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선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9.13 - 9.26 서울
대구사진비엔날레 10.19 - 10. 29 대구
9월, 10월 한국사진은 북핵문제만큼이나 뜨거웠다. 9월 서울 인사동에서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이 열렸고, 10월 대구에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연이어 열렸다. 한국사진의 한 세기 동안 “국제”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사진 이벤트가 거의 동시에 열린 적이 전무했다. 그런데다가 한국예술문화의 중심 서울과 한국사진의 수도 대구가 공교롭게도 여러 가지 면에서 경쟁적 구도로 갔기 때문에 두 개의 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사진 축제를 조망했을 때 무엇보다 먼저 다가왔던 것은 “때가 왔다”는 시의성이었다. 그러니까 넓게는 한국문화예술, 좁게는 한국사진도 이제 국제적 규모의 사진영상축제가 만들어질 때라는 점을 확신시켰다. 이어서 다가온 두 번째 생각은 한국사진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력으로 행사를 “일궈냈다”는 자신감이었다. 두개의 행사는 성공 여부를 떠나 때가 되어 자기 잔치를 스스로 해냈다는 열매의 의미가 중요하다. 번듯한 자기집하나 없는 사진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국제적인 이벤트를 해낼 수 것인지 처음부터 설왕설래가 있었고, 실제로도 행사를 코앞에 두고 예산부족으로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때문에 서울사진페스티벌과 대구사진비엔날레의 가장 큰 의의는 사업의 성공여부가 아니라 수도 서울과 사진의 수도 대구에 사진영상문화 기반이 될 확실한 인프라를 갖게 되었다는 역사성이다. 또 이것들을 기반으로 국내외에 일고 있는 사진의 붐을 수용, 확대재생산하는 한국문화예술의 발신기지로서 시대성이다. 이제 우리도 서울에서 매년 국제도시에 걸맞는 사진만의 독자적인 페스티벌을 갖게 되었고, 그리고 첨단영상문화도시 대구에서 지역 클로스터에 걸맞는 2년에 한번씩, 그것도 광주, 부산, 대구가 동축으로 비엔날레라고 하는 시간트랙을 달리는 문화예술의 진수를 보게 되었다.
“국제”에 걸 맞는 세련미가 필수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이들 행사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내재적 한계와 여러 저해 요소들을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불안정한 조직 기반, 그리고 조직 기반만큼이나 불안한 사업예산의 가변성, 그리고 전문성 부재의 행사의 방향성을 돌아보아야 한다. 두 사업 모두 국제, 세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정책, 운영, 홍보 모든 면에서 주먹구구식이었다. 첫 번째 행사라 여러 가지 미비한 점도 많고 시행착오 또한 수용할 여지는 크다. 그러나 이들 행사가 서울, 대구라는 도시의 이름을 달고 국제적 행사로 거듭나려면 예산의 안정성, 조직의 전문성 그리고 방향의 국제성은 필수적이다.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의 경우는 무엇보다 공공성과 신뢰성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 국고지원 없이 첫 번째 사업을 개인의 힘으로 아주 힘겹게 치러냈다. 그러나 특정인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공공성과 신뢰성 결여는 발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경우는 국고지원을 받는 국가 문화예술사업이면서도 지나치게 지역연고 중심, 그리고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특정 사진장르를 사업의 특징으로 고착화하려는 국제성의 결여가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적으로 사진의 붐은 대단하다. 이 시점에 국가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사진이 국제 규모의 사진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희생과 노력과 열정만으로 꾸려진 첫 번째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과 대구사진비엔날레 앞에서 이들 축제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 사진영상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아마추어리즘을 떨쳐내고 “국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면에서 세련미를 갖추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서울아트가이드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