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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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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東洋畵)란 무엇일까? 흔히들 알고 있는 동양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동양화는 수묵화 또는 산수화’라는 인식의 틀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양화를 떠올릴 때 재료와 소재를 범주로한 한계적 접근방식에 익숙하다. 그리고 동양화는 당연히 전통을 지켜야할, 그래서 과거의 지위와 자태를 유지해야 할 고유하고, 소중한 우리만의 미술로 대접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동양화의 이해’전은 현대미술 속에서의 동양화의 새로운 인식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찾는데 방향을 두고 있다. 그럼 ‘현대미술 속에서의 동양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 답을 해보자. ‘동양화는 동양의 미술이다’라는 대답이 어떨까. 우문우답 같지만 부탁이 있다. 수묵, 산수, 전통 따위의 단어를 머리 속에서 지우고 그저 동양의 작가들이 그려내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해보자.



유화나 아크릴, 비디오 등 서양의 매체를 사용하는 동양(한국을 포함)의 작가들이 서양의 재료와 기법을 차용하고 응용하는 것일 뿐, 그들이 서양인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서양의 재료를 쓰던, 동양의 재료를 쓰던 작가가 동양에서, 한국에서 숨을 쉬고 작업하고 있다면 그들의 작업은 당연히 동양화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묵, 산수 등 일반인들에게 낯익은 전통의 재료와 소재를 차용하는 작가만이 동양의 화가, 한국의 화가는 아니다. 그들은 그저 전통의 재료를 사용하는 현대의 작가들인 것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 중에 고민이 많은 이들이 있다. ‘전문화’라는 사회적 요구와 유행에 따른 대학교육의 구분된 형식의 틀에서 교육받아온 이들이다. 한국화과,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각과 등등. 이들은 그저 자신이 선호하는 주제와 소재에 따라 학과를 선택했을지언정 자신들의 다양한 사고와 인식의 틀마저 형식에 꿰맞추려 했던 것은 아니다. 졸업을 한 예비 작가들은 일단 미술현장에 뛰어들게 된다. 그 중 많은 작가들이 자신을 둘러왔던 틀에서 벗어나려 다양한 실험에 의욕을 보인다. 그러나 동양화과 출신 작가가 유화나 아크릴, 비디오 등의 매체를 사용한 작업을 선보이면, 일반인들은 의아해 한다. 작가약력을 보면 분명 동양화과 출신인데..., 또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동양화의 수묵채색 기법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이면 낯선 오해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염려 때문에 동양, 서양의 그릇을 한 그릇으로 통칭해 지칭하는 ‘회화과(繪畵科’)라는 이름의 학과가 생겼다. 이들 학과 출신들 역시 회화대신 조각이나 판화, 사진 등의 영역에 손을 대면 역시 오해를 받는다.



‘동양화의 이해’는 이미 잘 알고 있고, 또 이해되었다고 오해하는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남에서 시작된다. 수묵=동양화, 유화=서양화라는 등식의 인식보다는 동양의 작가, 서양의 작가, 한국의 작가, 중국의 작가. 그들이 뿜어내는 향(香)에 관심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작가는 지리, 민족, 환경, 언어, 경제 등 자신이 살아온, 현재 살고 있는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다. 작가가 호흡해온 시간과 공간의 환경에서 작가들은 자신만의 주제와 소재를 찾아 자신만의 고유한 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키' 프로젝트 11인 작가(권기범, 나형민, 민재영, 박서림, 서은애, 우종택, 이동환, 전수경, 정진룡, 지요상, 홍지윤). 이들 모두 소위(所爲), 이른바 동양화과 출신들이다. 그들은 수묵과 산수화를 잘 알지만 그것만을 그리진 않는다. 그저 동양(Orient)의 범주에서 특히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살아온 작가들이다. 그들이 여기 모인 이유는 수묵, 산수화를 알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와, 작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이끌고자 함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사람들이 ‘서양화의 이해’라는 전시를 염두해 둘 이유가 없는 현실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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