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Henri CARTIER-BRESSON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결정적 순간展』
추모 전시 연장(6월25일~10월10일)
지난 8월3일 화요일 아침 9시30분 남 프랑스 Luberon(뤼베롱) 자택에서 20세기 사진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타계하였다. 한국의 갤러리 뤼미에르에서는 작가 생애의 마지막 전시가 되어버린 '결정적 순간전'의 연장 전시(6월25일~10월10일)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 당국에서는 지난 8월4일 문화부 장관이 직접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타계소식을 공식 발표하였다. 그의 장례식은 그 지역(Alpes-de-Hautes-Provence)의 몽쥐스탱(Montjustin) 묘지에서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고 조촐하게 진행되었고, 유가족으로 사진가인 아내 마르틴 프랭크과 한 명의 딸이 있다. 카르티에-브레송의 타계 소식에 프랑스 언론들은 일제히 그를 애도하고 그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기사와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Le Monde 8월5일에 실린 애도 메시지 -쟉크 시라크 Jacque Chirac 대통령 르 몽드(Le Monde) 8월5일 자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 세계적인 거장의 사라짐을 무척 고통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천재적인 사진작가이며 진정한 매스터이고 그의 세대에 가장 재능 있고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는 아티스트 중의 한명을 잃었다. 나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을 잘 알고 있으며 그에게 경의와 우정 그리고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생애의 핵심적인 증거로써 그는 열정적으로 20세기를 사진으로 남겼다.'고 시라크 대통령은 말했다.
-쟝-피에르 라파렝 Jean-Pierre Raffarin 수상 문화부 장관이 공식 발표에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사진가의 한 사람임을 상기시키는 동안 라파렝 수상은 '뛰어난 사진가로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예외적인 재능'에 작별을 고하였다.
-리샤르 아브동 Richard Avedon (Photographer) '그는 사진의 톨스토이였다. 깊은 인간애로 20세기를 증거하였다.'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노년기의 삶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공식적으로 74년 그가 65세가 되던 해 은퇴를 한 후에는 사진보다 뎃생 작업에 몰두하였고, 결정적인 순간을 잡기보다 주변인물이나 가족, 풍경사진을 주로 찍으며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로 시간을 보내었다. 미셸 게렝Michel Guerrin은 르 몽드에 쓴 카르티에-브레송에 대한 글에서 '카르티에-브레송은 사진을 찍지 않는 사진계의 스타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카르티에-브레송이 허락한 최초의 다큐영화, 갤러리 뤼미에르 야외 테라스에서 상영 1994년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화가 Sarah Moon과 Robert Delpire에 의해 제작되었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자신이 작품의 주제가 되는 것을 극도로 피하여 자화상조차 남아있는 것이 없지만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question mark)'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카르티에-브레송을 찍은, 그리고 카르티에-브레송이 찍기를 허락한 첫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는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8월27일(금)부터 매주 금요일 추모의 밤 행사 시 야외 테라스에서 상영한다.
2004년 파리의 카르티에-브레송 재단의 추모 전시 2003년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마지막 성대한 회고 전을 하였고, 석 달 동안 82,000 관람객이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줄을 이었다. 같은 해 사진가로서는 처음으로 재단(foundation d'Henri Cartier-Bresson)을 파리 14구에 설립하고, 그의 작품에 대한 소장 및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최근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재단에 의하면, 오는 9월8일에서 12월19일까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첫 전시였던 1932년 뉴욕의 줄리앙 레비 Julien Levy 갤러리 전시를 새로이 조명하는 추모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준비한 8-9월 추모행사 일정
갤러리 뤼미에르에서는 8월-9월에 걸쳐 전문가들의 세미나와 전시 기간 중 매주 금요일 추모의 밤 행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전문가들을 모시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일생과 그의 작업, 사진사에서의 작가의 위치, 결정적 순간에 관한 요모조모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한번 작가의 사진사적 업적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특히나 추모의 밤 행사에서는, 카르티에-브레송의 타계 10년 전에 유명한 패션 사진가인 Sarah Moon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카르티에-브레송을 주제로 한 37분짜리 다큐 영화를 상영하게 된다. 저녁식사와 와인을 준비하고 한 여름 밤 짧은 시간이나마 대가의 작업을 감상하며 추모의 뜻을 기리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을 추진 중이다.
Henri Cartier-Bresson 추모 세미나 |
* 예약 : 갤러리 뤼미에르 (02-517-2134/2176)
* 참가비 : 20,000원
* 강의는 오후와 저녁 같은 내용으로 두 번 진행됩니다. ( 예약 필수 )
* 음료와 간단한 다과가 제공됩니다.
8월18일(수)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 4:30~6:30, 7:30~9:30 | 강운구 (사진가) 카르티에-브레송의 타계를 맞아 사진의 본질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동시대 작가들과의 연관, 그리고 결정적 순간과 작가의 작업방식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으로 연구해본다.
8월25일(수) '결정적 순간'을 위한 사진적 장치 | 4:30~6:30, 7:30~9:30 | 최봉림 (사진 비평, 경원대 겸임교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작가의 시점, 테크닉, 사진가적인 촬영 조건에 대한 세세한 분석과 연구를 펼쳐본다.
9월1일(수)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심리학 | 4:30~6:30, 7:30~9:30 | KT KIM (패션사진가) Fashion Photographer로서 카르티에-브레송의 작업과의 연관성, 그리고 대가의 작업이 패션 사진 안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9월8일(수) 카르티에-브레송 '사진의 영원한 賢子' | 4:30~6:30, 7:30~9:30 |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사진 미학의 거장 카르티에-브레송의 일생과 작업을 조명하고, 주요작품을 통해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과연 무엇인가 체계적인 접근을 해본다.
Henri Cartier-Bresson 추모의 밤 |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지난 8월3일 타계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추모의 밤 행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직장인과 전문인들을 위하여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로 추모의 밤을 기획하고 갤러리 안의 아름다운 테라스를 개방합니다. 한 여름 밤 야외 테라스에서 카르티에-브레송의 생전 모습과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비디오를 감상하시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드신 후 와인과 함께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다시 한번 감상하시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 참가 대상 : 사진애호가
* 참가비 : 30,000원
* 예약 : 갤러리 뤼미에르 (02-517-2134/2176)
* 자리가 한정되어 반드시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8월27일(금)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30분 ~ 10시 저녁 식사 / 'Henri Cartier-Bresson, ?(Question Mark)' 다큐 영화 감상 & 와인 파티 / 작품 설명 및 감상
(매주 진행이 되므로 경우에 따라 새로운 프로그램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과 카이로스의 반란
이경률 (사진 비평가)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언제나 평범하지 않는 어떤 특별한 순간을 찍으려 하고 또한 거기서 가능한 모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려 한다. 이러한 포착은 일상의 유일한 순간 다시 말해 결코 다시 재현되지 않을 다양한 순간-행위를 포착하는 시간의 단절 효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은 단절 효과를 오늘날 가장 전통적인 패러다임으로서 또한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 포착의 공리로서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은 논리적으로 이해되는 시공간의 단절이 아니라, 지속되는 시간에서 야기되는 느낌의 찰라 즉 포착-순간(l'instant décisif)을 말한다. 이때 포착되는 느낌은 주체의 심층으로부터 드러나는 생성(genèse)으로서 감성의 음색 즉 직감(intuition)이다. 이와 같이 포착-순간은 단순한 동작의 움직임이 아니라 감성의 지속 순간이며, 또한 시간의 단절과 공간의 한 장면을 지시하는 사건-순간(le moment décisif)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진 행위의 결정적 순간을 몰래 찍는 사진과 같이 단숨에 사건의 진행 속에서 포착된 한 장면 즉 제스처의 즉각성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사건-순간이 만드는 제스처의 움직임에 익숙하여, 모든 시간적 순간들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이동하는 진행 순간으로 착각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레송의 작품에서 결정적 순간은 아일랜드의 구름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과 지극히 평화로운 시골길이 교차하는 전원 풍경이나 풀밭에서 잠자는 어느 노동자의 모습에서와 같이 오히려 전혀 움직임이 없는 그리고 전혀 사건이 없는 일상에서 발생한다.
결정적 순간은 일상에 지속되는 상황들의 교차된 순간으로 단순한 우연이 아닌 만남(생성 혹은 드러남이나 됨 devenir)의 포착이다. 원래 이러한 포착-순간은 그리스 말로 “툭케 (tukhé)”라고 하는데, 그것은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시리즈들의 일시적인 결합 즉 우리의 의식과 이성 주위를 돌고 있는 끝없는 무의미(non-sens)들의 충돌과 만남을 말한다. 바로 이러한 만남으로부터 또 다른 순간이 발생하는데, 거기서 문화적 심급의 의미가 발생하고 동시에 사건(사건-시뮬라크르)이 시작된다.
찰라 순간의 만남은 엄밀히 말해 보이지 않는 세계에 은닉된 그러나 실재(實在)로서의 “카이로스(kairos)'의 포착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카이로스는 원래 생사의 중요한 신체부위나 흉갑의 틈과 같이 시간이 아닌 결정적인 어떤 장소였다. 그러나 이 말은 “기회”라고 뜻으로 딱 알맞은 것, 적절한 때, 유리한 순간 혹은 시간상 놓쳐서는 안 될 상황적인 포획을 나타내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다. 예컨대 사냥꾼이 정확히 꽂아 넣는 순간적 솜씨, 항해사에게 험난한 항로를 간파하게 하는 기술 혹은 쏘지 않고 겨누는 있는 궁수의 순간 결정은 곧 시간의 카이로스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사진에 대하여 언제나 사건을 전달하는 기록자나 관찰자로서 대상 중심의 사유에 익숙하여 왔다. 또한 매체 사진의 절정에서 모든 사진의 메시지는 아폴론적 조화와 질서 그리고 대상 그 자체가 발하는 미적 조화로 수렴되었고, 세상을 관조하는 창(窓)으로서 그 목적론적 지향점은 관객으로의 전달에 있었다. 이와 같이 로고스(logos)의 사건-의미들이 지배하는 보이는 세상에는 언제나 한 쪽으로 치우친 편견과 획일 그리고 유일하게 소멸로 통하는 일방통행만 있을 뿐 더 이상 카이로스의 요동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카르티에-브레송의 포착-순간은 범 우주적인 질서와 보편적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무질서와 지극히 평범한 대상의 내면에 은닉된 생성의 발견이다. 이러한 포착은 브뤼셀에서 천막 뒤 공짜 구경꾼 사진이 암시하듯이 대상에 대한 관음증적 관조가 아니라, 주체의 경험적 상황으로부터 포착되는 내면적 느낌 즉 자신이 경험한 내적 형상의 재현에 관계한다. 그때 일상의 평범한 상황 속에 합치된 주체는 수많은 우발적 사건들과 의미들이 만드는 주름 사이에 은닉된 비밀스런 카이로스의 행렬을 볼 것이다.
예컨대 영국 조지 6세 대관식에서 관중석 밑바닥에 떨어져 자고 있는 어느 관객, 마르세이유 공원 잔디밭에서 자고 있는 노동자, 졸고 있는 바로셀로나의 과일 장수, 생-라자르 역 뒤 물웅덩이를 건너뛰는 사람 그리고 포도주를 끼고 파리 무프타르 골목 모퉁이를 돌아오는 어린 아이의 익살스런 표정 등은 더 이상 특별한 의미의 질서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 그 자체에 산재된 카이로스들의 출현이다. 그리고 그때 교부되는 포착-순간은 사진가가 경험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직감으로 미끄러지는 순간임과 동시에 의미의 비밀스런 균열 속에서 어떤 미묘한 감성의 음색(tonalit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러한 결정적 포착-순간들은 또한 프로이드의 무의식과 같이 어떤 “시선의 무의식”을 암시한다. 의심할 바 없이 사진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현실의 “지금 그리고 여기(hic et nunc)”를 증언하는 실증적인 투명성을 교부하고, 동시에 과거 어떤 분실이나 아쉬움의 감정을 확인하는 “존재했던 것(ça a été)” 이상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대적 닮음(analogon)과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은 일종의 사진-인덱스(photo-index)로서 오히려 예견치 못한 어떤 강렬한 충동이나 조짐 혹은 생리학적으로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현실의 이상한 측면 즉 존재의 특이성를 누설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것, 그것은 로고스와 코스모스의 항구적인 질서가 아니라, 그 속에 은폐된 수많은 느낌의 지속들이 서로 교차되고 충돌하여 어떤 의미작용을 드러내는 생성들이다. 이는 곧 무의미의 서사시로 언제나 합리적이고 박식한 로고스에 정면으로 대립하는 위대한 카이로스들이다. 부유하는 무기표의 신호로서 카이로스는 카오스가 지배하는 지하 세계를 배회하는 어둠의 존재들이다. 그러나 현실의 무게로부터 억압된 그들은 이제 지하 세계의 어두운 장벽을 뚫고 솟아난다. 현대 영상사진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리고 과학적 사고의 대척 지점에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거의 “반사적 속도로 움직이는” 자신의 직감에 의해 목격한 것은 바로 이러한 거대한 카이로스의 반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