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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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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이자 민족사진가협회 회장이신 김영수의 개인사진전 ‘광대’가 2007년 10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인사동 공화랑에서 있습니다. 

이 전시는 1980년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작업한 우리나라의 춤, 무속, 탈 광대들의 인물사진들로 구성되어있으며 대부분 미발표작입니다.





춤과 사진이 만나는 곳은 어디일까


최민




김영수의 인물사진은 그다운 특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우선 대상을 완전하게  시각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두드러져 보인다.  작가는 대상에 몰래 다가가거나 훔쳐 찍거나 습격하지 않는다.  사진기를 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정정당당하게 대면한다. 똑바로 마주보는 것이다. 상대가 사물이 아닌 사람 즉 인격체이기 때문에 이 대면은  한사람과 마주 있는 다른  한 사람의 만남, 결국 서로 다른 시선의 충돌이다. 사진작가의 눈과 일체인 카메라 렌즈는 피사체가 된 사람의 눈과 마주친다.  이 마주침에서 긴장이 생겨난다. 시선과 시선의 충돌은 순간적일 경우에도 전인격적인 싸움이다. 피사체와 작가는  결코 편안할  수가 없다. 이 불편함, 그리고 불안함을 억제해야만 그 대면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면은 정중하다.  몸과 몸의 대면,  아무리 자연스럽다 할지라도 어떤  의례를 따라 행해지는 한 절차다. 사진을 찍고 찍히겠다는 합의하에 정식으로 포즈를  취하게 하고  충분한 배려 끝에  사진을 찍는 순서는  스냅사진이 아닌 고전적인 초상사진 찍기의 방식이다. 초상사진의 기념비성은 이러한 절차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김영수가 이번에 보여주는 사진들은  벌써 오래전에 찍었던  그가  좋아하던 춤꾼들의  초상이다. 초상이라면 익명적인 사람의 사진이 아니라 특정한 개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지만  모두 전통적인 춤꾼이라는 사실에서  이들의 개별적인 신원은 사상(捨象)되고 모든 삶을 춤에 걸고 춤으로  평생을 살아온 전문적 예인(藝人)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일반화할 수 있는  전형(典型)들이 된다. 

이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이들의 춤이 어떤지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초상들 하나하나가 일종의 고유명사로 다가와 제각기 이들과 관련된 특별한 기억과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개별적으로 전혀 모른다 할지라도  이  사진들을 보는 사람들은 이들의 존재 자체를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김영수가  첫 사진집에 붙인 제목  ‘현존(現存)’이라는 단어는  여기에 어울리는 말이다.  춤꾼으로 살아온 삶의 역정으로  주름지고  무게를 갖게 된 뼈와 살,  손과 팔,  몸통과 다리 그리고 얼굴과 피부, 그리고 이미 그들  몸의 일부가 된 가면이나 부채, 또는 북을 포함한  육신(肉身)의  표정과 자세(姿勢)를  통해 확인되는 이들의 참된 존재, 춤꾼으로서의  한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느냐는 보는 사람에게 달린 문제다.     


과연 춤과 사진이  이상적으로 만나는 곳은 어디일까

물론 건조하게 이야기하자면 춤을 사진기로 찍으면 찍히고 사진기의 렌즈는 어떤 자세 어떤 골격 어떤 떤 피부, 어떤 얼굴 어떤 표정 위에서든  춤과 만난다. 사진작가는 각자 자기 방식대로 이러한 만남을  주선하고 이러한 만남에 개입한다.  그리하여 한편으로는 사진에 다른 한편으로는 피사체에 작용한다. 그래서 춤을 찍은  많은 사진들이  생겨난다. 그 결과는 매번 다를 것이다. 같은 춤꾼, 같은 춤을 찍은 사진일지라고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도 가장 재미없는 사진은  무보(舞譜)를 그리듯 춤의 동작을 분해하여 설명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찍은 사진들일 것이다. 순간적  움직임과 자세를 포착하고자  또는 그 짧은  순간의 변화와 경과(經過)를  애써 보여주고자 노출시간을  여러 가지로 달리하여 찍은 사진들도 많지만 감동을 주는 사진은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김영수는 아주 다른 선택을 했다. 춤을 찍지 않고 춤꾼을 찍었다.  사람을 찍은 것이다. 춤꾼의 육신, 그 몸을 찍은 것이다. 그것도 초상사진을 위해 일부러 포즈를 취한 모습을 찍었다. 나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춤은 찍을 수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춤은 사진과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춤은 춤꾼의 몸을 통해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 기억과 흔적이 그 몸에  축적된다. 그러나 그 몸을 찍는다고 춤을  찍을 수는 없다. 사진이 동영상(動映像)이 아니어서라는 말이 아니다. 동영상인들 춤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불가능성을 김영수는 이 사진들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갑고도 서운합니다



 사진가 ‘김영수’와 처음 만난 것은 1970년대 초였고, 장소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큰 길가 3층 방이었다. 무척이나 작은 방에는 수십개의 사진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골동품으로 꽉 차있었다. 그 때도 그는 외길만 가는 사진쟁이였다.

 어언 30여년 전의 일인데…… 지금도 역시 사진만 찍고 있다. 찍고 박으며 김영수도 이제는 초로에 접어들고 말았구나…….

 몇일 전 30여점의 사진뭉치를 보내며 나에게 한마디 써 달란다. 무얼 쓸까? 사진들을 보니 허 허 어이 눈물이 나는가… 거의가 함께 만났던 사람들인데 이젠 반 이상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구나. 살았어도 거의 반은 90이 넘은 노친네들이다.

 보내준 30여점의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아니 이보다 많은 사진이 있을까 싶어 전화를 했다.


 “김형 더 많을텐데 왜 이것만 보냈오?”

 “글쎄요…. 좁은 전시장에서 좀 큰 작품을 전시하려니….”


 김형과 함께 갔던 소리판, 굿판, 놀이판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본다.


『양주별산대, 송파산대, 봉산탈품, 은율탈춤, 강령탈춤, 동래야류, 수영야류, 가산 오광대, 하회별신굿 탈놀이, 발탈, 밀양 백중놀이, 승무, 학무, 살풀이춤, 경기 도당굿, 은산 별신굿, 동해안 별신굿, 남해안 별신굿, 서해안 배연신굿, 만구대탁굿, 서울 새남굿, 진주 삼천포 농악, 강릉농악, 이리농악, 만석중놀이, 남사당놀이, 진주검무, 배뱅이굿…』


 이 밖에도 더 있겠는데… 김형 잘 정리해서 모두를 소중한 기록으로 유산으로 남겨야 하겠소. 허긴 이제부터는 나라가 해줘야할 일이지… 허 허 허….


 굿, 음악, 춤, 탈놀이, 인형놀이, 전통기예들… 모두가 3천리 금수강산 남과 북의 것들인데 조국이 반토막 난지도 한 세기에 가까우니 이를 어쩌지요.

 모두를 한 권으로 엮어 북에도 보내야겠고…. 김영수형 형의 이번 사진전은 반가우면서 서운하기도 하군요. 모두를 엮은 큰 사진전을 평양에서도 꼭 가졌으면 싶군요……!



2007. 10. 24

   심 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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