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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微작을 미, 弱약할 약), 묻히는(be covered) 드로잉’
공간 속에 투명한 색으로
우리의 눈이 사물을 인식하고 인지하는 것은 ‘구별’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것은 ○○○ 이다’ ‘이것은 ○○○ 이 아니다’라고 좀더 쉽게 구별하기 위해 좀더 명확한, 확연한 ‘다름’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다름’의 기준 속에서 존재의 유, 무 역시 판단되어진다. 캔버스의 흰색 역시 내 색을 좀더 쉽게 구분지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흰색바탕에 흰색을 칠하거나 투명색을 칠하면 그것의 존재는 묻히게 된다.
‘묻힌, 미약한 존재’ 그것은 명확한, 확연한 것만큼이나 분명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획일적인 하나의 기준이 아닌 공존을 통한 다양한 관점에 열려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중구 필동 2가 128-21번지. 총 4층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을 만났을 때 나는 내 작업안에서 고민하고 있던 ‘미약함과 묻힘이 주는 공존의 다양함’을 이 공간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눈에 띠는 대로변이 아닌 남산 언저리에 있는 골목길에 있는, 주택가 이긴 한데 군데군데 인쇄소 등이 자리한 주택가도 상업지구도 아닌 애매한 동네, 건물의 앞뒤도 층 구별도 애매한 건물구조, 문과 복도 계단의 위치가 애매해 동선도 다 재 각각인 공간배치, 스튜디오. 갤러리. 사무실 그 어느 것 하나와도 딱 어울리지 않는 용도까지 그 어느 것도 하나만을 들어내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처음에는 당혹스러움으로, 시간이 지나면서는 차츰 낯설음과 새로움으로 그리고 그 후에는 공존에 따른 끊임없는 다양함으로 느껴졌다.
project 1. On White - the 1st floor space
project 2. On Black - underground space
project 3. On Air - outdoor space
이것은 창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드로잉이기도 하다 이것은 기둥이기도 하다 이것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것은 뒷면이기도 하다 이것은 실재이기도 하다 이것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은 아주 미약한 무엇이다
묻힌 존재는 종종 없는 존재로 오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묻힘을 동경한다.
그것이 나에게 공존과 다양함을 풀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 갤러리다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21
T. 02-2264-5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