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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 2주년 개관기념 이만익화백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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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된 유머로 표현한 민족정신



김미진│세오갤러리 아트디렉터, 조형예술학박사

이만익은 현재 우리 민족의 화두로 등장되고 있는 역사관과 가족관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오래전부터 깊이있게 통찰하면서도 대중적으로 쉽게 표현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다. 그의 작품은 우리 민족의 전통설화, 역사화와 인정넘치는 소박한 가족관을 절제된 형태와 색채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 정서로 표현된 것이다. 이만익은 1951년 중학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에 몰두하기 시작하여 수많은 스케치와 습작을 거치며 50여년의 화업을 통해 오늘날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낸 진정한 화가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하고 명쾌한 형태에서 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만의 독특한 정체성은 역사 속에 기록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세오갤러리에서 발표되는 작품은 주로 급격하게 변하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모습을 그려낸 것들이다. 주변국들에 의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우리의 민족정신과 역사의식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기획된 이만익展은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가족도, 역사, 설화의 3가지 주제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만익 특유의 서사적 감성이 소박하면서도 강한 형태로 그려진 것이다. 가족도는 자연의 서정적인 풍경이라는 상징적 배경 위에 단란한 가족을 도상적으로 그려낸 것들이다. 새순이 올라오고 꽃이 활짝 피는 화창한 봄날 머리 위에는 밥상을 이고 아이를 등에 업은 어머니와 봄꽃을 가득 딴 바구니를 어깨에 메고 그 위에 어린 딸을 목마태우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술병을 머리에 올린 소년이 등장하는 <가족나들이, 2004>는 단란한 네 식구가 가까운 자연으로 봄나들이 가는 정겨운 모습이다. <봄나들이, 2003>은 목련꽃이 피어있는 강가에 세 식구가 소풍을 나와 풍요로운 미래를 계획하는 듯 나란히 앉아있는 사랑스런 모습이다. 아이를 안고 있거나 아이와 함께 누워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모자도는 이만익이 즐겨 다루는 주제다. 아마도 그것은 어린 시절 이만익이 경험했던 좋은 추억들이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영원히 간직해야 할 우리 민족만의 여유롭고 평안한 삶의 모습일 것이다.




이만익의 가족도는 우리 민족의 감수성으로 민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고 향토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이것은 1922년 1월호에 <개벽>에 이광수가 개제한 「예술과 인생」에서 ‘우리 민중의 특색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예술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견을 실현시킨 작품이다.“우리 민중의 감정은 아직 복잡, 섬세한 것에 감동할 만하지 못합니다. 그네들이 즐겨하는 바는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외다. 비겨 말하면 굵은 선으로 굴곡을 분명하게 그린 것이외다. 색채로 말하면 간색보다는 농후한 순색이오, (중략) 이러한 단순하고 소박한 예술 중에 참으로 건전한 민중예술이 성장할 것이외다.” (1)



가족은 서로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따뜻함이 깃든 첫 번째 사회적 기본 단위이다. 바쁘게 살고 있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가족애마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물질과 문명의 발달은 부모, 자식 간에 서로를 사랑하기보다는 이기심을 조장하며 서로 파괴하고 비참하게 만들어 삭막한 사회를 조장하기 쉽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있는 달빛아래 사랑을 속삭이거나 얼굴을 맞대며 홍조를 띠고 입맞춤을 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 또한 아름답고 숭고하다. <여름의 끝날, 2003>은 여름날 꽃밭에서 남자의 무릎에 기댄 아내의 모습을 그렸고, <그대와 나, 2003>는 가을날 해바라기 꽃밭에서 다소곳이 기댄 부부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은은하며 기품이 넘치는 사랑스런 광경이다. 그 밖에 <숲속의 아이들, 2003>은 복사꽃이 활짝 핀 봄날 숲속에서 아이들이 강강술래의 놀이처럼 원을 만들어 춤을 추고 그 주위를 둘러앉아 자유롭게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모습에서 흥겹고 순수한 열정과 희망이 엿보인다.




이만익은 아직 철이 들지않은 아이를 사랑스럽게 무릎에 안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대중에게 우리 민족정신을 알기 쉬운 정다운 형태로 그려낸다. 인생과 예술세계가 점점 무르익을수록 그의 작품은 더욱 명료하고 단순한 형태로써 서정적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세계적인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와 뮤지컬 ‘명성황후’ 등의 포스터에서도 발견되며, 전 세계에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웅장하고 힘이 넘치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출품되는데 역사적 신화를 배경으로 한 <유화자매도, 2003>, <주몽의 천기를 잡다, 2005>와 <명성황후, 1997>, <청산별곡, 2005> 등이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힘찬 선과 강렬한 색채의 형태 배분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산 국제영화제 포스터에 사용된 <유화자매도, 2003>는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잉태한 유화부인과 그의 두 자매를 그린 것으로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거친 파도 위, 나무로 된 조각배 위에 당당하게 소라나팔을 불며 바람을 맞이하는 유화의 모습에서 고구려의 강한 정기인 고주몽의 잉태를 예견하는 강인한 영웅적 여성상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중세의 아이콘화처럼 완전함과 완벽함, 균형과 조화, 광채와 색채를 추구하고 있다. 배경에 그려진 불꽃의 기운처럼 움직이는 공기는 앞으로 다가올 역경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대처해 나아갈 범상치 않은 기운을 암시한다. 이것은 <주몽 천기를 잡다, 2005>에서 구체화되는데 이런 예사롭지 않은 천기를 손에 쥔 소년 주몽의 패기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명성황후, 1997>은 일본의 날카로운 칼이 원근법적으로 배치되어 끝이 보이지 않고 구름의 기운은 약하게 표현되어 조선의 절망적 상황을 나타낸다. 그러나 명성황후는 인자하면서도 당당하고 기품있는 모습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상념에 젖어있다. 명성황후는 고상하고, 아름다우며, 화려하고 격조가 있어 저절로 맑고 빼어난 기를 가진 심오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양의 오랜 미적 가치를 제시한다. <청산별곡, 2005>는 2개의 캔버스로 된 대작으로 고려시대에 불려졌던 청산별곡을 주제로 삼아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곳에서 소년, 아낙네, 노인, 소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한을 가슴에 품고 극복의 염원을 하며 춤을 추고 있다.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학은 순수한 의지로 희망적 결과를 암시한다.




마지막으로 설화적 주제를 표현한 이만익의 작품들은 역사화의 특징과 함께 그만의 특유의 유머가 더불어 표현된다. 이 작품들은 화가의 삶과 화업의 연륜에서 배어나온 관조적 풍류로 기품있는 재미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만익이 추구해 온 자신만의 세계일 것이라 여겨진다.
<새벽, 2005>은 이른 새벽 수탉이 힘차게 목젖을 드러내며 꼬기오를 외치는 강한 생동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황새와 개구리, 1998>에서 황새는 당연한 먹잇감인 개구리에 연연해 하지않고 기량을 다해 날아가나 개구리는 놀란 눈을 하고 사지를 쭉 뻗어 연못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까치와 호랑이, 2005>에서는 더욱 유머스럽게 표현되는데, 얇은 수염을 한 호랑이는 여유있는 여러가지 다양한 표정으로 품위 있는 익살스러움을 보여주고 있고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명랑한 표정이다.
이만익의 작품은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직설적이며 솔직한 형태로 극도의 순수성을 투영하며 큰 울림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소박하지만 기품이 넘치는 형태와 색채는 이 세상에 때묻지 않은 인간과 자연의 기본법칙과 정신의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1) 서성록 <한국의 미술>, p. 35




오프닝 : 2005년 5월 19일(목) 오후 5시

관람시간 안내
월요일~토요일 am 10 ~ pm 7
목요일 am 10 ~ pm 9 (일요일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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