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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 비알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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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프랑스의 누보 레알리스트들과 비슷한 시기에 빠리 화단에 등장한 쉬포르/쉬르파스 그룹의 창시자로서 최근작 20여점을 전시
1960년대 프랑스의 누보 레알리스트들과 비슷한 시기에 빠리 화단에 등장한 쉬포르/쉬르파스 Supports/Surfaces* 그룹의 창시자 끌로드 비알라 Claude Viallat가 11월8일부터 30일까지 최근작 20여점을 전시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캔버스의 나무틀을 떼어버리고 다각형의 ‘자유로운 화포 (toile libre)’ 위에 한 가지 형태의 무늬를 도장 찍듯 나열한다. 마티스 Matisse의 색에서 영향을 받은 비알라 특유의 화려한 색감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끌로드 비알라 Claude Viallat는 1960년대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그룹인 쉬포르/쉬르파스 Supports/Surfaces의 창시 맴버 중 중요한 한 사람이다. 그는 몽펠리에와 파리의 국립 미술학교에서 공부하였다. 1964년부터 리모쥬, 몽펠리에, 니스 등의 국립미술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였고, 1988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었다.





Supports/Surfaces의 창시자로 미술사에 등장
1960년대 프랑스 빠리 화단의 주요 경향은 누보 레알리스트들의 활동이었다. 이브 끌랑, 레이몽 헹스, 쟈끄 빌레글레, 다니엘 스포에리, 아르망, 쎄자르, 크리스토 등은 현대미술 비평가 피에르 레스타니를 중심으로 뭉쳐 1960년 신사실주의 선언을 하고 당시 프랑스 화단을 지배했던 추상회화로부터의 완전한 탈피를 주창하였다. 즉, 추상회화가 실제의 어떤 재현도 용납하지 않았던 것에 반발하며 이들 누보 레알리스트들은, 실제에 있는 것 -길거리에 붙어있는 벽보나 신문, 광고지 혹은 고물상에서 모아온 철물 등- 그 자체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조형작업을 선보였다.





회화의 전통적인 의미론 자체를 부정해버린 이러한 시기를 배경으로 쉬포르/쉬르파스가 등장하는데 끌로드 비알라는 동료인 다니엘 드죄즈, 피에르 뷔라글리오, 마르크 드바드, 벵쌍 비울레스 등과 뜻을 같이 했다. 그들은 회화가 주는 신비, 환영, 메세지 보다 회화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고, 회화는 그 스스로에 의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끌로드 비알라는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 바탕천인 화포를 나무틀에서 떼어내어 그 위에 그리기 시작했는데 작가가 말하는 이 ‘자유로운 화포’는 일상에서 버려진 재활용 천들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사각형의 전통적인 캔버스 위에 그린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거기에 회화의 재현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자신의 작업을 보호하고자 1966년부터 한 가지 형태의 무늬만으로 화면을 채우는 일관된 작업을 시작하였다. 끌로드 비알라는 “회화의 목적은 회화 그 자체이다.” 라고 말했듯이 바탕천 본래의 무늬나 색이, 작가가 칠해가는 색과 어우러지고 흡수되는 다양한 변화를 진지하게 실험하였다. 그는 스스로의 작업이 95%의 무의식과 5%의 의식 가운데서 만들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은 작가가 캔버스라는 물질적 매개체를 색으로 덮는 제작 과정 자체의 우연성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회화 그 스스로 존재해야 한다는 쉬포르/쉬르파스 그룹의 의지와 일맥상통하다. 아무런 회화의 전통적인 의미나 메세지, 일루전이 개입되지 않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회화의 목적이 회화 그 자체가 되기 위해서, 끌로드 비알라 작품에 있어서 색채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 가지 무늬로 ‘자유로운 화포’ 위에 다양한 색채를 입히고 작가는 재활용된 바탕천 원래의 색과 무늬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의 실험을 화면 위에 펼쳐 보이고 있다. 끌로드 비알라는 마티스의 강렬한 색채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작품이 칙칙한 재활용천 위에 그려져 구김이 가고, 다소 헐렁한 느낌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기를 잃지않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살아있는 것은, 바로 작가의 탁월한 색감에서 비롯된다. 2005년, 마티스의 신봉자였던 끌로드 비알라는 니스의 마티스 미술관에서 “비알라, 마티스를 기리며” Viallat, Hommage à Matisse 라는 제목의 회고전을 열어 마티스에 대한 그의 애정과 경의를 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쉬포르/쉬르파스 그룹이 왕성하게 활동하였던 1960-70년대 이후 일관되게 지켜온 전시방식인 판넬이나 액자 없이 작품 그 자체를 전시장 벽에 핀으로 고정하거나 바닥에 걸쳐진 채로 전시된다. 대작을 선호하는 그의 작품은 전시장에서 접힌 자국이 남아있는 상태 그대로 전시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회화가 회화 그 자체로만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끌로드 비알라 평생의 일관된 작업은 1960년대 이후 40여 년간 같은 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다. 2006년 현재 71세 고령인 작가는, 그가 태어난 남불의 님므의 아뜰리에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은향│박여숙화랑 큐레이터




* 쉬포르/쉬르파스란, 지지체/표면이라는 뜻으로 캔버스 천과 같은 지지체와 회화의 화면 자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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