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에스파스 솔의 두 번째 기획전인
Meditative Journey of the Four은 같은 학교에서 수학하였던 동기인 네 사람이
각자 작품 활동을 해오던 40 여 년의 세월을 회고해 보는 그룹전이다. 서울대 미대 61학번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이강소, 심문섭, 오천룡,
현혜명, 네 사람은 졸업 이후, 프랑스와 미국, 한국에서 각자 다른 작품관으로 개성이 강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심문섭의 조각과 이강소의 사진,
오천룡과 현혜명의 회화는 언 뜻 보기에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싶지만, 소재 자체에 대한 탐구이건 표출 방식에 관한 것이건 간에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이들의 탐구정신은 너무도 다른 네 사람을 묶어주는 공통 분모이다.
이강소, 심문섭은 한국에서, 오천룡은 파리에서, 그리고 현혜명은 LA에서 각자의 화업을
이어왔는데, 출발이 같은 네 사람이 40여 년의 세월 동안 각자 어떻게 다르게 변화 하였는가를 발견하는 것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미이다.
사물의 재현, 비재현의 문제 같은 현대미술의 개념적인 면보다 이들의 작품을 대하면서 느끼게 되는 이완되고 안정적인 감정은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단련한 이들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며 그 마음에 비친 심상을 담아내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문섭,
이강소는 국내화단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었던 이들로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에 제작된 신작들을 선보인다. 이강소는 지난 달부터 니스에 있는
아시아 박물관에서 사진 개인전을 열고 있기도 하다. 박물관 측으로부터 초대받아 열린 사진전에는 하회마을을 촬영한 from a dream 연작 중
일부가 전시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는 from a dream의 다른 연작으로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그 동안 작가가
여행하면서 경험한 공간이 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포착되어 관람객과의 또 다른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1971년 도불 후, 추상에서 구상으로 회화적 영역을 넓힌 오천룡은 도불 후, 국내에서는 5회의
개인전만을 가졌을 뿐 그의 매력 넘치는 색채와 진지함이 깃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세잔느의 그림을 보면서 무슨 상상력으로 저런 붉은 땅을 그렸을까 흰 산을 그렸을까 했었습니다만 세잔느의 세계는 내가
한국에서 화집으로만 보고 꿈꾸던 그런 세계가 아니었음을 세잔느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거기에 세잔느의 붉은 땅과 흰 산이
있었고 소나무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듀피의 바다색이 어쩌면 저렇게 저런 감청색이란 말이냐 감탄에 감탄을 했지만 그가 태어난 르아브르에 가서야
노르망디 앞바다를 보고 그게 듀피의 상상 속의 감청색 바다가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통하여 화가들이 가지는 창조의 힘은 화가들의
눈으로 오랫동안 경험한 예민한 관찰력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오천룡_작가의 말 중에서
현혜명 또한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작가로 미니멀적인 화면구성과 자연 모티브의 조합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미감을 전한다. 수십 차례의 국제적인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인정 받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그에게 있어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문화는 그녀의 작품에 폭과 깊이를 주는 원천으로 그녀가 창조해 내는 화면 속에서 공존과 융합을 거듭한다.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성, 이러한 서로 상반된 개념 사이의 긴장감은 내
작품 속에서 다양한 시각적 수단과 동양과 서양 미술의 구성적 구조에 의해 재 창조된다. 내 작업 속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격자눈금이나 면포, 색
천 조각, 그리고 자연의 상징들은 나의 일상적 경험과 무수히 스쳐 지나간 사소한 눈길 들이 존재하던 시간의 공간적 이동을 의미한다”
- 현혜명_작가의 말 중에서
오리로 더 유명한 이강소는 이번 전시에는 사진 작업들을 선보이는데, 늘 그의 눈이 되어 세상의
이곳 저곳을 담았던 카메라 뷰 파인더로 포착된 찰나적 공간들은 이제까지 그가 해온 다른 작품들과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작가의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듯하면서도 범상해 보이지 않는 세상은 쉽게 눈길을 떼지 못할 기운을 전해준다.
“세상 이곳 저곳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는 불현듯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어떤 강렬한, 그리고 기이한
분위기가 엄습하는 그러한 환경의 장이 있다. 카메라는 그러한 장들을 어떻게 포착하고 있을까? 인화된 작업은 내게 어떠한 것들을 시사하고 있는가?
그래서 카메라와의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느낌(카메라 작업의 프로세스)을 공유하게 되고 “우주”, “생명”, “영(spirit)에 관해 카메라와
교류해 본다는 것이 내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리고 카메라의 작업과정이 나의 정신과 어떤 영역에서 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또 그
사진을 보는 관자에게도 어떤 강렬한 작용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강소_작가의 말 중에서
세 작가와 달리 심문섭은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조각가이다. 이미 목신, 토신, 메타포 등의 연작들은 전시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출품하는 The presentation연작은
2006년 신작으로 조각의 가장 최소한의 요소이자 작가가 창조해 낸 자연의 또 다른 단면을 만나게 된다. 이번 전시는 11월 9일부터 12월
16일까지 계속되며 네 작가의 다른 듯하면서도 친근한 조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