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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재탄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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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는 예술, 미술의 한 장르로서 회화나 조각이 미술의 역사를 만들어가기 그 이전부터 예술의 길을 함께해왔으나 순수미술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다른 미술 분야에 비하여 조금은 평가절하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공예라고 하는 것이 예로부터 예술적이고 미적인 가치에만 척도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닌 기능(쓰임새)의 역할을 함께해오면서 생활 속에 근접해 왔기 때문에 회화, 조각과 같이 주로 감상을 통한 시각과 정서적 만족을 주목적으로 하는 예술품에의 인식에 미치지 못하는 연유일 것이다. 또한 공예라 하면 쉽게 이해되어지는 전승과 수공을 근간으로 이어져 내려온 도자, 칠기, 직조 등과 같은 우리 전통공예에 대한 인식이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문화와 산업화된 현대시대속에서 구시대적이고 구태의연한 창작태도로 치부되어 오면서 하나의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에 역부족이게 되었다. 이렇듯 현재 모든 예술분야는 급변하는 사회문화 속에서 장르마다의 고유한 특성을 고집하기보다는 현재의 흐름을 좇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변화의 수용과 창작에 대한 자유로움은 인정되지만 한분야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유실하게 될 수 있는 우려를 안고도 있다. 그 가운데 전통공예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현대공예는 전통과 ‘손’의 힘에 근간을 두면서 공예를 먼 미래까지 지속적으로 온전히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현대의 시대와 문화에 맞는 변화를 수용하되 공예본연의 특성에 좀더 참신하고 독자적인 응용력을 개발하고 발휘하여 예술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전시는 이러한 문제들을 염두에 두면서 특히 현재의 미술이 (컴퓨터와 최신 기계장치와 같이 급변하는 시대를 대변하고 현대인이 의지하는 존재로 탈바꿈한)매체를 지향하고, 매체가 가진 기술결정론적인 요소가 미술의 내용을 지배하게 되는 현상들의 반성적인 측면에서 마련되었다. 앞으로의 세기는 우리의 삶과 관련된 인간적인 창작행위가 매체와 컴퓨터에서 인간소외를 지킬 수 있는 요소로 중요성을 가지게 될 것이며, 삶과 연관된 인간적인 예술의 단초를 공예적 창작에서 단초를 찾으려는 것이다. 더불어, 본 전시는 순수예술(Fine Art)이라는 이데올로기 아래 전개되었던 20세기의 전위적인 미술과 그에 연쇄되는 미술의 매체 지향적 경향의 대안으로써 인간의 ‘손’이 주제가 된다. 창작의 주체가 되는 삶에서 근거한, 삶 속에서의 창작행위가 미디어와 가상현실 그리고 정주성(定住性)을 대신하는 이동성의 세기인 21세기의 인간의 삶을 지켜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 타이틀인 ‘손의 재탠생’은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하는데 있어 손의 정교한 감성과 재주,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만들어지는 공예예술의 인본적인 특성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공예미술가들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자각과 함께 각각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아이디어의 구상과 기법을 연구하고 실험하여 하나의 예술품으로 재창조해 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공예 전 부분을 망라하여, 현재 공예가 가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앞으로의 변화방향을 모색하려 한다. 따라서 창작공예가 가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국면들을 장르구분 없이 창작태도에 의해서 ‘넘나듦’, ‘물질을 돌아봄’, ‘마음을 전하는 손’, ‘인간과 해학’이라는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구분은 공예가 가지고 있는 재료제한적인 국면을 벗어나, 창작의 다양성과 다양성을 담보하려는 시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근 공예계에 속해 있는 작가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추구하고 있는지를 살펴 볼 수 있고 또한 공예계의 현시점과 앞으로의 비젼을 모색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장이 되리라 본다.





1. 넘나듦 / Cross over
각 매체간 영역간의 혼융작업을 통해서 공예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작업을 하는 작가를 선정하여, 창작공예가 가지고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 한 모습을 보여준다.

‘넘나듦’은 새로운 형태의 창의성을 담보해야만 한다는 공예의 절박함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장르 제한적이거나 고답적인 내용과 형식으로는 더 이상, 하이브리드가 정체성이 된 세상을 버텨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넘나듦’이라는 말에 담겨있다.…… 이번 전시는, 공예가 가지고 있는 현상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현상인식과 반성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활로를 모색해본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넘나듦’의 문제는 공예의 활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각각의 재료적 정체와 제한으로 구분되어있는 장르에서의 융합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창작행위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넘나듦의 문제는 공예와 여타 장르의 예술행위들과의 관계에서 문화적인 성과물을 획득하고 변모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넘나듦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의 유연성에 관한 것이다. 유연성에 기반을 두는 창작적 태도는 장르통합의 변종생산을 통한 다양성의 확보를 위한 전제가 된다. 이러한 다양성의 확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공예의 편향성 극복이다.…… 개성과 다양성의 존중, 중심의 해체로 규정할 수 있는 현상에서 고정된 개념은 어떤 식으로든 적용가능하지 않다. 다양한 변종들의 세상에서 공예에게 요구되는 것은, 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개념의 가변성 및 실천의 유연성이다. 이제는, 아무도 물건‘만’을 소비하지 않으며, 그것이 가진 의미나 상징을 소비하고, 그 속에서 재생산한다.
넘나듦 / 김영민(아트 디렉터)


참여작가
박서린, 최영자, 신이철, 장연순, 장영란, 김선득, 설희야, Hiroko & Gene Pijanowski, 김형종, 김홍규, 이동렬, 양상근, 왕경애, 홍경희, 황인철, 한길홍, 이정숙, 박광빈, 김기라, 양상훈, 유국일, 정병헌, 최병훈, 김혜영, 김지희, 김병찬, 김홍자




2. 물질을 돌아봄 / Reflection of Material
20세기 창작공예가 가지고 있던 특징으로써의 물성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공예의 예술적 성과들을 공유하고 공예가 가지고 있는 재료적 특성이 향후 매체시대에 가지는 의미를 반추한다.

현대공예가들은 새로운 의식구조를 바탕으로 변화된 사회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롭고 자율적인 공예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양하게 변화된 새로운 시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확장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공예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첫 번째는 각 공예 장르에서 전통적, 관습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재료에 대한 혼합이다. 즉 현대미술의 공통적 특징으로 나타나는 물질혼합이 공예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관습적인 재료인 한 가지 물질로 전통적 제작방법에 안주했던 공예와 달리, 현대공예는 서로 다른 종류의 물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섬유미술이 ‘천(fabrics)’만을 재료로 인정하는 것, 도자예술이 ‘흙(clay)’을 재료로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물질을 균등적 혹은 부가적으로 삽입하려는 실험적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둘째는 물질의 혼합을 바탕으로 한 공예를 탐구하고자 하는 경향과는 달리, 공예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조형언어에 관한 탐구이다. 이것은 성격이 다른 물질의 혼합을 통해서가 아니라, 물질에 이미 형성된 전통적 고정적인 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려는 노력이다.
재료의 기능성과 심미성에 치우쳤던 이전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물질이 가지고 있는 숨은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여 새로운 조형언어를 표현해 내려는 것이다.
물질을 돌아봄 / 임창섭(미술평론가)


참여작가
한장원, 이왕용, 황순영, 정영환, 이재경, 김민희, 허혜욱, 오미화, 이헌국, 박병호, 조원희, 곽태혁, 이형규, 고성희, 편종필, 이성순, 윤주철, Brad Evan Taylor, 박선우, 오명희




3. 마음을 전하는 손 / Hand & Mind
인간의 본원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작가의 신체성이 극대화된 공예의 본원적인 요소를 드러내는 자연주의적인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공예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예술로써의 의미를 드러낸다.

자주 경험해보는 일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Image를 접하고 재차 재현 보고자 하는 것이 작가들이 갖는 성향이리라... 개별적으로는 다를 수 있겠고 그래서 어느 한쪽의 기예에 천착할 수 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손에 담는 행위의 과정. 그 과정은 그래서 중요한 경험을 쌓게 해준다. 그러한 모든 것을 포장하여 작가는 현실과 마주하며 그것은 작가 개인사의 한 편린이라 할 수 있다.…… 공예의 진정성이란 만든 이와 사용자 사이에 놓여있는 연결망이다. 마음과 마음이 모여서 작업에 투여된 일기처럼 속삭이며 읊조렸던 작가의 모든 것이 연결고리를 통해 작가 개인의 기운이, 마음이, 손길이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전달 될 수 있다. 사용자 또한 사방이 미로인 예술 형식 속에서 나름의 기준을 갖고서 탐사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사용자 역시 깨달음의 시학을 읽듯이 그렇게 서서히 접근 한다면 찾고자 하는 작품의 내공이 사용자 본인에게 투영되리라 믿는다. 이즈음 작가는 그릇된 생각으로 현실을 오도하면서 착각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또 다른 추상을 사용자에게 심을 수 있기 때문에 작가는 작업과정에서 재료적인 측면이든 양심적인 측면 양자의 진정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 만들 수 있다는 것의 즐거움이 거창한 구호와 이즘을 갖지 않더라도 예술적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마음을 전하는 손 / 곽노훈(도예가)


참여작가
김장용, 임옥수, 최승천, 박종화, 오현성, 서애란, 남궁경, 오구환, 오순희, 김옥현, 김진경, 정경연, 박성철, 고보형, 김 설, 장미연, 김현태, 강성곤, 정복상, 서한달, 김광렬, 남경숙, 신랑호, 김명태, 장 진, 이우열, 곽노훈, 윤 근, 손정례, Kirri L. Buxton, 김승희




4. 인간과 해학 / Humor & Human
공예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요소로써의 인간과 해학의 문제를 통해서 공예가 주는 생활상의 재미와 공예의 인본성을 드러내려는 목적으로 구성되었다.

전환기적 공예는 이제 보다 구체적인 창작의 내용들을 천착(穿鑿)시켜 가는 단계이다. 자유로운 미의식들을 자신의 질료에 펼치는 데 있어 장애물을 제거한 상태에서 진일보한 성취들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공예이기에 가능한, 아니 그 어떤 장르보다 더 뛰어난 성취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삶과 그 주체 인간을 해석하는 문제에 있어 더욱 그러하다. 공예의 뿌리와 환경이 삶에 가장 가까이, 아니 삶의 한 가운데 있기에 그러하다. 공예에서는 관조적인 차원만의 삶이 아니라 감각과 행위가 구체적으로 작용되는 삶이 발견된다. 그곳에 인간의 모습은 희미하게 비쳐질지 모르지만 인간은 은유적인 문맥 속에 산포되기 마련이다. 모방적인 혹은 재현적인 인간의 외관이 아니라 생활을 통해 목격되는 인간의 내면을 반영해내는 해석과 기록물로서의 공예가 이제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맥락에서 공예가 해학을 담아내는 데도 독특한 양식과 장점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브로치의 크기는 대단히 작다. 하지만 그것은 정적으로 있을 때와는 달리 착용자의 연출 의도와 감각 등이 결합될 때 주어진 형식 이상의 경험을 산출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가능성과 함께 작품이 처한 공간이나 착용자, 혹은 이용자의 인격, 취미, 세계관 등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은 오늘과 미래의 예술이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인간과 해학 / 이재언(미술평론가)


참여작가
김재식, 김현식, 지정용, 박정례, 박경주, 곽우섭, Lisa Vershbow, 추원교, 김상희, 변건호, 장남숙





‘손의 재탄생 : Re-Birth of Artist's Hand



  • 주 관:
  • 선화랑 ․ 선 아트센터
  • 주 최:
  • 한국공예학회, 한국공예가협회 공동주최
  • 후 원:
  • 르노 삼성자동차
  • 전시기획:
  • 이재언, 김영민 / 글_변건호, 이재언, 임창섭, 김영민, 곽노훈
  • 참여작가:
  • 공예학회, 공예가협회에서 선별한 국내외 공예가 90여명 참가

  • 작가와의 대화

  • 전시기간 중 매일 오후 2시 전시참여, 작가와 관람객들의 만남의 시간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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