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내 가슴 속에 있는 것처럼
진실의 참 모습은
언제나 눈 감았을 때만 보인다.
나는 이 진실을 꺼내어
그대에게 기어이 보여주고 싶다.
'나를 위한 시' 시인 이재호
정봉기의 조각
정봉기의 조각이
내게 제공한 이 경이로운 기회를 빌려,
나는 이 소개의 글이 무엇보다도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존경과
우정의 증언이었으면 하고
그 다음으로는
정봉기의 작업에 대해 보내는
깊은 찬사의 표시이기를 바라는 바이다.
정봉기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세련되고 우아한 작품을 조각하는데 전념을 하는 수준 높은 조각가이자 심오하고 정교한 예술가로서, 대리석의 현대 조각에서는 보기 힘든 한 주류의 여정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몇 해 전 정봉기를 알게 된 이래, 그동안 까라라의 가장 흥미로운 조각가들만을 초대해서 작업하도록 하는 테레사의 작업실에서 나는 “그의 곁에서” 작업할 기회를 여러번 가졌었다. 주의 깊고 성실한 이 예술가 “바로 옆에서” 작업하는 건 내게 늘 큰 즐거움이었는데, 그는 시적 형상에 집중하면서도 또한 형상이 내포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연구로 끊임없이 우리를 놀래키기 때문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꽃의 소녀들”이라고 이름 붙여진 일련의 작업들에서 보면, 주체의 심리적 자기 성찰이 섬세하게 다듬어진 대리석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가 주는 색깔의 변화 (또는 표면의 바리에이션) 에서 오는 아주 미세한 떨림 하나로,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듯한 그 소녀들이 돌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소녀들도 돌변하고 그래서 차분하게 생각하게끔 함으로써, 정봉기는 소녀성에 대한 복합적인 시를 짓는데 성공한다. 반면 “꽃”이라는 주제의 새로운 작업들에서는, 대리석을 다루는 그의 기술적 엄격함이 모든 형식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가면서 극단적 음악성을 지닌 작업들을 창조해내는 듯 하다. 작곡의 서정이 감상의 기쁨에 열리고 완벽한 자유와 기쁨 속에서 살아본 하나의 조각의 현명하고도 해탈한 관념성에 열리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정봉기의 작업에는 아주 세밀한 주의력과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려면 아주 사랑스러우면서도 은근히 걱정시키는 일련의 소녀들을 관찰하듯, 그리고 대리석에 반사된 하얗고도 푸른 카라라의 하늘의 햇빛에 봉우리가 열리는 꽃밭을 감상하듯이 해야한다.
조각가로서 정봉기에 대한 나의 찬미와 인간 정봉기에 대한 나의 우정과 존경 덕분에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삐에르죠르지오 발로끼│까라라 예술 아카데미 조각과 교수
조각가 정봉기는 몇 해 전에 우리 작업실의 손님으로 왔었다. 이 곳은 조각가들이 대리석 산업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조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정봉기는 매일매일 거대한 덩어리들을 찍어내고 남은대리석 조각들과 굴러다니는 돌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작업을 한다. 선택되지 않은 대리석들이지만 예술가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줄 아는 조각가에게는 소중한 재료인 것이다. 정봉기는 산업 기계가 공격적으로 훑고 지나간 아직은 무형의 그 물체들을 바라보고 매만진다. 그리고 자신의 조각가적 연장을 이용해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자연의 분명성과 사람에 의해 인공적으로 여기 저기 잘라지는 우연성 사이에 생겨나는 사잇길을 따라간다. 그의 손을 통해서 어린 소녀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최근의 작품에서처럼 가냘픈 꽃 봉우리들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어떤 작품에서건 정봉기의 관심은 생성 과정, 형상화 과정의 순간을 포착하여 출발점의 명확하고 신선한 흔적이 계속해서 남아 있도록 하는데 있다. 순간에 불과한 그 생명 운동의 단계들을 단단한 돌 속에 그 때 그 때 고정시키는 것. 기계가 물질에 가한 파괴성으로 부터 정봉기는 늘 익살스러운 몸짓과 태도를 창조해낸다. 익살은 그의 정형숫자인 것 처럼 보이는 반면 비극은 그의 조각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어쩌면 비극도 존재하는데 결국은 그의 고단수적 유희에 밀려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선택되지 안은 돌이 예술 작품과 생명이 되는 그 순간을 향한 정봉기의 지칠줄 모르는 작업 여정을 한 단계 한 단계 좇아 가는 건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선물이다. 받을 때마다 우리를 놀래키고 즐겁게 해주는 선물말이다.
마리아 떼레사 뗄라라│연극배우
정봉기의 관심은 생성 과정, 형상화 과정의 순간을 포착하여 출발점의 명확하고 신선한 흔적이 계속해서 남아 있도록 하는데 있다. 순간에 불과한 그 생명 운동의 단계들을 단단한 돌 속에 그 때 그 때 고정시키는 것. 기계가 물질에 가한 파괴성으로 부터 정봉기는 늘 익살스러운 몸짓과 태도를 창조해낸다. 익살은 그의 정형숫자인 것 처럼 보이는 반면 비극은 그의 조각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어쩌면 비극도 존재하는데 결국은 그의 고단수적 유희에 밀려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리아 떼레사 뗄라라│연극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