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2005 서울미술대전 : 회화
3. 9 - 4. 10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미술대전은 1988년 경희궁에 서울시립미술관이 개관하기 전인 1985년부터 3년간을 서울시 문화담당관실에서 추진하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진 바 있다. 이 서울미술대전은 한국화, 양화, 판화, 조각 네 분야에 서울에 거주하는 작가 중 대략 120 - 150여명의 초대작가를 선정해 온 전시이다. 올해 20회를 맞은 이 전시는 최근들어 변화를 시도하여 작년에 공예작가 전시를 가졌고, 이번에는 판화, 조각을 제외한 회화만을 대상으로 꾸며졌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이제껏 참여해온 작가 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 몇 명을 참여시켰으며, 한국화 62명, 서양화 88명으로 150명이 출품하였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한국화, 서양화를 구별하지 않고 7개 주제로 나누어 보여주었다.
제1전시실에 '관념을 보다'는 홍정희, 김태호, 이태현, 하동철, 최인선의 추상작품을 보여주다가 이재복의 오브제가 들어간 작품 외, 지석철, 이석주, 오승우, 김진관, 이경수 등의 구체적인 형상작품이 섞여 있어 혼란스러웠다. '꿈을 보다'에서는 김와곤, 김한, 정우범, 김은진 등의 작품이 주제와 밀접했다. 제2전시실에 '자연을 보다'의 풍경화와 '인간을 보다'의 인물 주제는 관람객에게 친근감있게 다가왔다. 제3전시실은 입구에는 '일상을 보다'와 '정념을 보다'가 함께 표시되어 있는데 개념 정리가 어려웠다. 이청운, 심재영, 박은선, 유근택의 작품 등은 일상을 잘 나타냈는데 관람자는 8명의 꽃 그림이 일상인지, 정념인지를 모른다. 정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온갖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 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도자기가 있는 풍경>, <가을은 가고>등이 나오더니 이강소, 김춘수, 박관욱 추상작품도 나오고 어느 작품들이 정념을 보여주는지 아리송했다. 제4전시실 '물성을 보다'는 윤형근, 정창섭, 정상화, 김기린, 김봉태, 김형대, 이봉열, 최명영, 전광영, 함섭, 송수남, 정탁영, 원문자, 정종미 등의 작품으로 물성을 추구해 온 작가와 관념에 속해 있을 작가 등이 섞여졌다.
작품의 해석은 큐레이터의 자의적인 판단 몫이겠지만 그 작가가 추구해온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핵심인 전시주제에 대한 설명이 전시도록이나 전시장에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 전시실이 2개의 주제로 나뉘어짐에도 불구하고 중간 구분표시도 없다. 요즈음 한자리에서 대하기 어려운 유명작가 작품을 모은 전시지만 그저 진부하다고 생각했는지 홍보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미술관 측은 이런 전시의 장점을 살려내기 위해 주제나 전시 방법의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한다. 이 전시를 보며 필자는 척박한 시절 미술계를 지켜온 중진, 원로작가들은 '흘러간 옛노래'로 치부하면서 새로운 것, 첨단의 것만을 쫓는 젊은 큐레이터들의 깊이 없음을 보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인 서울 풍경전(2.17 - 4.10 남서울분! 관)도 필요 이상으로 소주제가 많아졌다. 제8전시실 '정경'에는 대전에서 거주하며 금강을 시리즈로 그려온 정명희 <하일>, 박대성의 청오동을 그린 <풍경>, 이대원은 파주의 과수원을 그린 <농원>은 서울이 아닌데 서울의 '정경'으로 걸려 있었다. 더구나 판화작품은 액자도 없이 핀으로 장기간 전시를 마쳤다.
서울아트가이드 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