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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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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라 다섯 친구들의 다섯 개인전

  • 전시분류

    단체

  • 전시기간

    2004-11-03 ~ 2004-11-17

  • 전시 장소

    선화랑

  • 문의처

    02-734-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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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색의 구조와 정신 - 다섯 유형 


지구촌 사이에 문화교류가 확대되면서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회를 통한 친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교류전은 다른 경향의 작품을 모아놓은 잡다한 그룹전의 차원을 넘어 미학적 동질성을 확인케하는 기획전의 형태를 띠기 시작하고 있다. 예술의 속성이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서로 다른 언어와 역사를 가진 작가들이라 하더라도 거기에서 인종과 지역을 초월한 보편적 원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우선 빛과 색의 구조를 중심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의 테마전이자,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4개국 작가들로 구성된 국제교류전이며 선 갤러리의 각 층으로 독립된 다섯 개 공간에서 펼치는 다섯 개인전 형식의 연합전이다. 공간의 배치는 지하층에서부터 지상 4층으로 이어지는데, 지하에는 한국계 미국인 김유부강, 1층에는 일본의 이카와 세이료, 2층에는 미국의 캐서린 캐디쉬, 3층에는 프랑스의 장-피에르 브리고디오, 그리고 4층에는 한국의 하동철로 전개된다. 


네 작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하동철 교수가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 국제적 교류를 활발히 전개해 오면서 맺은 개인적인 친교가 전시의 실마리가 되었다. 유부강의 경우는 서울미대 동기로 상호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 왔고, 나가사키 국립대학에 재직중인 이카와 세이료 교수와는 일본에서 열린 “미술전 2003 <이마> 나가사끼에서” 국제전 초청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다. 파리 1대학의 조형예술대학에 재직중인 장-피에르 브리고디오 교수와의 친교는 하동철 교수가 서울대 학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파리 1대학 조형예술대학 학장으로서 교류협정을 맺고 수차의 학생과 교수 교류전을 갖은것이 계기가 되었다. 캐서린 캐디쉬의 경우는 오하이오 스테이트 파운데이션의 네 번째 작가 초청으로 오하이오 4개 도시를 순회한 “아버지와 딸” 전시회가 계기가 되어 친밀한 우정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지하에 설치된 김유부강의 작업은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화면을 기조로 난무하는 붓터치와 세밀한 선들이 거칠게 자리잡고 있다. 그가 정한 제목을 보면 <Sunset>, <Sunrise>, <White Mountain>, <Gray Land>, <Brown Field>와 같이 대지나 하늘 그리고 그 빛을 지시하는 것들이다. 작가가 실행하는 원초적 제스추어는 광대한 하늘과 산 그리고 광활한 땅 위를 펄럭이는 심상의 깃발로 변주되고 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대자연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상 1층에 채워진 이카와 세이료의 작업은 설치 작업과 구조화된 평면 작업으로 되어 있다. 전시장 내부의 천장으로부터 바닥까지 강렬한 원색으로 채색된 일본지를 늘어뜨려 만드는 거대한 와선형 구조를 통해 서낭당에서 느껴지는 신비한 초혼의 원초적 공간이 창출하고 있다. 그 구조가 만드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종이를 접어 기하학적 도상을 만들고 그 위에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을 주조색으로 칠해 놓은 작업을 만나게 된다. 접고 칠하는 서로 다른 작업상의 이중구조의 틈에 개입되는 관객의 의식은 어느덧 새로운 시지각적 체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표면과 지지대의 연계성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는 그의 작업은 회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상 2층에 전시되는 캐서린 캐디쉬의 작업은 ‘유화’와 ‘스크린 모노타입’으로 구분된다. 그는 일본과 한국을 여행하면서 마주친 기모노와 원삼 그리고 도포의 의상형태를 세 폭의 캔버스로 변전시켰다. T자형 화면 위에 그려진 이미지들은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이며 이를 통해 계절의 향기를 감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해 내고 있다. 작가가 개발한 스크린 모노타입 기술은 실크 스크린 위에 그려놓은 물감을 스퀴지로 밀어 화면에 정착시키는 것으로서 즉흥적이며 생명력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기모노>, <Waterlilly>, <Yellow>, <Pink Artichoke>, <Spring>, <October> 등의 제목을 붙이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빛과 색으로 변화하는 계절의 자연율을 회화적 토운으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지상 3층에 자리잡은 장 피에르 브리고디오는 합판이나 하드보드지를 자르고 다시 조합하여 그 위에 공항 활주로의 다양한 표지 기호들을 시각화 해 놓은 작품 <Airport> 연작과 <Star>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샤를르 드 골 공항과 인천 국제공항을 왕래하면서 착상한 활주로와 그 주변 이미지들은 다양한 화면의 구조 속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즉 화면을 조각내어 다양한 형태의 기하학적 구조의 바탕을 만들고 거기에 특수한 도상과 색을 입힘으로서 색과 평면구조 사이에 시각적 긴장을 발생시킨다. 그의 다원적 공간으로 형상화 된 작품들은 하늘과 땅을 오가며 역사와 민족 그리고 문화를 하나로 엮어주는 표지들로 읽혀진다.  


마지막으로 4층에 전시된 하동철의 작업은 이전에 비해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관념적 혹은 관조적 빛의 세계에서 벗어나 즉자적이고 체험적 빛의 공간으로의 투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팔각형의 화면 중앙에 자리잡은 소실점을 향해 방사선 형의 선들이 집중되어 있고 그 주변에 강렬한 빛의 소용돌이가 분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가 몇 년전에 방문했던 네팔에서 마주친 만다라 형식에서의 감동으로 돈오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원형상이 동양정신의 본체를 드러낸다면 그의 작업은 그 본체에로의 투신을 의미하고 있다. 천궁으로 빨려 들어가는 체험은 빛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자신이 소멸되고 이러한 현상을 통해 스스로는 전혀 다른 영역의 존재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이어진다.  


이상에서 보듯 예술적 황금기를 사는 다섯작가들의 작업에 나타나는 빛과 색채의 구조와 정신은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체험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그 안에서 정제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거기서 발생하는 조형적 원리와 그 정신이 이들 다섯 친구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연합전은 60대 초반에서 중반의 비슷한 연령층에 이른 작가들의 예술에 대한 상호관심과 우정의 결과라 할 것이다.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사가)


○ 전시개요 

1. 주제 : <네나라 다섯친구들의 다섯개인전>

2. 참여작가 : Kim You Bu-Kang(한국), Seiryo Ikawa(일본), Katherine Kadish(미국), Jean-Pierre Brigaudiot(프랑스), Ha Dong-Chul(한국)

3. 일시 : 2004년 11월 3일(수) - 11월 17일(수) (15일간) 

4. 장소 : 선 갤러리 전관 (지하, 1, 2, 3, 4층) (02-734-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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