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환ㆍ상ㆍ변ㆍ주ㆍ곡
성윤진│문화일보갤러리 큐레이터
운율을 담다음악과 시를 좋아하는 그녀의 청파동 작업실에는 노래와 시상詩想이 그치질 않는다. 그녀 특유의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기질에서 비롯된 시적 감흥은 붓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발상의 시초가 되어 우울과 즐거움, 슬픔과 기쁨을 적어 내린다. 그리고 그것은 작품이 된다. 홍지윤의 작업은 시상詩想 에서 출발한다. 그의 글은 순수한 외면적 사물, 인간활동에 대한 과장된 묘사도 아니며 내면적 영혼, 사변, 철학에 대한 추구도 아니다. 현실적 인간세계에 대한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인식과 느낌이고 동경과 집착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풍성하고 젊은 정열과 상상이 스며들어 있다. 설사 낙심, 우울, 슬픔에 대해 묘사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역시 젊음, 자유, 기쁨의 기운이 약동하고 있다. 그 기운은 글과, 글을 담은 글씨와, 글씨를 벗한 그림을 통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렇게 작품은 운율韻律을 담는다.
상충相衝의 미학 문자와 그림의 조합은 2005년 개인전 《사계》와 지난 2006년 독일 뮌헨시청갤러리에서 열렸던 《친구 넷 - 사군자》전시에서 그래픽을 이용, 문자와 그림을 오버랩하며 구체적으로 영상화되기 시작한다. ‘문자(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의미를 지닌 문자)’가 작품 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된 이번 전시는 시, 서, 화詩書畵 일치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또 다른 방향’이란, 그의 작업이 동양화의 기본이 되는 지, 필, 묵紙筆墨과 시,서,화를 적절히 따르면서도 표현방식으로는 다양한 매체, 즉 형광안료와 천, 라이트박스 등을 혼용하고, 내용은 문학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은유와 함축의 상징성을 사용함으로써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이중적 작풍을 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얼개처럼 짜여진 구조는 한 매체나 기조가 다른 것에 흡수되는 형국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퇴진출신(退陣出新_낡은 것을 사라지게하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게 함의 국면을 본능적으로 시도한다.
작가는 대표적 표현기법들의 대치를 통해 내용을 극대화하는데, 각 기법과 내용은 팽팽한 긴장의 연상선상에서 균형을 잡는다. 즉 글씨와 색, 내용과 이미지를 대치시키거나 매체의 적극적인 활용이 바로 그것이다. 화려한 색동바탕에 먹으로 써 내린 <환상적인 무지개>, <환상적인 세상> 등 환상시리즈나 <좋을 好>,<무지개에게>와 같은 작품은 강렬한 색과 그에 버금가는 문자의 강제성이 충돌하며 증폭된 효과를 만든다. 문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읽히는’ 강제성을 지닌다. 때문에 문자를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시도다. 글자의 강제성으로 인해 여타의 시각적 요소들을 일순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위험요소를 형광의, 발광하는 색동과 대치시킴으로써 양 측에 균형을 부여한다.
이러한 위험은 내용과 이미지 사이에도 일어나는데, 사군자四君子의 소재인 국화나 만개한 꽃, 새의 고전적 이미지를 사용함과 동시에 강렬한 노랑과 분홍, 주황의 형광안료와 가장 극적으로 대치되는 검은 먹을 끌어들임으로써 이미지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서쪽하늘의 들국화>나 <꽃 속에 꽃이 핀다>처럼 자칫 이미지를 삼켜버릴 수 있는 텍스트의 강렬한 아우라를 그에 대응하는 형광색동과 만개한 꽃 이미지를 병치시킴으로써 무게중심을 잡은 것이다. 또한 문자를 흘려 씀으로써 가독성(可讀性)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마치 문양처럼 처리한 것도 역시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뜨리고 전통의 굴레를 타파해 나가되, 씨실과 날실의 조화처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음은 다층적 층위의 교묘한 장치들을 통해서 동양과 서양을 혼재하되, 매체의 혼합만이 아닌, 이미 그 구분이 모호해진 사상과 화풍의 혼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묵을 바탕으로 음각처럼 그림과 글씨의 윤곽을 파나간 <용서>, <불꽃나무>, <슬픔이여 떠나라> 등은 보다 전통적 동양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수묵을 주조主潮로 작가자신을 형상화한 여인이나 매화, 새를 등장시킨 것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픔이여 떠나라’는 브라질 전통가요의 구절을 새기거나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여인, 또는 일견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손을 뻗어 용서를 구하는, 혹은 베푸는 여인의 모습은 수묵이라는 재료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일순간 깨뜨리며, 그 이상을 누린다.
홍지윤의 작업은 이렇듯 텍스트와 이미지가 상충한다. 또한 먹과 현대의 안료가 상충한다. 종이와 미디어 역시 충돌한다. 이 다층적인 충돌은 작업 전면의 적절한 장치와 구조를 통해 해결되고 화해함으로써 홍지윤의 퓨전동양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문화적 선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환상은 어디에 작가는 환상을 시공간과 대유하며 순차적 정의를 내린다.
그것이 지나간 것에 대한 환상(喚想, illusion)이든, 지금 눈앞에 보이는 환상(幻像, phantom)이든, 나도 모르는 새에 일어나는 환상(幻想, fantasy)이든, 실체도 없이 허망하고 덧없는 내일의 환상(幻相, vision)이든.
홍지윤│2007│작업노트 중에서, 2007
이번 전시의 모태가 된 ‘환상’의 인상은 익숙한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감정들을 구체화 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터무니없지만, 즐거운 상상의 나래는 작가적 상상으로 발전하여 앞서 언급한 다양한 매체와 내용으로 작품에 발현된다. 따뜻한 홍차를 약속한 그녀의 초대(홍지윤의 詩, <초대> 中)를 따라 원효로와 청파동의 골목인상을 반갑게 맞이할 일이다.
With a Rhythm Her studio is always filled with music and poetical imagination for her preference to music and poetry. The poetical inspiration based on her peculiarly cheerful and romantic views is the origin of creativity and the mainspring of brush works. With the inspiration, she makes melancholy, enjoyment, sorrow and pleasure. It is very her arts. Jiyoon Hong's works start from the poetical inspiration. Her words are neither purely outward objects and exaggerated representation of real human world nor the pursuit of inward spirits, speculation, and philosophy. But it is just positive, romantic consideration and feeling and yearning and persistence toward the human world. A kind of plentiful, young passion and imagination sinks into hers. The expressions of depression, gloominess, and sorrow are even filled with the power of youthfulness, freedom and pleasure. The power is fully reflected with the words, handwritings for the words and pictures with handwritings. Then she puts rhythm into the works.
Contradictory Aesthetics The combination of words and paintings had started propriety to show in the exhibition, 2005 solo exhibition
in Seoul Korea and 2006 project exhibition in Munich Germany, containing overlapped images of words and paintings. This exhibition which 'the word (has meaning, not just text)' actively interrupt in the works of art presents another direction of the correspondence between poetry, calligraphy and painting. The another direction means the mixed composition that depending on the basis of oriental paintings like paper, pens and ink and poetry, calligraphy and painting, the works use diverse media like fluorescent paints, clothes and light boxes for the expression. In addition, it means to get contemporary and traditional styles at once for the contents using metaphor and implication based on literary lyricism. This complex construction is ultimately to make the new better adopting merits of each other and making up for the defects. It is not just to make one separated thing absorbed to the other.
Hong maximizes contents with her typical expression ways; the ways and the contents balance in the extension of high strain. It is the confrontation of words and colors or contents and image and the active use of media. The fantasy series like 'The rainbow... It was fantastic', 'Fantastic world' drawn by black ink on a colorful ground and 'Likeness' and 'To the rainbow' make amplified effects for the co-use of strong colors and stressed words. The word per se has a special characteristic to let automatically audience read, so it could cause huge risks to use word in paintings despite of the attractiveness. It is because the visual factors can disappear for the word in an instant. Hong prevents the risk with the fluorescent colors to balance between words and images.
This kind of risk can be caused between the contents and images. To stress the effect of images, making classical images of chrysanthemum, fully bloomed flowers and birds, she use the strongly fluorescent colors of yellow, pink and orange with black ink. Like 'Chrysanthemum in the Western Sky' or 'A flower blooms in a flower...', the strong aura of text can make balance with colors, as strong as the text, and fully bloomed flowers. In addition, it causes same effect to scribble the words for the effects of decreased readability. Trying to break existing rules daringly, she makes her peculiar arts with the creative combination of the Eastern and the Western thoughts and styles.
It shows the classical oriental paintings that 'Forgiving', 'Flame tree', 'No more blues-reply: chega de saudade', 'Four friends- plum, orchid, chrysanthe-mum and bamboo' and so on are made in the basis of black and white drawing and are formed pictures and words like engraving. Nevertheless, for instance, 'No more blues-reply: chega de saudade' contains simultaneously a paragraph of Brazilian folk songs and a woman playing guitar and another woman showing the love of mother. This work brings more than effect overcoming against the limitation of the materials like blank ink.
On this wise, Hong's works is created with texts and images in the contradiction moreover, classical ink and contemporary colors exist in contradiction. Paper and media even make contradiction. The multilayered conflicts preferably make Hongjiyoon's fusion oriental paintings. Like most cultural forerunner in every areas
Where is the Illusion
Hong synechdochically makes a definition of illusion according to time and space
Whether Illusion of the past, Phantom of the present, Fantasy formed unconsciously, or Vision of unsubstantial, vain, ephemeral tomorrow.
Jiyoon Hong, in the work notes
The impression of 'illusion', the main theme of this exhibition, is the embodiment of emotions happen frequently and easily in the ordinary life. The unreasonable, but pleasant imagination in her childhood is created as the works with various media and contents. For her invitation for warm black tea, the impression of streets of Wonhyo-ro and Cheongpa-dong might be glad to go. In the gap strange to Westerners strange even to Asian.
Munwha Ilbo curator Sung,yun-ji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홍지윤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서울문화재단, SK 텔레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