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07-11-21 ~ 2007-12-05
황인기
02-732-4677
작가글
夢遊 * 夢昧
黃 仁 基
山에서 길을 잃고 헤맨 지 數三日 쯤 지난 어느 날 氣力은 떨어지고 視力마저 흐려져 하릴없이 누워있는데 문득 멀리서 들려오는 怪異한 인기척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장승만한 두 神仙이 구름을 타고앉아 서로 問答을 주고받는 듯 하더라. 한 神仙은 푸르스름한 옷을 입었는데 꿰맨 솔기가 전혀 없어 보이고 목소리는 푸른 하늘을 지나가는 산들바람 같다면 다른 神仙은 온통 바느질 자국으로 뒤덮인 누르스름한 옷을 입었는데 쇠로 만든 부싯돌 부딪히는 소리와 닮은 音聲이더라. 주로 푸른 神仙이 묻고 누런 神仙이 答을 하는데 쩔쩔매는 모습이 역력하더라.
大略 아래와 같은 內容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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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神仙 : 어찌 지나는가?
누런 神仙 : 애써 일하네.
푸른 神仙 : 그리하여 무얼 이루려는고?
누런 神仙 : .................
푸른 神仙 : 좀 便히 살게 해 보려는 것 아닌가?
누런 神仙 : 그렇다네.
푸른 神仙 : 얼마나 그리하며 살았는고?
누런 神仙 : 오래 된다네. 數 萬 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數 千 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近來 千餘年은 그중 가장 바쁜 나날이었네....... 실은 갈수록 일이 많아진다네.
푸른 神仙 : 안됐네....
누런 神仙 : 한 가지 일을 치르고 좀 쉬려해도 앞의 일이 끌고 올라온 다른 일이 벌어져 있으니 이걸 모른 척 할 수가 없어 그 일에 매달리게 되고 그러면 그 일이 다른 일들을 물고 들어오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이 생기고 일 한 가지가 一波萬波로 數 千 數 萬 가지 일을 벌여놓으니 늘 일이 늘어난다네.
푸른 神仙 : 안됐네.... 그렇게 일을 많이 하면 좀 나아지는 게 있는가?
누런 神仙 : 있기는 있네만.
푸른 神仙 : 어떤 것들인가?
누런 神仙 : 우선 疾病을 꼽을 수 있겠네. 이제 人類는 結核이나 문둥병 같은 고약한 疾病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네.
푸른 神仙 : 多幸이군. 그러면 그런 疾病들이 治療된다면 앞으로 人類는 疾病이 없는 世上을 맞아할 수 있을까?
누런 神仙 : 글쎄...... 한 가지 疾病이 없어질 즈음이면 前에 없었던 새로운 疾病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니 당할 才幹이 없네. 疾病이 없는 人間 社會가 果然 찾아올 수 있을까 모르겠네.
푸른 神仙 : 안됐네.... 그 밖에 전보다 나아진 일들은 어떤 것인가?
누런 神仙 : 機械를 만들어 人類의 勞動 時間을 줄여주려 했는데 묘한 現象이 나타나더군. 分明 機械가 人類를 代身하여 일을 떠맡아 하고 있는데도 人類의 勞動 時間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으니....게다가 機械가 생겨나고 그 숫자가 늘어나며 그것들이 뿜어내는 각종 毒한 氣運이 世上을 더럽히며 破壞를 일삼는데 이 뜻하지 않은 災殃을 막아보려 애를 쓰는데 도통 어렵기만 하네.
푸른 神仙 : 안됐네.... 그 밖에는?
누런 神仙 : 明哲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冊을 만들었다네.
푸른 神仙 : 듣던 중 반가운 일이네. 그래, 人類는 이제 愚昧한 생각을 버리고 깊고 멀리 볼 能力을 갖게 된 것인가?
누런 神仙 : 할 말이 없네. 宗敎를 만들어 똑바로 살라고 겁도 좀 주고 冊을 만들어 智慧를 넓히면 좀 달라질 줄 알았네만 愚昧한 性情이 바뀐 것 같지는 않네. 法과 秩序를 세우고 民主主義 共産主義 資本主義 등도 만들어 보았네만 처음 始作은 그럴 듯해도 이내 부서지고 썩어 惡臭가 振動을 한다네.
푸른 神仙 : 나 또한 나를 좀 따라해 보라고 타일러 본 적이 없지는 않네. 얼마 전까지는 나를 두려워 할 줄도 알고 모실 줄도 알더니만 이내 變하더군. 처음엔 발을 더럽히더니만 급기야 내 心臟을 뜯어내려 하더군.
누런 神仙 : 요샌 내가 그동안 한 일들이 모두 헛수고는 아닌가 하는 懷疑가 생긴다네. 또 人類가 자네 心氣를 不便케 한 못된 짓들도 내가 모르지 않네. 미안하네. 자네가 마음만 먹으면 불덩이를 人類에게 던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아네. 아니, 자네가 던진다 하여도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푸른 神仙 : ...... 난 가겠네. 우리 언제나 다시 만나지?
누런 神仙 : 내가 힘이 많이 떨어지니 자네가 나를 다시 찾을 즈음엔 다른 하늘에 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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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둘로 갈라져 하나는 이 쪽으로 다른 하나는 저 쪽으로 날아가는데 그 모습이 神妙하더라. 精神을 가다듬고 갈 곳을 헤아려 보는데 길은 안보이고 하늘만 어두워지니 慘澹한 心情을 감출 길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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