
츄리 작가는 현대 미술과 전통 예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스타일을 모색하고 있다. 가송예술상의 시그니처인 전통 부채 <접선>의 의미와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현대 미술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조류의 생태 조감도처럼 새가 그려진 접선이 다양한 결합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마치 부채춤을 추는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오래전 민속박물관 한 코너에서 발견될 것 같은 낡았지만 낯익은 부채와 설치의 결합은 신선하다. 츄리의 작업에는 매우 독특한 미감과 함께 민속 예술과 현대 미술이 융합하고 있다.
권인경 작가의 작업은 회화와 설치가 결합하면서도 전통 회화의 <책가도>를 떠올리게 한다. 앞면과 뒷면에서 다른 시각적 체험이 가능한데, 서재 공간에 액자(작품)를 꾸며 놓은 가상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작가가 엄선한 이미지들이 조금씩 방향을 틀면서 앞뒤가 뚫린 책장 구조와 결합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보이는데, 이러한 연출은 15세기 르네상스 이후 등장한 '캐비닛' 형태의 작품 연출의 연장선상에 있다. 수집가의 ‘경이의 방'이라는 발상을 건축적 구조로 연출한다. 작가나 관객의 정신과 마음속에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도록 만들어진 장치이기도 하다. 이는 오늘날 현대 박물관과 미술관의 원형으로, 작가의 작업은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근대 미술이 형성되던 시대와 현재가 중첩되며 타임루프를 경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민정 작가의 이미지는 강풍에 흩날리는 구름을 표현한 것처럼 화면에는 역동적인 붓질이 시원시원하게 반복된다. 작품에는 영문으로 ‘선과 색’이라는 글씨가 구름 위에서 바람에 날리듯 쓰여 있다. 또 다른 작품에는 정확하게 독해할 수 없는 글자 형태가 흔적처럼 남겨져 있다. 수증기 또는 안개 위에 떠 있는 글자는 애초에 읽을 수가 없다. 타자와의 소통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 또는 독백이나 고백과 같은 형태로 글자를 회화의 조형적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 문자와 회화 이미지가 바람에 쓸리듯 밀려가는 구름 위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작가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카오스적 표현으로, 관념으로서의 문자 언어와 관념 이전의 시각적 감각으로서의 회화 이미지가 중첩되며 전통적인 감상과 독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김미래 작가의 이미지는 드로잉의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사건들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화면 중앙에 있는 여성은 아이와 어른 사이의 존재로, 흑백의 드로잉으로 마치 마법적인 또는 우화적인 판타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꽃 또는 별똥별과 같은 이미지가 화면 여기저기 표현되어 있고, 다양한 인물이 초현실주의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포즈로 미스터리하게 등장한다. 상징적 연출을 통해 가장 단순한 재료와 표현 방법이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꽃과 나무와 풀과 과일, 신비한 인물들. 작가 내면 세계를 떠올리는 분위기 속에서 회화와 드로잉 사이에서 다차원의 세계가 접히고 풀리며 기억이 재구성되고 있다. 이미지는 독특한 판타지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노해율 작가는 오랫동안 키네틱 아트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투명한 재료에 빛이 방사되면서 좌우로 운동하는 연출을 통해 키네틱 아트가 시적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의 주제나 소재를 벗어나 빛과 형태와 운동으로만 구성된 미니멀한 연출이 매력적이다. 중첩되고 주름져 보이는 오브제들이 반복되면서 세계가 질서정연하면서도 유연한 운동과 리듬, 각 요소들의 조화된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작가의 작업은 빛의 파장과 좌우로, 그리고 천천히 원운동이 펼쳐지면서 현대 미술의 조각과 오브제의 경계를 넘어 영상 이미지와 퍼포먼스 아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하나로 융합하는 것처럼 연출된다.
박경 작가의 이미지는 물결처럼 또는 파동처럼 확산하고 응축하는 운동이 분할된 화면에 펼쳐진다. 작가의 이미지는 물질과 빛이 파동과 입자라는 대극적인 속성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관찰자의 조건과 시각에 따라서 어떨 때는 파동으로, 또 어떨 때는 입자의 운동으로 관찰된다는 현대 물리학을 떠올리게 한다.여러 개의 화면으로 분할된 파동 이미지가 확산과 응축, 전진과 후퇴의 운동을 시각화하고 있다. 음악적 리듬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마치 초기 전자기 운동을 재연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운명을 은유하는 작가의 회화 이미지는 일상적 관념에서 벗어나 수직과 수평, 원운동으로 환원되어 재배열될 수 있다.
박주영 작가의 작업은 70년대 현대 사진의 실험을 떠올리는데, 회화 캔버스의 사각 프레임이 단편적 이미지로 분해되고, 그 분해된 이미지들이 편집되고 배치되어 통일된 세계상이 하나의 허구라는 사실을 제시한다. 환영으로서의 회화 이미지는 운명을 다하고 사방으로 발산하며 새로운 개념과 형식으로 도약하는 20세기 현대 회화의 맥락을 따르고 있다. 차분하고 정교하게 묘사된 일상의 이미지들이 이리저리 일정한 유닛으로 구성된다. 수평과 수직, 복수의 이미지들의 뒤섞임을 특징으로 한다. 이미지의 운동 가운데 회화는 질료와 오브제로 해석된다. 프레임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통일된 세계라는 환영이 사라지고 임의적으로 분할된 이미지와 캔버스라는 플랫한 물질적 조건이 재해석된다.
박준석 작가의 회화는 전통 한국화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산세의 표현이 마치 인간의 육체를 표현한 듯 변형되어 있다. 수묵 산수 또는 전통 채색화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도, 강렬한 산악의 표현은 1,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물질적 존재로서의 인간 신체를 해석하는 실존주의의 영향을 떠올리게 한다. 거칠고 역동하는 붓질과 음영의 표현은 단정하게 표현된 밤하늘의 보름달과 대비되며 독특한 초현실적 감각을 보여준다. 세계는 해석된 현실이다. 세계와 나를 매개하는 인간 신체의 피부 또는 살은 인간 정신의 안과 밖을 동시에 감각할 수 있게 한다. 중첩된 프레임과 레이어를 활용하여 환영으로서의 회화에서 벗어나면서, 동양의 전통 산수와 서구 미학의 교묘한 융합을 보여준다.
박해선 작가는 회화와 설치 미술이 결합하여, 관객이 회화의 전면뿐만 아니라 측면과 뒷면, 회화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이동하며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경험하도록 연출하고 있다. 박해선의 푸른 겨울 풍경은 산수화의 일부를 크게 확대해 차용하고, 마치 초기 방송 문화가 시작되던 시기의 드라마 세트장처럼 구성했다. 간단한 구조의 각목들이 회화 이미지와 충돌하며 직립해 있다. 관객은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오늘날 해체되어 버린 회화 전통을 사유한다. 20세기 이후 조각에서 출발해 오브제와 설치 미술이 제시되면서 전통적인 회화 개념이 해체되어 왔다. 이때 회화 이미지의 조형적 형식에서 확장한 컬러의 두께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는 환영으로서의 시각 이미지가 질료 또는 물질적 요소로 환원하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배준형 작가는 자신이 구성한 스토리와 캐릭터,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통해 게임 형식을 빌려와 <파천접선전>이라는 독특한 게임 연출을 보여준다. '게임성'이란 관객 또는 게임 참가자의 몰입을 통해 시각과 촉각, 청각, 통각 등 신체 활동과 이미지의 결합 또는 일치를 체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게임방에서 게임을 체험하는 것과 전통적인 현대 미술 전시를 경험하는 장소에서 게임을 체험하는 것은 그 맥락이 다르고 참여자의 심리 상태와 몰입의 형태가 다를 것이다. 이미 2013년 미국의 MOMA에서 70년대 초창기 게임 13점을 컬렉션하면서 게임과 현대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었다. 여전히 이 문제는 갑론을박 중이다. 새로운 감성과 세계관과 인간관을 게임 형식을 빌려 예술과 게임이 융합하는 현대 문화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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