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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한국인의 미의식을 조명하기 위한 일환으로 중견 여성작가 7인의 기획전시
이 전시는 잊혀져 가는 한국인의 미의식을 조명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현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여성작가 7인을 선정했고, 이들의 사유와 작품 속에 잠재되어 있는 한국 여성 특유의 감성과 미의식을 밝혀보고자 했다.
이 전시에 출품하고 있는 작가들은 모두 50-60대의 여성작가들로서 한국 전쟁과 극심한 사회적 격변 속에서 성장한 작가들이다. 또한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문화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전통 속에서 자란 세대들로서 전통과 현대의 과도기적 세대이지만, 이들의 의식 속에는 오늘날 신세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전통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의식과 작품 안에 잠재되어 있는 우리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음미하는 것은 점차 글로벌화 되고 있는 오늘날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7인의 여성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미의식은 한마디로 자연친화 사상으로 요약된다. 대자연(신)과 동화되려는 욕망은 한국인들의 가장 뿌리 깊은 의식구조로서 우리의 미의식을 지배해 왔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전체로서 인식하는 생태적 자연관은 모든 현상들의 근본적인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며, 우리의 삶이 모두 자연의 순환적 과정 속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은 각 개체들 간의 긴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교환하며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개체간의 부단한 흐름의 물리적 현상은 부드러움으로 나타난다. 개체간의 에너지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개체는 고립되어 단단해지고 썩게 된다. 따라서 부드러운 욕망은 생명과 사랑의 은유이다. 사랑은 서로 다른 개체들의 연결망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이다. 그 흐름이 강할수록 부드러워지고 생명력이 넘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7인의 작가들은 나름의 조형언어로 인간과 자연의 부드러운 욕망을 변주해보이고 있다. 석란희의 작품에서 복잡해 보이는 자연의 프랙탈적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조문자의 작품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情恨의 정서를 여과 없이 풀어내는 원초적인 몸짓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유영희의 작품에서는 자연에 동화된 신체의 식물적 리듬과 유희를 즐겁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대자연과 신체의 리듬을 동화시켜 드로잉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원문자와 송수련은 한지를 통해 한국인 특유의 은은하고 소박한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원문자의 작품에서 조선 백자에서 느껴지는 우아한 격조와 따스한 포용력을 재발견할 수 있다면, 송수련의 작품은 분청사기의 질박함과 순환적 생명력을 환기시켜 준다. 이들과 달리, 최수화와 김수자는 자신의 일상적 내면에 주목하여 여성으로서 느끼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최수화의 작품에서 생물화된 사물과 식물화된 인간의 정겨운 속삭임을 해학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김수자의 작품은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부유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질적 실재를 사유하게 한다.
한국 여성 작가들에게서 발견되는 이러한 생태적 미의식은 현대사회의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이 시대 각종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픈닝 및 출판기념회 : 2004년 6월 2일 오후 6시 덕원갤러리 5층
기획: 최광진
주최: 이미지연구소, 덕원갤러리
후원: 한국문화예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