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주로 할리우드 영화에 쓰였던 필름들을 재활용한 작품들을 통해 대중문화와 매체의 권력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작가로서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작가들 중 한 명
국제갤러리는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작가들 중 한 명인 칸디스 브라이츠의 개인전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한다. 칸디스 브라이츠는 주로 할리우드 영화에 쓰였던 필름들을 재활용한 작품들을 통해 대중문화와 매체의 권력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작업을 해왔다. 국제갤러리의 이번 전시에는 총 3 점의 비디오 설치 작업이 전시된다. <킹(마이클 잭슨의 초상)>(2005)과 <퀸(마돈나의 초상)>(2005)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열성팬들이 각 가수의 대표적인 앨범의 수록곡들을 재녹음하여 촬영한 후 여러 개의 모니터로 보여주는 설치 작업으로 현대 대중문화에서의 스타와 팬의 상호관계를 다룬다. <비커밍Becoming>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배우들인 카메론 디아즈, 드류 배리모어, 제니퍼 로페즈, 줄리아 로버츠 등이 출연한 영화 속 장면들을 추출한 후 작가의 재연(再演)과 혼합시켜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주는 상투적인 표현과 제스처를 다룬다. 칸디스 브라이츠의 이런 작업들은 대중문화와 스타시스템이 지닌 잠재성을 비판적으로 제시하면서 미디어에 의해 지배당하는 현대인의 삶을 재고하게 만든다. 칸디스 브라이츠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나 시카고와 뉴욕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1972년생인 브라이츠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재정권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과 검열제도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에 속하며, 유럽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그리스 계 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성장했다. 요하네스버그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학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1995년에 시카고 대학에서 미술사 및 이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에서 2000년까지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미술 이론과 비평 박사 과정을 밟았으며 뉴욕에서 생활하는 동안 휘트니 미술관의 연구 프로그램을 이수하기도 했다.
브라이츠는 1994년 요하네스버그 현대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고 이듬해 요하네스버그 비엔날레에 참가한 이후부터 유럽과 미국의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작품은 주로 사진을 이용한 포토 몽타주 작업이었으며,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나 사물을 변형하여 객관적이면서도 비평적인 태도로 재해석하는 작업방향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브라이츠 작품의 일관적인 성격이 되었다. 예컨대 <고스트 시리즈 Ghost Series> (1994-1996)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는 관광엽서를 변형한 작업이다. 주로 백인 관광객들이 구입하는 이 엽서들에는 흑인 여성들이 민속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브라이츠는 여기서 여성들의 눈, 코, 입을 제외한 검은색 피부 부분을 모두 흰색의 수정액으로 지워내고 유령처럼 실루엣만 남겨둔다. 형형색색의 민속의상과 토속적인 배경은 그대로 남아 있어, 이와 같은 이미지가 함축하고 있는 새로운 의미의 인종차별주의를 암시한다. 사진 속 인물의 피부색을 ‘표백’하는 작가의 개입을 통해 우리는 이 엽서가 실제로 사진 속 인물(아프리카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사람(백인 관광객)들의 욕망과 편견을 반영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이외에도 포르노 사진을 이용하여 신체를 파편화 한 후 다시 기하학적인 형태로 조합한 <로르샤흐 시리즈 Rorschach Series> (1997)등의 포토몽타주 작업을 하던 브라이츠는 1999년부터는 본격적인 비디오 설치작업을 시작한다. 언어와 소통의 문제, 그리고 대중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이 비디오 작업들은 주로 뮤직비디오나 텔레비전, 영화에 사용되었던 필름을 자르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1999년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출품한 <바벨 시리즈>는 마돈나, 프린스, 스팅 등 1970년대와 80년대를 대표하는 7명의 팝스타의 뮤직비디오를 샘플링하여 만든 작품이다. 브라이츠는 각 가수의 비디오에서 단음절의 소리만을 추출한 후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도록 편집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7개의 비디오에는 각 가수가 외마디 소리를 바보스럽게 반복하는 모습이 상영된다. 스팅은 ‘다다다다’, 마돈나는 ‘파파파파’를 끊임없이 외쳐댄다.
이처럼 브라이츠의 작업은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선택하고 재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창조된다. 그의 작업전략은 디지털 시대에 너무나 일반화된 ‘잘라내고 붙여넣기cut-and-paste’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현대인은 자신이 즐겨 듣는 노래와 좋아하는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대중문화는 우리 삶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칸디스 브라이츠는 그 숨겨진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의 매력적인 측면, 즉 비디오와 오디오의 감각적인 즐거움을 그대로 작품에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냉정한 비평가와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추종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번 국제갤러리의 전시에 출품되는 <킹 (마이클 잭슨의 초상)>(2005)과 <퀸 (마돈나의 초상)>(2005)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열성팬들이 각 가수의 대표적인 노래들을 재녹음하여 촬영한 것을 여러 개의 모니터로 보여주는 비디오 설치 작업이다. 예컨대 <킹>은 베를린에서 마이클 잭슨의 팬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낸 후 광고를 보고 응모를 해 온 사람들 중 16명을 골라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부르게 하여 만든 작업이다. 전문 녹음 스튜디오로 초청된 이들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Thriller>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면서 자신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스타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한다. <퀸>은 밀라노에서 마돈나의 팬 30명을 모집하여 촬영한 작품으로 팬들은 스스로 준비한 소품이나 마돈나를 흉내내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스타의 모습을 자유롭게 재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모습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각각의 스타는 그를 숭배하는 팬들의 집단적인 욕망과 판타지가 반영되는 거울로서 제시된다.
한편 <비커밍Becoming>(2003)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배우 7명이 출연한 영화 속 장면들을 추출한 후 작가의 재연(再演)과 혼합시켜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주는 상투적인 표현과 제스처를 다룬다. 전시장에 서 있는 7개의 비디오 설치물은 마치 머리가 두개인 야누스처럼 각각 앞뒤 두 개의 모니터를 통해 두 가지 화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앞쪽 화면에서는 각 여배우들의 영화 속 장면들이 보이고, 동시에 뒤쪽 화면에서는 영화 속 여배우의 대사와 표정, 몸짓을 그대로 모방한 칸디스 브라이츠의 재연(再演)이 펼쳐진다. 따라서 전시장 앞쪽에서 보면 카메론 디아즈, 줄리아 로버츠, 제니퍼 로페즈, 멕 라이언, 니브 캠벨, 리즈 위더스품, 드류 배리모어가 다양한 영화의 세트 속에서 열연을 펼치는 장면들이 보인다. 반면 전시장 뒤쪽에서 볼 때는 같은 대사와 표정, 몸짓을 연기하는 작가의 모습이 영화 속 배경과 소품이 제거된 상태로 제시되면서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상투적인 대사와 전형적인 표현 방식에 숨겨진 의미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크레이지 포 유
칸디스 브라이츠 팝 아이돌과 초상(肖像)
인터뷰 크리스티 랑에
최근에 자마이카에서 작품 제작을 의뢰 받은 칸디스 브라이츠는 밥 말리의 앨범 <레전드>를 자마이카의 팬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브라이츠는 말리의 열성팬들을 찾아내 녹음실로 초청한 후 <레전드> 앨범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반주로 부르게 했다. 그 결과 30개 모니터에 30개의 개별 공연을 담은 혼성초상으로 이루어진 설치 작품이 탄생했다. 말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합작 공연이었다.
<레전드> 이후에 브라이츠는 슈퍼스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를 주제로 이러한 작업을 계속했다. <킹> (마이클 잭슨의 초상)과 <퀸> (마돈나의 초상) 은 두 가수의 열성팬들이 각 가수의 앨범
와 < Immaculate Collection>을 재녹음하여 촬영한 작품이다. 이 열성팬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때로는 <팝 아이돌>과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강렬한 열망이 엿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노래를 하는 아마추어적 열정이 드러나기도 한다. <킹>에 출연한 팬들은 최근의 소송 사건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잭슨의 명성과 인기가 비교적 건재한 독일에서 모집했다. 작품에 출연한 팬 중에는 마이클 잭슨 팬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그를 직접 만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의 자전거를 그의 차에 들이받았던 사람도 있었다. 스튜디오를 찾아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소년은 극성스러운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타났는데, 이 아버지는 우체부로 일하면서 여가 시간에 아들에게 입힐 마이클 잭슨 의상을 손수 만드는 것이 취미였다.
<퀸>에서는 마돈나의 이탈리아인 팬 서른 명이 온 힘과 열정을 다해 자신들의 우상의 노래를 부른다. 칸디스 브라이츠의 모집광고를 보고 응답한 사람의 과반수가 동성애 남성들이었다. 출연자들은 마돈나가 지금껏 선보인 다양한 스타일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고 소품을 직접 준비해서 가져 왔다. 어떤 팬은 형형색색의 색종이가 가득한 가운데 서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또 다른 팬은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끊임없이 립글로스를 다시 바른다.
이런 각각의 초상들을 통해 칸디스 브라이츠는 대중문화가 지닌 보상적인 잠재성, 즉 완전히 자유분방한 표현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이 역설적으로 제시하는 바와 같이 대중문화는 획일적인 측면과 유연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밥 말리와 마돈나, 마이클 잭슨이 그들을 숭배하는 팬들의 삶과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이들이 연예계 문화에 포섭되어 버린 스타들의 본래의 매력을 부활시킴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문화는 '명성'이라는 정의하기 힘든 관념을 풍자하는 일련의 값싼 모방물들을 통해 성공을 구가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모방된 정체성들이 혼재하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간혹 진실한 초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티 랑에 : 당신은 이 작업들을 '초상'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초상의 대상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칸디스 브라이츠 : 이 초상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내 자신이 전기적(傳記的)이거나 기념비적인 초상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대중문화의 스타를 재현하는데 있어 공공연한 아이콘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스타를 고정불변의 존재라기보다는 그를 숭배하는 팬들의 집단적인 욕망과 판타지가 반영되는 거울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은 비록 본인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의 앨범을 구입하고 그들을 영웅처럼 숭배하고 애초에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준 팬들의 집단적인 영상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이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밥 말리의 초상이었는데, 자마이카에서 촬영했고 <레전드>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작업을 마친 후에는 팝의 제왕과 여왕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잭슨은 베를린에서, 그리고 마돈나는 일주일 뒤에 밀라노에서 찍었다. 우리는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의 열성 팬들을 전문 녹음 스튜디오에 초청한 후 모든 사람에게 각각 < Immaculate Collection>과 앨범 전체를 첫 곡부터 끝 곡까지 녹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의 집에서 좋아하는 앨범을 들으면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는 개인적인 경험을 그대로 되살리고 싶었다. 물론 집이 아닌 전문적인 환경에서 녹음을 한다는 점만 달리하고 말이다. 이외에는 팬들에게 어떤 지시도 주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를 것인지, 소품을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앨범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를 전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했다. 그 중 어떤 사람들은 마치 내일 당장 인생이 끝날 것처럼 열정적으로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었다. 반면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간신히 녹음을 마친 사람들도 있었다.
크리스티 랑에 : 팬들은 어떻게 모집했나.
칸디스 브라이츠 : 팬 사이트와 잡지, 신문 그리고 공공장소의 게시판에 광고를 했다. 광고에는 특정 스타의 진지한 팬을 구한다는 단순한 문구만을 게재했다. 이에 응답을 보내온 사람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주고 자신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를 글로 써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놀라운 글들을 보내왔다. 마이클 잭슨의 팬 중 하나는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에 자신의 사연을 적어 보냈는데, 그녀는 몇 년 동안 동독의 감옥에서 폴란드나 구소련에서 오는 공식적인 방문객들에게 감옥 내에서의 문화생활을 홍보하기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감옥 소장이 그녀에게 앨범의 카세트 테이프를 주면서 레파토리에 넣으라고 제안을 했다. 당시 그녀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마이클 잭슨의 얼굴을 사진으로 본 적도 없었지만 이 앨범을 완전히 외워서 자신의 18번 중 하나로 만들었다. 린츠에서 온 한 젊은 여성은 삶의 가장 큰 즐거움 두 가지가 마이클 잭슨과 밸리 댄싱인데 이 두 가지가 결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녀는 스릴러 앨범 전 곡이 흐르는 내내 벨리 댄싱을 추었다. 파란색 금박이로 '사랑해요 마이클'이라는 글자를 수놓은 빨간색 스카프를 흔들면서.
크리스티 랑에 : 나는 내 인생에 그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없던 것 같다. 당신은 어떤가?
칸디스 브라이츠 : 나도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와 같은 스타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아로새겨질 정도의 영향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이 작업한 열성 팬들 중에는 매일매일 마이클 잭슨의 웹사이트를 방문한다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의 최근 재판을 보기 위해 결근까지 했다고 한다. 가끔은 이런 과도한 열정이 다소 건전하지 못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크리스티 랑에 : <킹>을 보면 마이클 잭슨에 대한 팬들의 관계와 관련하여 어떤 보상적인 측면을 암시하는 듯하다. 반면 당신의 다른 작품들 중에는 대중문화와 대중의 관계에 대해 보다 냉소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는 것 같다.
칸디스 브라이츠 : 내가 작업을 하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존의 영상필름을 활용하는 경우로 그것을 자르고 편집하여 다시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들은 공공영역을 점유하고 움직이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다소 공격적인 성격을 띠는 경향이 있다. 반면 스타의 팬들처럼 스포트라이트 바깥에 위치하고 광고와 마케팅의 권력에 의해 지배를 받는 사람들과의 작업에서는 나의 접근법도 훨씬 부드러워진다. 이런 사람들을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매우 강력한 어떤 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힘은 그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인격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나는 대중음악의 전기(傳記)적인 측면, 즉 그것이 누군가의 삶의 사운드 트랙이 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대중음악은 듣는 사람이 처음으로 실연을 당한 순간, 혹은 마지막으로 그 노래를 들었던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등의 매우 개인적인 기억들을 촉발할 수 있다.
크리스티 랑에 : 대중문화를 해석하고 비평하는 것이 예술이 지닌 고유한 권한이라고 생각하나? 대중문화 자체가 그것을 할 때도 있지 않은가?
칸디스 브라이츠 : 중요한 것은 대중문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대중문화 자체, 혹은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간에 그것은 누군가에게 수용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흥미로워진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노래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결정한다. 거기에는 내적 잠재성 대신 오로지 해석과 번역의 순간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중문화도 예술처럼 어떤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지만, 모든 빈 공간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크리스티 랑에 : 당신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당신 자신은 이들 초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초상은 연결되거나 편집되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뿐 개인적인 표현이나 자전적인 요소는 없는 것 같다.
칸디스 브라이츠 : 나는 내재된 본질을 외면화시켜 표현한다는 측면보다는 어떤 대상을 반영하는 표면으로서의 초상에 더 관심이 있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앤디 워홀의 초상 작업 (특히 <스크린 테스트>와 같은 작품)을 떠올릴 때가 많다. 워홀의 초상화들은 그 초상이 다루고 있는 개인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고 과시하기보다는 그것들이 만들어진 조건들과 대상이 된 인물이 스스로를 상상하고 싶어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훌륭하게 전달해준다.
크리스티 랑에 : 앤디 워홀이야말로 그 누구라도 '스타가 될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팝 아이돌>과 같은 쇼의 도래를 예측한 것 같다.
칸디스 브라이츠 : 나는 아직도 내 작업이 <팝 아이돌>이나 <빅 브라더>와 같은 리얼리티 쇼와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나의 작업도 이런 프로그램들처럼 단 15분 동안의 명성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욕구,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망을 다룬다. 우리와 작업을 함께 한 팬들 중에는 직접 만든 데모 테이프를 주거나 자신의 가능성을 평가해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전문적인 연예계로 진출시켜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했다. 우리를 위해 노래를 해준 사람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절대로 없다. 촬영은 리허설 없이 극도로 사적이고 친밀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고 아낌없는 공연을 보여준 팬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나는 그들이 스튜디오 문을 열고 나가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느낌을 가지고 갔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