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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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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조(觀照)  

  

 인물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눈이다. 희로애락의 순간적인 감정은 물론 그 사람의 인생관과 세계관 모두가 대상의 눈을 통해서 드러날 뿐 아니라, 그 인물의 성격과 유형에 대한 화가의 판단도 대상의 눈에서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고금의 모든 화가들은 화룡점정이라고 하여 눈 그리는 것에 가장 고심하였고 보통 제일 마지막 순간에 그려 넣었다. 따라서 인물화의 경우 현대 회화에 대해 모리스 드니가 말하는 것처럼 회화를 본질적으로 일정한 질서에 의해 배열된 표면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인물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도 인물의 개인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느냐 하는 문제 즉 기운생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이렇게 본다면 전통[法]과 창신[變化]의 문제에서 전통이 무시될 수 없는 기본적 요소이며 전통의 확고한 발판을 토대로 하여 새로운 실험을 시행하는 것이야 말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에서 여전히 유효한 명제가 된다. 

     

  박효민의 인물들은 우선 자신이 가장 가까이에서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하던 친지들로 한정된다. 그러기에 그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음과 동시에 그 밑바닥에는 그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져 있음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우리로서는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을 대하고 그래서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인물들의 포즈, 그들이 자리한 위치, 그들이 입은 옷, 그들의 손짓, 그들의 시선 등을 차분히 보고 있노라면 점차 그들이 우리에게 속삭여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이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무엇이 그들을 슬프게 해주며, 그들을 고민 속으로 몰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같이 이야기하며 그들의 감정에 동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눈에 시선을 집중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들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초대>에서는 시간을 초월하여 화가 자신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간에 모인 다섯 사람이 각기 시선을 달리한 채 자신의 세계에 침잠해 있다. 이들이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과연 화가를 중심으로 서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들 간의 소통은 화가의 희망에 그칠 것인가? 단언할 수는 없으나 그들 간의 소통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 같다. 〈念〉에서는 찰나적인 계시를 통해 무언의 진리를 깨닫는 순간을, 배경과 몸체는 간단히 처리하고 얼굴에 중점을 두어 묘사하고 있다. 〈건일〉에서는 젊은 인물이 자의식에 가득한 모습을 서양화적인 틀과 명암법을 구사하여 드러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우리는 박효민이 인물화의 전통을 지켜가면서도 구도, 형태, 선과 색채의 운용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인물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는 노력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인물들이 모두 화가의 가장 친근한 몇몇 사람들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은 장점이자 동시에 일정한 한계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곽희가 말하는 것처럼 경험한 것이 많지 않으면 자신의 사고와 생활방식에 편향되기 쉽다. 그러므로 대상의 내적 특성과 형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단번에 다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점을 깊이 자각하여, 언제나 겸손과 인내를 바탕으로 작업에 임한다면 훌륭한 성과를 이룰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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