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흔히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라 일컬어진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어두컴컴한 집 앞에 하얀 가로등 빛이 눈길을 끄는 ‘빛의 제국’을 비롯해 회화 120점, 사진과 영상자료 등 총 270점이 전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나의 그림을 상징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작품의 진정한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다...... 회화를 접하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의미를 찾게 된다...... 사람들은 편안해지기 위하여 의지할만한 것을 원한다.......상징적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본질적인 시적 요소와 이미지의 신비함을 간과하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신비감을 감지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떨쳐버리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은 두려워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라고 물음으로써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만약 신비함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다른 반응을 할 것이다. 다른 것을 묻게 될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
‘그의 작품에 관한 연구는 완벽한 지적 능력을 요하는 경향이 있어서 미술가의 미적, 회화적 관심사라기보다는 오히려 철학자의 탐구의 대상이다. 무미건조하고 사실적인 그의 양식은 종종 비회화적이고 아카데믹하다고 묘사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명확한 사고를 보여 주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마그리트의 회화는 생각을 눈에 보이게 한다. 그러나 그 사고는 관념이 아닌 이미지와 함께 나간다. 이러한 회화의 의미는 기존의 어떠한 문학적인 설명이나 해석으로도 설명되지 않지만, 우리의 상식적인 믿음을 끊임없이 연구, 분석하고 존재의 모순을 조정하기 위하여 애쓴 철학자의 기질을 나타낸다.’
-수지 개블릭, 『르네 마그리트』
서울시립미술관은 벨기에 왕립미술관과 공동으로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이자 초현실주의의 거장인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대규모 회고전을 2006년 12월부터 2007년 4월 까지 총 103일 간에 걸쳐 개최한다.
1898년 벨기에에서 출생한 마그리트는 1967년 작고하기까지 자신만의 독자적인 초현실주의 세계를 창조하였고, 미술 뿐 아니라 다양한 대중문화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 20세기 미술계의 거장 중 한 사람이다.
3년 여 간의 준비 기간 끝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벨기에 왕립미술관과 마그리트 재단을 비롯해 뉴욕, 런던 등 해외 유명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마그리트의 걸작들과 세계 저명 컬렉터들의 소장품이 대거 출품되며, 초기작부터 작고 직전에 제작된 말년 작에 이르기까지 마그리트의 예술세계 전반에 걸친 대표작들이 두루 소개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마그리트 회고전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07년 가을 벨기에 왕립미술관 내에 개관하는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의 완공 이전에 마련되는 이례적인 대규모 해외 전시로, 마그리트 미술관 개관 이후에는 접하기 힘들지 모를 마그리트의 마지막 대규모 해외 전시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붉은 모델> <회귀> <신뢰> 등을 비롯한 마그리트의 유화 대표작 70여점과 과슈, 드로잉, 판화 50여점 등 총 120여점에 달하는 회화 작품과 사진, 희귀 영상작업 및 친필 서신 150여점 등 총 270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작품과 자료들이 소개되어 마그리트의 삶과 예술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1898년 벨기에에서 출생한 마그리트는 1916년부터 브뤼셀의 아카데미 데 보자르(Académie des Beaux-Arts)에서 수학하면서 미술공부를 시작하였고, 이후 10여 년간 입체주의와 미래주의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제작한다. 그러나 1920년대 중반 경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와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창조해 나가기 시작했고, 1927년부터 3년 간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파리에 머물기도 했다.
1930년대 초반의 작업부터 평생의 작업에 걸쳐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타나는 주제와 이미지(오브제의 데페이즈망, 단어의 사용, 인간의 조건, 중절모를 쓴 남자)가 마그리트의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1940년대에 들어서 마그리트는 기존의 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양식의 작업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인상주의 시기와 바슈(vache) 시기의 작업이 그것이다. 인상주의 작가, 특히 르누아르의 영향을 반영하는 주제와 화려한 색채, 표현적인 붓 터치로 특징지어 지는 마그리트의 인상주의 시기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벨기에를 점령했던 시기의 불안감과 억압적 상황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된다. 바슈 시기는 1947년 단 2주에 걸친 예외적인 실험으로 프랑스의 야수주의에 대한 영향과 동시에 풍자를 반영하는 작품들이다.
마그리트의 회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번 전시에는 키리코와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반영하는 1920년대의 작품부터 데페이즈망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30년대의 대표적 작품들, 1940년대에 등장한 인상주의와 바슈 시기의 작품들을 비롯해 말년인 1960년대에 제작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마그리트의 예술 세계 전반에 걸친 대표작들이 대거 출품된다.
1924년 프랑스의 초현실주의자인 앙드레 브르통의「제1차 초현실주의 선언문」을 기점으로 결성된 초현실주의는 제 1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촉발된 다다이즘(Dadaism)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성과 합리주의로 대변되는 서구문명 전반에 대한 반역을 꿈꾸었던 예술 운동이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함으로써 이성에 의해 속박되지 않는 상상력의 세계를 회복시키고 인간정신을 해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사용해 거의 추상에 가까운 작품을 제작했던 것과 달리 마그리트는 사과, 돌, 새, 벨, 담배 파이프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모순 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을 동일한 화폭에 결합시키거나, 어떤 오브제를 전혀 엉뚱한 환경에 위치시켜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을 이용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 기법은 어떤 사물을 원래 있던 환경에서 떼어내 엉뚱한 곳에 갖다놓는 ‘고립’, 독수리를 돌의 재질과 같이 변형시키는 식으로 사물이 가진 성질 가운데 하나를 바꾸는 ‘변경’, 성채와 나무 밑 둥을 결합하는 식의 ‘사물의 잡종화’, 작은 사물을 엄청난 크기로 확대하는 식의 ‘크기의 변화’,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두 사물을 나란히 붙여놓는 ‘이상한 만남’, 두 사물을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 하는 ‘이미지의 중첩’,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사물이 한 그림 안에 존재하는 ‘패러독스’ 등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등장한다.
오브제의 데페이즈망 뿐 아니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로 대표되는 말과 사물의 관계를 다룬 작품들, 현실의 3차원 공간과 캔버스 위의 2차원 공간 간의 모순을 다룬 인간의 조건 등 마그리트의 예술은 우리의 상식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우리가 속해있는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요구한다.
기발한 발상, 관습적 사고의 거부, 신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 시적인 조형성 등은 초현실주의자로서의 마그리트의 면모이다. 그러나 초현실주의가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 보다 경도되었던 것에 비해 마그리트의 작품은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논리적이며 철학적인 근거를 가진다. 실제로 철학에 조예가 깊었고, 화가라는 이름 대신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던 마그리트는 철학자처럼 끊임없이 존재와 세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던 작가였다. 그래서 마그리트의 작품은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생각하는 그림, 상식을 뒤엎는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며 우리가 속해있는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철학적인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우리 시대의 인문학 고전이자 지난 10년간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2권은 마그리트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마그리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미학이론에 접근하면서 동시에 미학을 통해 마그리트를 이해하는 마그리트 탐험서이기도 하다. 2006년 한국의 소설가 김영하는 마그리트의 동명 작품인 <빛의 제국>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을 발표했다. 매트릭스를 제작한 워쇼스키 형제는 마그리트 작품 속의 검은 중절모 신사에서 영감을 받아 스미스 요원을 탄생시킨다.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는 마그리트의 열렬한 팬으로 자신이 만든 음반사인 애플 레코드사의 이름과 로고를 마그리트 그림 속의 사과로부터 따오기도 했다. 최근까지 서울의 신세계 백화점은 검은 양복에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마그리트의 그림 골콘드로 외벽을 장식하기도 했다. 2003년 연세대학교 입시에서는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주제로 한 논술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이처럼 마그리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고 동·서양의 구분을 넘어 우리시대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으며, 마그리트를 초현실주의의 거장에서 더 나아가 20세기 미술의 거장으로 칭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마그리트의 대표적인 회화 작품 뿐 아니라 2006년 여름 프랑스 파리의 마이욜 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던 마그리트의 드로잉전과 역시 비슷한 시기에 파리의 유럽 사진미술관에서 열렸던 마그리트의 사진전에 소개되었던 사진 및 영상작업 등도 전시 된다.
전시되는 사진 중에는 마그리트가 직접 찍은 사진은 물론 직접 찍은 8mm 단편영화 9편도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해 상영한다. 또한 미국의 유명 사진 작가 듀안 마이클이 찍은 마그리트의 사진도 전시되어 이번 전시는 마그리트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벨기에의 마그리트 전문 공간 연출자인 윈스턴 스프리에가 직접 공간을 기획, 연출해 기존의 다른 대형 기획전과는 차별화된 공간 구성을 자랑한다. 공간 연출자가 말하는 이번 전시의 컨셉은 산책과 비밀의 정원 속 미로이다. 마그리트의 전 시기의 작업을 초기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마그리트의 예술세계를 산책하듯 거닐며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관람객들이 마그리트의 그림을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며 탐험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전 시 명 :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전
전시기간 : 2006.12.20 ~ 2007.4.1 (103일간) ※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 평일(오전 10시-오후 9시)/ 주말(오전 10시-오후 6시)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주 최 : 서울시립미술관, 벨기에 왕립미술관, 한국경제신문
주 관 : (주)두아트
후 원 : 문화관광부, 주한 벨기에 대사관, 네이버
협 력 : (주)디자인하우스, (주)시월네트워크, (주)아이비클럽
입장료 : 성인 1 만원 / 청소년 8천원 / 어린이 6천원 / 단체(20인 이상) 천 원 할인
예 매 : www.interpark.com, 1544-1555
전시문의 : 02)332-8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