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에서 마련한 <오늘의 작가> 展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평생 일관된 자세를 유지한 우성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려 젊고 유능한 예술가를 발굴, 격려하기 위한 사업으로 <오늘의 작가> 전을 마련하고 있는 김종영미술관은 2005년 첫번째 <오늘의 작가>로 단순한 규칙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확장법칙을 연구하는 김주현을 선정하였다. 김주현은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모더니즘 미술의 그리드 바깥으로 ‘점, 선, 면’들을 ‘확장’시키는 가운데 “과학적 은유”를 이끌어 내는 90년대 우리 미술계에서 매우 독특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이다.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가장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내기
김주현은 자연 세계의 간단한 원리를 상상하고 그것을 조각으로 가시화, 조각적으로 증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개미들이 아주 단순한 행동 규칙 몇 가지만 실행하여 복잡한 사회를 구축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김주현의 작업은 흰개미의 집짓기와 같이, 같은 높이의 두 점을 계속 연결한다는 단순한 법칙에서부터 시작한다. 처음엔 한 가닥씩 끝점을 잇기 시작하여 그것의 끝점들이 이어지게 되고, 그들이 계속 연결을 낳게 되어, 종국에는 그 복잡함은 걷잡을 수가 없어진다. 이는 복잡하고 다양한 자연현상계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프렉탈의 이론과 유사할 수 있다. 단순했던 구조가 점점 복잡해져 감에 따라, 즉, 공간을 점유하고, 확장해 나감에 따라 물길형태일 수도, 꽃 모양 일수도 하는 자연의 형태를 스스로 닮아가게 된다.
그녀의 복잡한 구조는 작가 스스로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방법 중의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며, 동시에 인과관계와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 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주현의 자기 확장법
그녀가 간결한 언어와 단순한 규칙을 통해서, 그리고 집착에 가까운 까다로운 계산의 과정과 반복적 행위를 거쳐 힘겹게 도달한 곳에는 늘 예측을 넘어서는, 그래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놀라움’의 세계가 숨쉬고 있다. 그 ‘놀라움’은 전시장에 동물의 시체나 쓰레기를 가져다 놓는 종류의 놀라움은 물론 아니다. 정교한 프로그램 속에서도 점, 선, 면, 입방체의 관계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눈으로 목격하는 놀라움, 실재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의 관계는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보여질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되는 놀라움, 큐브 안에서는 그 큐브 밖으로 나가는 순간을 계산해낼 수가 없으며 그 큐브 바깥으로부터의 시선이 필요에 대한 확인 등등... 그녀의 조각작품, 혹은 ‘모형’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관계가 삶의 상식적인 규칙들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하며, 임의적인 것인지에 대한 경이로운 상(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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