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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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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의 독특한 춤과 문화를 강렬한 원색으로 화폭에 옮긴 서양화가 정회남의 작품 200여 점의 전시가 갤러리 秀 기획으로 인사동의 공평아트센터, 이형아트센터, 갤러리 秀 세 곳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아프리카의 케냐, 페루의 마추피추, 인도네시아 발리, 티벳, 시리아, 요르단, 인도를 비롯하여 밥 말리의 추억이 서린 자마이카 등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작가가 찾아 낸 풍물과 춤사위에 담긴 희로애락과 의미를,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원색을 주로 사용하고 색채의 원근법을 이용, 같은 두께 의 주제보다 두터운 배경을 그리면서도 주제가 강조되게끔 보색대비를 활용하면서 한국적인 정서로 재 구성하였습니다.

삶의 여유와 해학이 가득 담긴 정회남의 작품 감상에 곁들여 부드러운 음악으로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향기롭고 훈훈한 봄의 氣를 담아 가시길 바랍니다.
金秀吉│ 갤러리 秀 관장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세계의 춤과 문화

정회남의 이번 전시는 정회남의 두 가지 세계가 선보일 것이다. 하나의 세계는 그가 발로 딛고,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감동과 인상을 붓으로 화면에 옮긴 세계이고, 또 하나의 세계는 감동과 인상을 화면에 옮기되 회화의 질서를 재구성하려는 의지의 세계이다.
'세계를 그대 품안에'라는 영화제목만큼이나 정회남의 발길은 세계 곳곳을 부비고 다닌다. 중국 원난성의 방석 무늬를 눈여겨보고,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화려한 의상으로 중국 원난성의 방석 무늬를 눈여겨보고,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화려한 의상으로 공연되는 권선징악의 전통 춤을 보고, 시리아의 사막에서 페드로의 유적을 보고, 강렬한 태양 아래 흑단 같은 피부 빛의 사람들 그리고 활토가 선연한 아프리카의 로치라는 카페에서 스케치를 한다. 그 인상은 눈으로 보고, 감성으로 포착하고,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표출되는 세계이다. 종래 정회남 스타일의 대명사라 할만한 날렵한 나이프 터치는 보다 정교한 세계의 구현을 위해 붓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나이프 터치에 의한 작품에서 주제와 배경이 행복한 친화관계를 유지했다면 이번 작품전에서 주제와 배경은 은밀한 갈등관계라고 할 수 있는 역학적 구조를 보여준다.


나이프터치의 작품에서는 작품의 주제와 배경이 시각적, 기법적으로, 그리고 안료상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배경의 색은 주제와 형체가 있는 색면 안에 함께 들어 있었다. 때로는 마치 각각의 조형요소를 공유하는 두 개의 화면을 병치하듯, 하나의 색면, 하나의 나이프 터치는 배경으로, 화면 전체로 확산되어 평화스러운 공존과 대등 관계를 보여주곤 했다. 그것이 단순화했다. 배경과 주제가 확연히 구분되는 단순한 구분되는 단순한 색면으로 변모한 것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배경은 종래의 대등관계에서 보조관계로 이행한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색종이처럼 평면으로 보이는 배경도 가까이서 보면 주제와 형체와 같은 두터운 질감과 짙은 색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므로 두터운 질감과 충실한 형체로 그려지는 주제와 물감의 물리적 두께는 같지만 배경은 배경으로 독립되고 있다는 점이 종전의 나이프 터치에 의한 작품과 다를 뿐이다. 다만 주제를 보다 강렬하게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이라는 원론적인 방향은 확고히 설정되어 있다. 그라나 이러한 주와 종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평면화의 의지이다.





주제가 돋보여야한다는 것은 발리 민속춤의 소재에서 유추하건대 권선징악적인 주제의 설화적인 내용과 감동을 보다 엘로로 배경은 보라색으로 처리된다. 이를테면 보색대비이지만 그것은 색채학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정회남의 머리 속에 각인된 춤의 폭발적인 이미지가 제 자리를 찾기 위한 체질적인 선택이라는 편이 옳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 얼어붙은 춤사위는 색종이를 오려 덮어씌운 듯한 보라색 배경에 갇혀 보석처럼 빛나는 대비를 이루게 된다.

여기에서 인상에서 비롯하되 회화의 질서를 재구성하려는 또 하나의 세계에 대한 단서가 포착된다. 20세기 유럽에서, 인상파가 생활주변의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항구적인 회화의 질서를 구축하고자하는 신인상파의 활동이 촉발되었다면 주제와 배경의 문제는 인상파-신인상파의 각성을 바탕으로 20세기 회화의 제1과제라고 할 수 있을 평면의 문제와 연결되면서 피카소, 브라크가 이룬 색면혁명의 원론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을 회화적 성취로 이어진다.




20세기의 색면혁명은 물질로서의 화면으로 환원과 평면 위의 대상을 평면으로 표현한다는 이를테면 현상학적 본질환원에의 화면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 화면이란 모리스 드니가 1891년에 20세기 화가의 제 1 신조에서 발표한 것처럼 "그림은 전쟁터의 말, 벌거벗은 사람, 이야기꺼리가 아니다. 그림은 원래 어떤 특정한 질서에 의해 조합된 색채로 덮어씌운 평면이라는 점을 기억하라."는 류의 인식에 바탕을 둔다.
평면을 평면으로 표현한다는 과제는 재현을 중심으로 영위되었던 20세기 이전의 미술에 대한 20세기 미술의 선전포고였다. 재현의 미술은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모방하여 화면에 옮겨놓는 방식이므로 자연상태에서 볼수 있는 깊이와 원근감을 재현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글임을 한발짜국 가까이 접근하거나, 들여다보거나 만져보고 싶을 만큼 정교하고 자연물을 닮은 그림은 눈속임 그림이라고 부를 만큼, 화면의 물리적 깊이와 원근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을 화면의 혁명으로 이끈 배경에 색채이론과평면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평면에 대한 집착은 잰슨이 '미술의 역사'에서 지적했던 이른바 평면혁명을 일컫는다. 잰슨은 마네 '할아버지'의 '피리 부는 소년'에서 시작한 평면의 인식이 '손자' 피카소의 "세악사"에서 완성되었다고 본다. 20세기 미술의 최대 이슈라고 할 수 있을 평면화의 시도란 카메라에 의한 복제수단이 대중화되면서 화가에 의한 재현이 의미가 없어진 세대에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시각을 되찾자는 의도가 있다.




정회남의 그림은 유럽화가들의 절망에 대한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만하다. 정회남의 그림은 화면위에 붙이지 않으면서도 색채원근, 색채자족의 강령을 실천한다. 보라색 배경 위에 노란 안료는 형광 색에 가깝다.
인상파화가들이 팔레트 대신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이겨 발라 색채의 순도를 높였다고 평가된다면 그 정점에 정회남이 원색이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원색과 원색대비의 화면은 화면 위에서 절묘하게 조화된다. 그것은 아날로그의 시대에 디지털 감각으로 재구성된 새로운 성취라 할 수 있다.
정회남에게 다른 시각과 인상으로 본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고리는 배경이었다. 단순화한 배경은 마치 정회남이 너무나 현대적인 그림이라고 찬탄했던 키리히스탄의 동굴벽화나 암각화처럼 숱한 공간적 궤적과 수만년 시간이 농축되어 있었다.
그것은 정회남에게는 낙서처럼 그림에 쏟아진다. 예쁘게 그리지 않으려고 해도 예쁜 그림이 나오고, 비뚤어지게 그리려해도 비뚤어지지 않는 그림이 나온다는 정회남이 불평에도 불구하고 그림들은 아날로그 적인 관객의 반응을 주도하고 평면화의 제3차 대안으로 등장하는 디지털 적인 출력물로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회화의 질서로 당당히 자리 매김을 하게 될 것이다.
김영재│세계사상가, 철학박사





정 회 남 展
2005. 3. 16 - 3. 29 갤러리 秀
2005. 3. 16 - 3. 22 공평아트센터(Tel. 733-9512), 이형아트센터(Tel. 736-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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