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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FUN)란 무엇일까? 우리는 재미를‘있다’또는‘없다’의 이분법으로 말하곤 한다. 우리는 인생을 얘기하는데 재미란 말을 자주 사용하고 필자 또한 재미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한다.
잼잇는 전시 展
최재승│독립큐레이터, 전시기획
재미(FUN)란 무엇일까? 우리는 재미를‘있다’또는‘없다’의 이분법으로 말하곤 한다. 우리는 인생을 얘기하는데 재미란 말을 자주 사용하고 필자 또한 재미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한다. 재미가 없다면 혹은 재미를 모른다면 우리네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찾고자 하는 인생의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문화적 패턴을 보면 재미있는 소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의 전시나 영화, 연극 등을 보더라도 즐겁고 재미있는 소재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경향은 게임 과 인터넷 문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웃음을 동반한 재밌는 꺼리는 주변의 공기를 한순간 응집시켰다가 공간 구석구석에 유쾌하게 흩뿌린다. 박장대소하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든 크고 작은 재미를 찾는 욕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활력소임에 틀림없다.
잼잇는 전시는… 재미있는 일상의 단면을 소재로 하여 재치있게 담아낸 세 작가(김경민, 신치현, 정국택)의 작품들로 이루어진다. 이들의 작업은 일차적으로 어려운 미학 내지는 예술적 해석을 굳이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의 일상적 모습을 재미있게 구성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생활의 작은 재미를 찾아보자.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슬쩍 입가에 미소를 담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새봄을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 문화 공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경민의 작업은 한마디로 재미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는 그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다. 김경민은 평범한 일상적 모습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순적 상황에 당면한 인물들의 제스처에서 그 재미가 더해간다. 씩씩하게 일터로 나가는 여자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강아지의 시선,
식을 줄 모르는 다이어트 열풍과 갈수록 화려해져만 가는 식탁의 유혹,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고정 관념과 습관 등 현대인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풍자하여 보여준다. 작가의 코믹스러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배어 나온다.
혼자 있을 때 드는 외롭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한 탈출구로 작업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30대인 지금의 작업은 내 삶이 중심이며, 내 작은 우주의 질서로 하루하루 나를 새롭게 탄생시키고 그 설렘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다. 일상을 벗어나고자 했던 작업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재발견했을 때 비로소 작업의 재미를 느꼈으며,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김경민의 작가노트 중에서...
신치현의 작업은 사물을 보는 거리에 따라 도식화된 조각들의 조립과 결합으로 재구성되어진다. 인간의 시각은 어떠한 거리를 두고 사물을 인지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의 작은 파편들은 입체가 아닌 평면의 디지털작업으로 느끼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디지털 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형성되어진 이미지의 재인식을 통해서 보여 지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발견은 지금의 문화적 트렌드에 잘 부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작업과정은 아주 치밀한 계산과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 작은 입자(큐브)들이나 많은 픽셀(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를 재생산해 나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다.
적당한 거리(Distance)에서만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우리의 시각, 숲을 보면서 나무를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단편적 시각의 한계를 거리(Distance)라는 요소로 해석하였다. 아주 어릴 적 동네 뒷산에 올랐을 때 한 눈에 벌어지는 동네의 전경은 상상할 수 없었던 굉장한 것이었다.
사물의 파편화된 조각들은 기존의 온전한 형태를 잘게 부수어 그것을 데이터화 한다. 그리고 다시금 데이터를 형상으로 생산, 조립하여 원래의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를 재현 아닌 재현을 한다. 재생산된 이미지는 분절되고 파편화된 이미지로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시각적 인식에 방해를 유도한다.
신치현의 작가노트 중에서...
정국택은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우화적이고 동화적인 표현방법으로 감상자에게 친숙함과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현실세계를 풍자적으로 기술하는 서술적 형식은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역설적 스토리텔링에 다름 아니다. 지금의 도시는 역동적이지만 다양한 변화를 재빠르게 수용해서 복제하는 거대한 공장과 같아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하나의 부품마냥 몰개성의 공업용 인간으로 전락해가는 건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아를 상실한 익명의 시대에서 고단하고 지루한 일상적 삶을 반복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도전과 꿈,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와 위트를 바탕으로 한 공간적 연출을 보여 주고자 한다.
나의 작업은 현실 경험과 상황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시대 상황이나 문화적 배경을 표현하면서 「조각」의 개념에 「그림」의 요소가 더해지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상황 표현에 풍자적 요소가 강하게 가미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풍자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인간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뒷면에 내제된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그로인해 감상자로 하여금 처음엔 웃음을 자아내지만 결국엔 그 안의 또 다른 의미를 캐치할 수 있는 매력을 자아내고 있다.
정국택의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