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에서 그림과 도자를 통해 삶의 근간을 탐닉하는 권순익은 자신의 삶에 대한 근원의 탐구와 맞물려 ‘생활’ 혹은 ‘삶’이라는 형이상학적 체계의 시원(始原)에 명쾌한 답을 던지고자 노력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주된 테마인 전통문양과 분청에 매료되어 직접 10여년 세월 동안 분청사기작업을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일종의 관심에서 분청사기 작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작업 주제가 되는 것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로, 이는 작업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캔버스에 행복한 소망을 담아 붓질을 하며, 도자에 정성을 빚으며 소망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그런 마음을 모아 굽기도 한다. 그리하여 완성된 작품을 2년여 만에 선보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딪힘, 혹은 불협화음, 생활의 번잡함, 쳇바퀴처럼 바쁘게만 돌아가는 일상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게 우리의 일상이듯 정신적 혹은 육체적인 여유를 찾는 것이나 좋은 일이 생기기 바라는 것은 모든이들이 하나같이 추구하고 바라는 삶의 한 부분이다.
작가도 그것을 원하고 있으며, 화면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쉬어갈 수 있는 여유 즉,‘소요(逍遙)’를 회화와 도자 속에 전통문양과 함께 우화적으로 풀어나간다. 그러면서 반복된 삶 속에서 늘 한 해를 보낼 때 마다 새로운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인의 시선에 익숙하면서 정감 어린 이미지들에 ‘연년여의(年年如意)’를 꿈꾸어 보기도 한다.
그의 작업에서 ‘연년여의(年年如意)-해마다 늘 좋은일이 생기기를…’의 마음을 담아 길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문양을 단순화시키고, 한국 고유의 전통문양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캔버스에 드러내며 이는 작가만의 색채 배합으로 인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안정감과 함께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도자작업에서는 사람과 함께 어울려지는 자연의 생명체들을 정감 있게 표현하여 동화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분청사기에 표현된 이미지들은 마치,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던 우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유분방하게 표현된 이미지, 선의 간결함과 가장 서민적이고 멋스러움이 더해져 분청사기 특유의 은은한 빛깔을 드러내고 있다.
권순익의 작품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예술이라는 이름도 작가 자신만의 자족(自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회화 작업에서 유화라는 서양에서 유입된 재료를 사용하긴 하지만, 도자와회화의 결합으로 선보여지는 그의 작품에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성이 담겨져 있으며 잊혀져가는 문화에 대한 현대적 시각과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단상들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한다.
전시를 관람하는 시간은 제한되어있더라도 그 속에서 자유롭고 한적하게 거닐어 보며,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래보는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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