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용
서울청년미술제 : 포트폴리오
2005 4. 25 - 5. 22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경희궁 분관, 남서울 분관
무수한 시각이미지의 혼재로 길을 잃을 때, 때론 하루 종일 걸어 다닌 발은 그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서울 시립미술관이 의욕을 가지고 개최한 이 전시는 장르(회화, 조각, 판화, 멀티미디어......)를 구분하지 않고 작가를 선발한 점에서 현대 미술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으며, 신세대 감각을 지닌 작가들을 선발하여 작가들에게 활동의 발판이 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전시를 보고 나니, 전시의 외형만 다를 뿐 이전의 전시 진행들과는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실망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선발했음에도 이전의 장르의 구분에 따라 분류되어 있었으며, 참여 인원도 260여명이라 세 곳에서 분산되어 전시되어 일반인들이 하루에 관람하기에는 필자가 관람해보니 무리가 있어 보였다. 또한 경희궁분관과 남서울분관은 본관에 비해 관객들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 분관에 전시된 작가들에게도 은연중에 차별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소지를 주고 있었다.
포토폴리오는 원래 작가의 생각은 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기에는 전시공간과 시기상의 문제와 전시재원, 기타 등등을 고려해야 하는 일종의 아이디어 스케치 집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포토폴리오>전은 이전의 전시 형식과는 달리 35세 이하의 신인들의 반짝이는 미완성된 아이디어 스케치 집을 전시하는 것이 본래의 의도와 잘 부합될 것이다. 그래야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도 장르의 편견을 갖고 전시를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관람하면서 신인 작가들이 생각하는 이면을 들여다보며, 그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 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전시 진행도 이전의 진행방식과 같이 큐레이터들이 보관해 온 자료를 모아 10여 차례의 선발 과정을 거친 후, 2명의 비평가들이 작가들의 성향을 비평하는 형식보다는 일정의 공고를 통해 신인들의 아이디어 스케치 집을 모아 그것을 잘 선별해서 전시를 하였다면 문제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는 지금의 전시와는 그 반응이 전혀 달랐을 것이다.
서울아트가이드 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