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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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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지고 있듯이, 은박의 빛 반사는 조명과 각도에 의해서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품 속의 형상은 대상의 모습을 사진을 찍 듯 그대로 묘사 해내는 재현이 아니라 주관에 의해서 다시 재구성되는 재현적 성격을 띄는 작품.




아내와 안에 이야기




나의 아내 나의 아내가 있다. 그 얼굴이 아픈지 아내가 있다. 눈도 멀었고 입도 막혀버린 그래서 그의 표정이 묶인 채 안에 가 있다. 그가 나의 얼굴을 덮었지만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구속의 수건너머 슬픈 손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나는 그 손에 진실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자글자글한 손자국이 내 얼굴에 생채기를 낼 때 알 수 있었다. 그 손이 닿을 때 그것은 나의 아픈 아내라는 것을. 그는 나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면 그냥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수건은 자신을 가리는 것이 아니고 구겨지는 주름 속에서 원래의 속사정을 복사하는 것 같다. 거친 심장의 소리, 가시관에 수 없이 긁힌 상처의 흔적에 속을 비워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구속이라는 것은 아내 나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미 그 손에 맡긴 채 나의 깊은 감정은 그의 손에 표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힘든 노정의 과정이다. 그래도 은폐된 얼굴이 여실 없이 드러나는 것 손 떼의 굳은살처럼 자글한 빛의 주름이 부서지고 비친다. 나를 뒤덮었으나 나를 드러내었고 나를 감쌌으나 나의 이마고는 제현의 손끝에서 충분한 시간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곳은 단절된 어둠이었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어떤 조짐의 가운데. 모든 방향으로 충동한 힘의 그 가운데 나의 실존이 들어 나고 있었다.

김용민 | 갤러리 쿤스트독 큐레이터
2006, 전시장에서




-작업일지 중에서-

1.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단순히 대상의 외형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들어있는 정신을 먼저 생각하며, 대상에서 가장 적합한 부분을 찾고, 거기에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 원래의 대상 그 자체보다 더욱 완벽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작품 속의 형상은 대상의 모습을 사진을 찍 듯 그대로 묘사 해내는 재현이 아니라 주관에 의해서 다시 재구성되는 재현적 성격을 띤다.



나의 작업은 은박의 반짝임에서 오는 시각적 이끌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얼굴이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지고 있듯이, 은박의 빛 반사는 조명과 각도에 의해서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리한 빛의 변화가 얼굴의 표정, 사물의 느낌을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실제로 세심하게 자신의 얼굴을 떠내면, 다른 가면 또는 조소 작품들 보다 시각적인 효과가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캔버스 위에 그려진 빛의 반사에 의한 시각적 이끌림은 나만의 방식으로 재현된 것이다. 작품 속의 재현은 형상적 사물의 자연스러운 묘사와 상황의 재구성으로 의미를 다양화하고 모호하게 얽힘으로써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다.



2. 가면을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은 그야말로 인내와 성실함이 필요하다. 실제 은박 가면을 이미지로 뽑아서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은박 가면을 제작하면 할수록 다음 작업에 대한 욕심과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내 얼굴에서 아내 얼굴, 주위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의 사물도 동시에 은박으로 덮어씌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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