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08-01-11 ~ 2008-02-03
경성현
02-723-6190
아라리오 서울에서는 전속작가 경성현의 개인전을 2008년의 첫 전시로 준비하였다. 경성현은 1978년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대안공간 루프(2004)와 아카서울(2006)에서 ‘꿈을 꾸다’ 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모두 작가의 2007년 신작들로 기존 작품의 흐름을 잇는 흔들리는 이미지외에 대상을 왜곡시켜 그린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성현은 사진의 다중초점을 재현하여 흔들리는 이미지를 그린다. 평면 위에 진동하듯 묘사된 대상은 정면과 측면 그 어느 모습도 가늠할 수 없는 동시에 모든 측면을 재현하기도 한다. 다중초점으로 겹쳐진 형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면 시선은 자연스레 각각의 이미지를 찾아가지만 길을 잃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뚜렷한 대상, 응시를 찾으려 한다면 더욱 혼란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경성현의 작품이 이끄는 이러한 혼돈은 스스로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맞서는 불안에서 시작한다.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에 무관심한 현실로부터 소외된 개인은 혼자일 수 있다는 고립된 공포, 부적응자라는 불안을 짊어진다. 불시에 침범한 무덤덤한 폭력에 휘둘린 자아는 마치 쇳덩어리로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는 듯한 공황상태를 겪는다. 작가는 버림받고 상처받은 자아를 측면도 정면도 긍정하지 않는 흔들리는 이미지로 재현한다. 그러나 화면 속 흔들리는 이미지는 분열보다는 대상의 본질에 가깝다. 눈에 명확하게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듯 화면 속에 이루어진 이야기는 Yes 혹은 No로 귀결되는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 몰입한 대상 본질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주소재로 등장하는 대상이 ‘인물’인 이유 또한 경성현이 사람, 즉 휴머니티에 더 근접하여 대상에 접근하려 했음을 반영한다. ‘인간’과 ‘흔들린다’라는 단어 사이의 교묘한 연결고리가 경성현의 다중초점 이미지에서 맞아 떨어져 연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1,2회의 개인전 타이틀 ‘꿈을 꾸다’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꿈을 통해 작품의 컨셉을 잡아간다. 여기서 꿈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 아닌 현실의 또 다른 풍경이다. 그러나 꿈의 이미지를 흔들리는 이미지로만 표현한 기존과 달리 이번 개인전에는 명확히 보이는 대신 변형되고 왜곡된 인간, 신체가 등장한다. 얼굴과 다리만 존재하거나 다리대신 팔만 달려 있는 남자는 모두 각자의 조건인 팔과 다리를 이용해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생긴 모습 때문에 섬뜩하다. 현실과 같은 꿈 속에서 변형된 그로테스크한 생명체는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신체이며 어쩌면 이제까지 흔들려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들의 본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경성현의 흔들리는 이미지 앞에 서면 그로테스크한 대상들의 속사정은 뒤로하고 현란한 색채들의 향연과 진동이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현실이 꿈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되는 혼돈의 경계에서 빨간 두건의 진실을 알아채기도 전에 흔들리는 빨강과 강렬한 색채에 매혹되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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